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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빛나는 황금연휴의 오후.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5월 10일 토요일 전북 익산시 팔봉동에 위치한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라북도 광역의원 경선에 참여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기다리던 전화였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역의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공론조사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론조사의 경우,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전주시·군산시·익산시 400명, 기타 지역은 300명 규모라고 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경선에 대해 알고 있어서 때문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내게 확인한 정보는 단출했다.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그리고 사는 동을 물었다. 경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휴대전화로 다시 알려주겠다고 했다. 본인을 확인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정보인데... 전화를 끊으면서 이게 다인가 싶었다.

9일 경선 전날이 되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안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난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에 전화를 걸었다. 신분증을 가지고 10일 오후 1시까지 체육관으로 오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경선 당일인 10일, 낮 12시 10분쯤 경선 행사장인 팔봉동에 있는 체육관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경찰 한 명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차가 많지 않았다. 어깨띠를 메 후보자와 후보자 배우자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러 온 지인들이 체육관 문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지난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의 익산시 후보자 선출대회 모습.
 지난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의 익산시 후보자 선출대회 모습.
ⓒ 김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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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들을 지나쳐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무대 뒤로 걸린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띠었다. 파란색 바탕에 '새정치민주연합 익산시 후보자 선출대회'라고 하얀 글씨가 찍혀 있었다. 무대 위에 단상은 없었고 테이블이 네 개 놓여 있었다. 무대 아래로 의자가 오백 개 정도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후보자들은 애가 타고 긴장한 모습으로 인사했고 가족들은 열심히 명함을 돌렸다. 12시 50분이 되도록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곧 행사가 시작될 텐데... 주최 측은 선거인단을 확인하지도 않았고, 경선 참여자가 늘어나지도 않았다.

경선이 시작하기 직전에 오후 여섯 시까지 행사장에 입장한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을 주겠다는 안내가 나왔다. 그때서야 휑한 행사장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행사는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서야 시작됐다. 제1선거구부터 정견발표와 후보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듣는 이 없는 토론회는 왠지 처량했다. 1시 50분쯤 내 휴대폰으로 새정치연합 전라북도당이 보낸 첫 안내 문자가 왔다. 1시부터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고, 6시까지 입장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선거구당 한 시간씩 소요됐고 토론회에만 네 시간이 걸렸다. 네 선거구의 토론회가 모두 끝난 다섯 시, 그제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이날 경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유는 여기에서 결정된 후보자가 곧 6월 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은 전라북도의 정치적 특성 때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진 신당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은 전화로 진행하는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라 이름 붙인 선거의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화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모두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법상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두 조사 모두 일반전화를 착신전환해 휴대전화로 응답률을 높일 수 있었다. 또 공론조사의 경우,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선거인단을 모집했으나 그들 중 누가 토요일 오후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라북도 광역의원 대표를 뽑기 위해 이곳에 올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행사장에는 '작정한' 지지자들 외에 무작위로 선출된, 나 같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 결과, 경선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각 선거구당 무작위로 선거인단 400명을 모집했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수는 150명 이하였다. 과연 이 숫자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날 치러진 후보자 선출대회는 조직적으로 손잡고 선거를 치러야 승산이 높았을 것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공정한 경선을 기대한 후보자들에게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국회의원 아래로 줄 세우기, 편 가르기와 다를 바 없었다. 이날 경선도 결과적으로 구 민주당 세력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 모두가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을 목청 높여 성토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경선이 그 말들을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태그:#새정치민주연합, #전라북도, #익산시, #광역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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