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강력 3팀 활약이 기대되는 드라마다.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포스터. ⓒ SBS


오랜만에 복귀한 차승원, tvN <꽃보다 누나>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승기, 거기에 <응답하라 1994>의 히로인 고아라까지.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에 쏟아지는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청춘 성장 로맨스 수사 드라마'라는 길고 긴 수식어는 이 드라마가 잡탕찌개가 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은 주었지만, 주인공들 면면의 풋풋함에는 걸맞은 것이었기에 기대감을 낮추지는 못했다.

그리고 1, 2부가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 기대감은 꽤나 충족되는 듯했다. 은대구(이승기 분)의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의 외적, 내적 갈등 구조나 사건의 전개 과정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너포위>는 초반의 기세를 잃어가는 중이다. 얼개는 한없이 느슨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엄청나게 스릴이 넘치는 것도, 그렇다고 애끓는 멜로가 살아있는 것도, 또 그렇다고 간간이 보이는 웃음코드가 결코 기발하다고 생각되지도 않는, 마치 모래알의 집합체 같은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기대 모았던 배우들, 캐릭터의 총체적 문제 힘겹게 떠안아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반'이란 '강성', '위험함', '폭력성' 등의 이미지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을 텐데, <너포위>는 그 선입견을 상당부분 깨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압도적 비주얼'을 자랑한다는 네 명의 신입형사들로 인한 것이다.

은대구, 어수선, 박태일(안재현 분), 지국 (박정민 분) 등 네 사람에게 형사라는 직업은 수당, 연금, 결혼, 복수 등의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들은 강력계 형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리숙하며, 직업에 대한 사명감도 태부족으로 <너포위>를 마치 학원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IQ 150에 포토그래픽메모리까지 지녔다는 은대구는 그 능력을 발휘하느라 따발총 같은 대사를 구사한다. 여기에 은대구가 지닌 우수와 번민, 갈등과 복수심까지 한꺼번에 표현하기에는 젊은 연기자 이승기가 조금 힘이 딸리는 듯하다.

오지랖은 넓지만 속 깊은 어수선을 연기하는 고아라 또한 버거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성장형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민폐형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인데, 현재의 어수선은 그 전형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문제다.   

거기에 범죄척결 의지가 대한민국 최고라는 레전드 형사 서판석 역의 차승원 또한 아직은 들뜬 연기로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오로지 분노와 질책의 의지가 가득 차 있어, 배우 차승원이 지닌 여유와 자유분방함 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돈의 화신>에서 은비령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바 있어 기대를 모았던 오윤아 역시 한결 같이 경직된 모습만을 드러내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유기성 부족한 전개, 에피소드만 나열돼 전체 흐름 끊어져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실소를 자아낸 분식점 에피소드의 한 장면.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매 회 주요 사건으로 들어앉고 있다는 점이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실소를 자아낸 분식점 에피소드의 한 장면.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매 회 주요 사건으로 들어앉고 있다는 점이다. ⓒ SBS


<너포위>는 현재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각각의 성장통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큰 줄기가 중심이 되고 곁가지가 밀도를 높이는 형태가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한 회차의 주요 이야기로 덜컥 자리잡아버리고 있다는 것. 특히 지난 14일 방송의 분식점 에피소드에서 칼을 든 인질범 앞에 커플로 위장한 채 하트를 그려 보이는 어수선과 은대구는 실소를 자아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각종 설정은 어떨까. 뭐, 오래 전 서로 알았던 사람들이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서로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설정이야 우리의 드라마들에서 지치도록 봐 온 것이니 서판석이 은대구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우연히 같은 근무지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도 넓디넓은 아량을 가진 시청자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하루에도 수십 편씩 쏟아지는 드라마 환경에서라면 경천동지할 설정이 나올 확률은 극히 희박한 일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설정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너포위>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인물들에는 '압도적 비주얼', '천만불짜리 미소', '귀족적 마스크', '강남의 셀러브리티', '신이 내린 비주얼' 등등의 수식어가 마구 나열되어 있는데, 그 느낌이 캐릭터에서 자연스레 배어나오기보다는 매번 주위사람들(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외심 넘치는 표정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매력을 강제적으로 느껴야 할 것 같은 억지스러운 분위기라는 것.

그러나 과장되고 얼토당토않은 캐릭터라 해도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중구난방 식 전개에 발맞출 수 있는 연기자가 얼마나 될까. 누구나 '납득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연기에 상황이 묻힌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가 헷갈릴 지경, <너포위>는 과연 길을 잃은 것일까?

마치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 나가는 모래 알갱이 같은 형국. 지금처럼 가다가는 자칫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모래는 주먹을 그러쥘수록 다 빠져나갈 뿐. 총체적 부실에 빠진 <너포위>, 우리는 이제 드라마에 포위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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