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크로스' 공식 포스터

▲ '골든 크로스' 공식 포스터 ⓒ KBS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 크로스>의 시청률은 6~8%대로 그다지 높지 않다. 시작할 때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이제 막 중반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성적이다.

그러한 사실에 무한의 아쉬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신 질적인 면에서는 '꽤나 괜찮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애청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촬영 기술과 편집, 배경음악의 적절한 활용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위 0.001%의 비밀클 럽 골든 크로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따라잡는 것은 조금 무리일 수도 있다. 그것이 크게 어렵거나 무한으로 복잡다단해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고, 평소 별다른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가 아니어서일 수도 있다. 실상은 우리의 현실과 아주 밀접한 것들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문용어나 관련 지식들을 특별히 유의 깊게 듣거나 보지 않는다 해도, 드라마의 메시지를 이해하거나 즐기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다. <골든 크로스>가 그것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비교적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역동적인 화면구성과 매끈한 편집을 들 수 있다. <골든 크로스>에는 꽤나 많은 장소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카메라는 빠른 속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각 장면들을 훌륭한 구도로 잡아내고 있어 드라마의 현장감을 높이는데 크게 한몫하고 있다. 물흐르듯한 편집은 안정적인 배경음악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다.

등장인물들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들은 관성적 연기를 버리고 <골든 크로스>에 특화된 듯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특별히 '구멍'이라 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음으로써 드라마의 전체적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역시 시청률이다. 그 흔한 사랑타령 하나 없는 데다, 무거운 주제, 어두운 화면 등이 드라마를 억누르고 있다지만, 우리네 삶을 관통하고 있는 여러 주제들에 대한 명징한 메시지와 통찰이 돋보이는 드라마이기에 더욱 그렇다. 역시 이런 종류의 드라마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대한다는 것은 욕심에 불과한 것일까? 아쉬운 가운데 좀 더 가까이에서 <골든 크로스>를 살펴보기로 한다.

<골든 크로스>의 메시지, 시원하면서 한편으로는 슬픈 이유는?

'골든 크로스' 딸의 살해범으로 몰린 강주완의 모습. 한 가정의 행복이 깨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골든 크로스' 딸의 살해범으로 몰린 강주완의 모습. 한 가정의 행복이 깨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KBS


세상은 참으로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이지만, 보통의 경우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 일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사실은 그러한 것을 깨닫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앞에 실제로 어떤 일들이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강도윤(김강우 분)도 그랬다. 그는 어머니의 사업에 필요한 삼천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무능하다며 다그치는, '아버지처럼 살지 말자'가 인생의 모토인 속물 중의 속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나 뿐인 여동생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의 삶 전체를 뿌리째 바꾸는 엄청난 일이 되었다. 

강도윤은 동생의 살해범으로 몰려 결국 죽임까지 당한 아버지의 누명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것은 그가 지녔던 인생관, 가치관 등을 통째로 전복시켜야 하는 일이 되고 있다. 그 과정은 슬프고도 기막힌 일들의 연속으로, <골든 크로스>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안락하고 흥겨운 드라마로 만들지 못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하는 메시지, 통찰력 하나만큼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혼동하기 쉬운 것들에 대해 과감히 비틀어보기를 권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물과 인간에 대한 우리의 판단력을 맹신하지 말라는 메시지 등이 특히 눈에 띈다. 

<골든 크로스> 속 '딸바보' 아버지들은 누군가에게는 천하의 악당들이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 판단했던 이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그저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이에게는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타인에 대한 이해과 공감, 통찰의 폭을 넓히라는 간곡한 권유가 된다.

승리를 위해서는 불법도 마다않는다는 변호사 박희서(김규철 분)는 특혜를 거절한 강도윤의 아버지를 딸의 살해범으로 모는 자리에서 "그러게 '허튼 짓' 하지 말랬지!"라고 협박한다. 누군가에게는 정의로운 일이 어느 누구에 의해서는 한낱 '허튼 일'로 몰릴 수도 있다는 것. <골든 크로스>가 전하는 통렬한 메시지가 시원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매우 슬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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