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매팅리 감독의 지나친 류현진 배려였을까, 아니면 선발 7이닝 투구 이후 브라이언 윌슨, 캔리 젠슨 특급 마무리로 이어지는 매팅리 '승리 방정식'의 붕괴였나.

두고 두고 아쉬운 경기를 펼친 다저스가 다잡은 물고기를 놓치면서 개막 3연승이 좌절됐다. 한국 시간 31일 오전 9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린 미 본토 개막전 선발로 나선 한국의 특급 괴물 류현진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도 불펜의 난조로 승리를 날려 버렸다.

류현진의 상대 선발 샌디에이고 앤드류 캐시너는 신인 답지 않게 빠른 공을 구사하며 다저스의 강타선을 무력화 했지만 5회초 다저스 7번 A.J 엘리스의 좌전 안타, 8번 고든의 볼넷 이후 급격히 흔들리며 칼 크로포드의 타점을 올리는 좌전 안타로 1점을 먼저 내주었다.

초반 흔들린 류현진... 3회부터 칼날 제구

이에 앞서 먼저 흔들린 쪽은 류현진이었다. 1회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류현진은 이날도 1회말 선두 타자 카브레라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어 2번 데노피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주자 1, 3루가 되어야 할 순간에 다저스 유격수 라미레스의 포구 실수로 주자가 무사 2,3로 바뀌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3번 헤들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4번 교코를 고의사구성 볼넷으로 만루로 채워 만루 작전을 펼쳤다. 이 작전은 류현진 특유의 병살 작전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샌디에이고 도우미 역할을 한 5번 알론소가 류현진의 초구를 건들여 투수 앞 땅볼이 됐고 류현진이 1-2-3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병살로 1회를 무실점으로 솎아냈다.

류현진이 1회에서 무려 21개나 공을 던지며 이처럼 위기에 몰린 것은 평소와 같지 않은 제구력 난조 때문이었다. 특히 바깥 쪽 공 제구가 흔들렸다. 더구나 체인지 업을 비롯한 변화구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템포마저 평소와 다르게 빨라져 상대 타선이 도와 주지 않았다면 1회 징크스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았다.

2회말에서도 위기가 찾아왔다. 6번 메디카가 친 볼이 투수 앞 땅볼로 느리게 오면서 기분 나쁜 선두 타자 안타를 맞은 게 화근이었다. 7번 베너블이 영리하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던진 공을 그대로 받아쳐 중전 안타를 때려 내 연속 안타를 두들겨 맞았다.

그러나 8번 리베라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 세우고 9번 투수 캐시너에게 번트를 대주어 아웃 카운트를 두 개로 늘렸다. 하지만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가 2사 2, 3루 위기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까다로운 타자 1번 카브레라를 공 네를 던지며 깔끔하게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때부터 류현진의 제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3회부터 류현진의 송곳과도 같은 칼날 제구가 시작됐다. 3회부터 7회까지 무려 5이닝을 모두 삼자 범퇴시키는 괴력투를 뿌렸다.

투구수도 88개로 완투 페이스였다. 지난해 5월 29일 LA 엔젤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이래 거의 1년 만에 완봉승을 기대해도 좋을 법했다.

매팅리 성급한 판단... 다저스 승리 방정식 붕괴

그러나 매팅리는 냉정했다.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는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다저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매팅리는 작년 다저스의 승리 방정식으로 통한 브라이언 윌슨(8회), 켄리 젠슨(9회) 책임지는 불펜 야구 가동을 지시한 것.

지난 호주 개막전 경기에서 발톱 부상을 당한 류현진을 보호하려는 감독의 배려가 숨어 있다고 보지만 류현진의 투구수가 1이닝 정도는 더 던져도 무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팅리의 이날 판단은 다소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턱수염 브라이언 윌슨은 8회 올라오자마자 주심의 턱없이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며 뭇매를 맞았다.

대타로 나선 스미스에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한 가운데로 몰린 공을 던져 관중석 중단을 맞을 정도로 큰 대형 솔로 홈런을 맞으며 류현진의 소중한 1승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타자 역시 대타 그란달에게 볼넷을 내주었고 교타자인 1번 카브레라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냈으나 1루수 곤잘레스와 충돌을 우려한 나머지 공을 놓쳐 무사 1, 2루 상황을 자초했다. 2번 타자 데노피아에게 기어코 2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고 아웃카운트 한 개도 못잡은 상황에서 3점을 내주고 말았다.

다저스 내야수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에서 3점을 순식간에 내주면서 '멘붕'으로 내몰린 탓인지 수비의 달인 1루수 곤잘레스가 3번 헤들리의 정면 타구를 글로브 측면에 맞추어 진루를 허용하는 에러를 범하고 만 것.

매팅리가 지난해 재계약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감독으로서 언제나 위기 상황에서 냉정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은 초보 감독으로서 아직도 멀어보였다. 브라이언 윌슨이 이렇게 두들겨 맞아도 다음에 내보낼 투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파코 로드리게스가 8회말 더 점수를 내주지 않고 막았기에 망정이지 점수를 더 주었다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주어 다저스의 초반 기세가 꺾일 위기를 맞을 뻔했다.

이날 1-3으로 다저스가 미 본토 개막전에서 패배한 것은 다름 아닌 돈 매팅리 감독의 판단력 부재가 빚어낸 참사로 기록돼야 마땅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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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31일 류현진 선발 경기
돈 매팅리 류현진 LA 다저스 샌디에고 파드리스 펫코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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