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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재즈, 술, 사람이 어우러진 곳. 바로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4'(이하 '서재페')다. '나는 재즈를 모른다'며 지레 겁먹는 이들도 있지만, 그럴 필요 없다. 대중적인 가요부터 정통 재즈까지, 메이 포레스트·스파클링 돔·스프링 가든 3개의 공연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지난 17,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양일간 진행된 서재페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편안하게 누워 재즈를 즐기는 사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 일행끼리 와인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쬈지만 관객들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특히 데미안 라이스, 얼렌드 오여, 바우터 하멜 등 한국과 친숙한 뮤지션들은 재기발랄한 무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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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헤드라이너 데미안 라이스는 여성 관객을 무대로 올려 같이 듀엣곡을 부르는가 하면, 곧이어 다른 여성 관객과 무대에서 와인을 함께 마셨다. 그는 무대 위 상황을 '바에서 반한 여성에게 와인을 사줬더니,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였다'고 설정하고 혼신의 취중 연기를 펼쳤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데미안 라이스는 '남자친구에 안부 전해달라, 아니, 그러지 말라' '계좌번호 써 줄게' 등 코믹한 애드리브를 펼쳐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멤버 얼렌드 오여는 홀로 내한했다. 악기 세팅 시간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든 그는 공연 내내 쉴 새 없이 춤을 추거나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등 아낌없는 팬 서비스로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솔로 앨범 신곡을 발표한 그는 "지금 이 공연 장면을 내 뮤직비디오로 쓰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바우터 하멜 또한 공연 도중 개그맨 김영희의 '앙대요'를 따라 하며 큰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세월호 사고로 슬픔에 빠진 한국, 음악으로 위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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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열기는 늦은 밤에도 식지 않았다. 한국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에 뮤지션들도 벅차올랐다. 양일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제이미 컬럼은 예정된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을 보며 기쁨의 미소를 참지 못했다. 이에 그는 앙코르 무대를 펼치며 원곡의 가사를 즉석 개사해 관객의 열정에 화답했다. "서울이 나를 다시 찾아줘서 고맙다. 당신들은 아름다웠다. 곧 또 보자"고 노래한 제이미 컬럼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야외 축제인 만큼, 서재페는 스파클링 돔 앞에 관객이 자유롭게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노란 리본을 달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공연장 입장 전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노란 리본에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메시지를 적어 달았다. 공연 대기 시간 영상을 통해 애도의 메시지도 전했다. 양일간 공연에 참여한 뮤지션들 또한 모두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공연을 펼쳤다.

18일 무대에 오른 정준일과 제이미 컬럼은 각각 '대니 보이'(Danny Boy)와 '세이브 유어 소울'(Save your soul)을 부르며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이들과 이로 인해 슬픔에 빠진 한국을 위로했다. 제이미 칼럼은 공연에 앞서 "최근에 한국에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 있다는 걸 안다"며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다음 두 곡을 여러분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바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어반자카파는 '거꾸로 걷는다'를 부르며 스크린을 통해 공연 당일인 18일부터 달력을 과거를 향해 한장 한장 넘겼다. 날짜가 세월호 사고가 났던 4월 16일에 다다르자 흰색이었던 달력의 숫자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이 외에도 크랙 데이빗, 가리온, 쿠마파크, 장얼쌀롱 (장기하와 얼굴들) 등이 사고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크랙 데이빗은 "음악이 치유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가리온과 쿠마파크는 "음악을 즐기는 것이 가장 낮은 곳의 위로의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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