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배우 장현성.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배우 장현성. ⓒ SBS


개인적으로 SBS <힐링캠프>가 볼만하다 느껴질 때는 그 어떤 명사가 나와 멋진 말을 들려줄 때보다, 오히려 오랜 무명 혹은 오랜 고생 끝에 뒤늦게 빛을 본 사람들이 나올 때이다. 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을 해도, 우리들이 이미 그의 시간 속에서 목격한 바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12일의 <힐링캠프>도 그랬다. 21년 만에 떴다는 배우 장현성의 출연, 그가 한껏 들떠서 자신이 <힐링캠프>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뜬 게 아니냐는 반문이 그 어느 때보다도 보기 좋았다.

MC 이경규는 장현성을 두고 번번이 21년 만에 떴다고 말한다.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에서 반전의 존재감을 보인 함봉수 비서실장 역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고, 또 그런 연기만큼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준우·준서 아빠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 자신에 대해 장현성도 가득 찬 주스 병을 들고, 차곡차곡 쌓여 아슬아슬하게 떴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그런 표현은 옳지 않다. 장현성 자신도 한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도 중요하지 않고 주연과 조연도 따지지 않으며, 오직 자신이 맡은 역할과 연기에 대한 만족감으로 산다고 말했다. 더 빛나는 역할, 더 많은 부에 대한 욕심보다 현재 위치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고 한다.

이미 멋진 아빠, 훌륭한 배우, 괜찮은 사람

 <힐링캠프>에서 눈물을 보인 배우 장현성.

<힐링캠프>에서 눈물을 보인 배우 장현성. ⓒ SBS


그런 그의 정의가 빈말이 아니듯, 장현성은 우리가 보았던 수많은 드라마에서, 빛나는 주연은 아니었지만, 꼭 있어야 할 자리에서 꼭 필요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JTBC <아내의 자격>에서 아내의 외도를 필연적으로 만든 파렴치한 남편이었고, MBC <하얀 거탑>에서 주연과 힘겨루기를 하는 변호사였으며, 영화 <화이>에서 괴물이 된 아빠들 중 하나, <쓰리 데이즈>에서는 대통령을 저격한 경호실장이었다. 종횡무진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묵묵히 존재감을 쌓아왔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신념과 그런 신념을 뒷받침한 장현성의 성실한 연기는 오히려 그래서 <힐링캠프>에서 떴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그를 역설적으로 빛나게 한다. 지나온 시간 동안 쌓인 그의 연기와 앞으로 해나갈 연기가 지금의 떴다고 하는 그 사실 자체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을 주는 그의 존재 덕분에.

21년의 연기 내공 덕분에, 대학시절부터 친구였던 배우 황정민을 두고 "그 정도까지 뜰 줄은 몰랐다"고 말해도 그것이 그의 오만이 아니라, 장현성만 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고, 장현성만 하니까 그런 친구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래서 그런 표현조차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도 예능과 최근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덕분에 <힐링캠프>에서 멋진 배우, 좋은 사람, 훌륭한 가장인 장현성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그 자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조건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배우 장현성 이면의 예술가 장현성을 엿볼 기회를 갖게 된 것처럼 말이다.

시나리오를 썼던 내공으로, 이경규가 제시한 봄이란 주제를 가지고 찬란한 계절과 그 계절에 맞는 꿈과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MC들의 면면까지 담아낸 장현성은 우리가 예능이나 드라마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장현성의 또 다른 멋진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21년을 올곧게 배우의 길을 살아내기 위해 겪은 가난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겪은 고생조차도 흥겹게 풀어내는 그의 내공이 오히려 만만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시간에 대한 유쾌한 정의 후에 아버지에 대한 회고에서 내보인 그의 눈물이 더 진심으로 다가온다.

죽어서도 꿈을 향해 하늘로 날아가는 노고지리와 아들들에게 멋진 아빠, 멋진 남자로 남고 싶은 그의 소박한 소망이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 그가 충분히 멋진 아빠, 훌륭한 배우,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에 보는 사람의 얼굴에 공감의 미소가 지어졌다. 21년을 한 길로 달려와, 그 성과로 <힐링캠프>에 출연하게 된 걸 천진난만하게 기뻐하고, 자신의 지난  날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장현성에게서 소박함 속에 옹이진 단단한 내공이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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