전국의 각 지방 자치단체장과 시군구의원, 지방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 4일 일제히 실시된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탓에 당초 잔잔한 분위기로 치러지는 듯했던 이번 선거는 막판 뜨거운 열기 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되살아나면서 국민들에게 여전히 씁씁할 뒷맛을 남기게 했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선거는 민초들이 권력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다. 어떤 면에선 스포츠 못잖은 박진감도 선사하는 탓에 투표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모습들은 각종 정치 관련 영화 속에서도 다뤄지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했다.

6.4 지방선거를 맞아 2000년대 이후 할리우드가 색다른 시선으로 만들어낸 이색 정치·선거 영화엔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웰컴 프레지던트>(2004) - 선거도 때론 유쾌할 수 있다  


 '웰컴 프레지던트' 포스터

'웰컴 프레지던트'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이제 막 임기를 마치고 가상의 시골 마을 무스코트로 낙향한 전임 미국 대통령 먼로(진 해크먼 분)는 이혼한 전처의 등쌀도 피하고 자서전이나 쓰면서 한가롭게 남은 여생을 보낼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동네 주민들의 권유로 때마침 공석이 된 무스코트 시장 선거에 의도치 않게 출마하게 된다. 

단독 출마에 따른 손쉬운 당선이 예상되던 찰라, 마을에서 좋은 평판이 자자한 철물점 주인 겸 배관공 해리슨이 그의 상대로 시장 후보에 등록하면서 전직 대통령 vs 평범한 시민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여기에 삼각 로맨스까지 뒤얽히며 선거는 일약 미국 내 큰 화제를 모으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발표 당시 곧장 DVD로만 소개된 코미디 영화 <웰컴 프레지던트>는 할리우드의 성격파 노장 배우 진 해크먼 & 코미디언 레이 로마노가 말 그대로 '얼굴에 철판 깔고' 뻔뻔한 선거전을 펼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킹메이커> (2011) - 정치판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다

 '킹메이커' 포스터

'킹메이커' 포스터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톱스타 조지 클루니의 네 번째 연출작으로 이전 <굿나잇 앤 굿 럭>(2005)에 이어 또 한 번 미국 정치계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아냈다. 원제인 < The Ides Of March >는 고대 로마제국 시절 권력자 시저가 자신의 심복 브루투스에 의해 죽음을 당한 날을 말한다. 결국 영화는 권력에 얽힌 배신,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제목에서부터 암시하고 있다.

민주당 차세대 대권 주자로 주목받던 주지사 모리스(조지 클루니 분)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연이어 승리, 조만간 대통령 선거에 나갈 꿈에 부푼다. 그를 보좌하는 젊은 보좌관(라이언 고슬링 분), 유능한 선거 참모(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분) 등은 모리스의 야망을 이뤄줄 인물들로 높은 신망을 얻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모리스는 여성 인턴 사원(에반 레이첼 우드 분)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지고, 결국 치명적인 스캔들이 터지면서 영화는 곧 여러 등장 인물들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특히 청년 보좌관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을 통해 도덕과 신념에 찬 인물이 어떻게 '악의 손'과 결탁하면서 타락한 정치인이 되어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스윙 보트> (2008) - 막장 선거란 이런거야!

 영화 '스윙보트' 포스터

영화 '스윙보트' 포스터 ⓒ 액티버스엔터테인먼트

일용직 노동자 버드 존슨(케빈 코스트너 분)는 딸 몰리(매들린 캐롤 분)을 키우면서 술, 낚시나 즐기며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는 흔하디흔한 가장이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던 몰리가 술에 취해 대선 당일 투표를 하지 못한 아빠를 대신해 몰래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려던 찰라, 전자 투표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인해 선거는 중단되고...

공교롭게도 버드 혼자만의 재투표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빚어진다. 그의 한표에 목숨을 건 대선 후보들은 그간의 공약을 모두 저버린 채 버드 한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약속 내걸기에 급급해진다.

영화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데다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연출의 과욕 탓인지,  개봉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엔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소재로, 한사람의 유권자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블랙 코미디 형태로 담아낸 시도 만큼은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지방선거 웰컴 프레지던트 스윙보트 킹메이커 투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