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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은 대한민국이 국민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 날로 기억될 것이다. 많은 생명이 침몰하는 선박에 갇혀 있어도 중계방송만 요란할 뿐 실제 구조 작업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살이 너무 세고 수온이 낮아 초동대처가 미약했던 것인데 정부를 비난만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헉슬리·조지오웰의 비교도 보인다. 우리 사는 세계는 감시와 부족이 아닌 정보의 홍수 속에 쾌락으로 통제된다고 주장한 헉슬리가 요즈음 세상에 더 들어맞는다는 얘기가 있다. 대형 사고가 나면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으로 실시간 생중계 되다보니, 충격도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살과 날씨 보다는 예산과 돈을 절약하려다 판단 미숙으로 사건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사고가 터지니 또 진보와 보수 혹은 친박 반박으로 편이 갈려 정쟁에 돌입하냐는 지적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선량한 승객들이 선내 방송을 따르다 사망했다. 기대를 받았던, 박근혜 정부는 고쳐야 할 "관행"을 바로 잡을 기회를 잃고, 겉으로 무언가 하는 시늉만 했다. 많은 이가 정부에 분노하는 이유이다. 

"타성과 옛 것"이 옳다는 신념 때문이었을까? 새 것 보다야 옛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 때문에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린 것일까? 무엇이 이토록 안일한 대처를 가능하게 했나. 

하늘 위 헬리콥터까지 왔으니, "구명조끼 입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따르는 편이 옳다고 믿었던 학생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줄 수 있는가. 정부가 하지 않고 선장과 선주가 저지른 일을 가지고 너무 나무라지 말라는 이도 있다. 그러나 무고한 승객들의 죽음을 방치한 정부를 두둔하는 이 누구인가, 의문이 생긴다. 혹시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비로소 청와대가 안보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까? 역시 의문이 생긴다.

매사 음양이 있듯 오늘날 번영 뒤에 그림자가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변명도 여전히 들린다. 거듭 생각해 보자. 어지롭게 정돈 안 되어 질서없는 세월호 사고의 뒷수습 상황이 바로 나의 모습 아닐까 하고. 우리가 본래 저런 무질서하고 무절제한데, 그걸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가깝게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선 유출 사고, 멀게는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때, 도쿄 전력과 일본 당국의 이어진 거짓말에 분노했고, 아시아나 항공사 직원들의 희생정신과 훈련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미 항공당국 관계자들의 책임회피성 대처를 비난한 적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만 나무란 격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세월호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들어있다. 우리가 부지불식 중에 거짓을 용인하고 서로 속이며,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생긴 일 아닌가.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결과가 아니고, 정부나 대통령 한 명의 탓도 아닐 수 있다. 여러 고리로 연결된 암울과 거짓, 보신주의의 끈을 자르기에 너무 타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국민 전체가 이미 썩어 빠져서 이런 꼴이 된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할 수 없다. 그런 식의 비관은 책임을 회피하는 물타기다. 명백하게 정부가 잘못한 상황을 국민 수준이 낮아 초래된 일로 초점을 흐려선 안될 것이다.

선전과 선동만이 수가 아니다. 정부와 관리자들이 늙어 병들었다. 앞으로도 무절제하고 참을성 없으며 앞만 보고 이익만을 챙기도록 훈련된 기성 세대들 관행에 젊고 어린 자녀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사고 메뉴얼의 준비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익 관계에만 매몰된 관행을 찾아 고치는 일이다.

선적량을 속이고, 배의 중량을 조작하고, 검사를 해야할 의무를 빨리빨리 그러나 "대충" 하는 관행과 절제 없이 전진만 강요하는 관리자 논리가 판을 치면 관행이 사회 전체를 죽일 때까지 깨닫지 못할 것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시민이 주장한다.

"지금이 중요한 분수령입니다. 국민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입니다. 여기서 꺾여 무력감, 패배감에 빠져 다 포기하든지, 아님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든지, 둘 중 하나일 겁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부조리, #정부, #초동대처, #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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