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보낸 사람> 김인권

영화 <신이 보낸 사람> ⓒ 태풍 코리아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북한 지하교인들의 참혹한 인권 유린을 그린 저예산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관객 40만 명을 넘어서며 손익분기점을 넘는 저력을 과시했다. 충무로에서는 다소 생소한 김진무 감독은 그동안 독립영화 진영에서 단편과 장편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었지만, 김인권·홍경인 등의 배우를 필두로 상업영화 진영에서 영화를 선보인 것은 <신이 보낸 사람>이 처음이다.

북한 지하교인들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신이 보낸 사람>은 기독교 영화로만 분류돼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뚝심 있는 연출력으로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통해 인권은 존중받고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영화가 진영 싸움으로 치우지지 않게 했다. 이는 대중들로 하여금 북한의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종교색을 띤 만큼 기독교에서도 이단으로 분류되는 신천지 영화가 아니냐는, 사실과 전혀 다른 논란도 제기됐고 그로 인해 마음고생도 심했던 감독이다. 그 모든 논란과 의혹의 시선을 이겨내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장기상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신이 보낸 사람>의 김진무 감독과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이제는 둘도 없는 영화 동지인 박진혁 프로듀서를 만났다.

- 손익분기점인 40만 관객을 넘어섰다. 소감은?
김진무 감독(이하 김): "손익분기점을 넘을 줄은 정말 예상도 하지 못 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북한인권과 지하교회의 실상. 이 두 가지 모두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라 손익분기점을 넘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너무 감사하다. 시기적으로도 좋았고, 마케팅도 잘 됐던 거 같다. 교계의 힘도 컸다." 

박진혁 PD(이하 박): "개인의 돈으로 제작된 것이라서 본전은 만들어야 했다. 투자해주신 대표님에게 죄송스러워서 심적으로 부담이 컸다. 잘 돼서 기분이 좋다."

- 단순히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충무로에서 흥행이 안 되는 소재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김: "충무로에는 데이터상으로 비인기종목으로 치부되는 소재들이 있다. 종교영화, 스포츠영화 등은 흥행이 안 된다는 식으로 투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천편일률적으로 특정 장르 영화만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게 지금 충무로의 숙제인 듯하다. 그런 면에 있어서 여러 가지 소재의 영화들이 균등하게 만들어지는 판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다.

<신이 보낸 사람>은 크리스처니티(Christianity)를 기본으로 하는 인권 영화로, 무협영화로 비유하자면 사파로 분류 될 수 있지만 그걸 뛰어 넘고 싶었다. 균형이 주요했고 어느 한쪽 진영의 싸움에서 비춰지고 소비되는 영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지는 영화가 되길 꿈꿨다. 저희의 판단과 기준들이 통했던 거 같아서 기쁘다. '관객들이 지금 이 시대에 요구하는 게 무엇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희망 같은 것을 보아서 좋다."

고2 때 영화로 만난 두 친구 "영화로 끝까지 함께 가고파"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만든 김진무 감독과 박진혁 피디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만든 김진무 감독과 박진혁 PD. ⓒ 조경이


김진무 감독과 박진혁 PD는 가락고등학교 동창이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농구를 하면서 처음 만나 영화제작반 서클을 만들어서 졸업할 때까지 다수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고교시절 만든 단편영화가 상을 휩쓸었고 두 사람은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김진무 감독은 상명대학교 02학번으로, 박진혁 PD는 서울예대 02학번으로 입학해 영화의 길로 더 깊고, 전문적으로 다가가게 됐다.

김진무 감독과 <신이 보낸 사람>을 함께 만든 박진혁 PD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로 처음 충무로로 들어와 제작부 일을 시작했다. <가루지기> <그림자살인> <카페 느와르> 등의 제작부에서 일했으며, 이후 프로덕션 슈퍼바이저로 <고지전> <타워> <감기> 등의 대작을 책임졌다.(프로덕션 슈퍼바이저는 영화에 투자된 돈이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 대작들의 프로듀서를 하다가 <신이 보낸 사람>과 같은 저예산 영화의 프로듀서로 나섰다. <신이 보낸 사람>의 살림을 운영하는데 중점을 둔 점은?
박: "자존심이 세서 돈이 적게 들어간 작품이라도 창피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김진무 감독 때문에 시작한 것은 맞지만 어차피 시작한 거 잘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한테 신세를 지더라도 당당하게 표현했다. '신세 좀 지자. 와서 해 달라'고. <타워> 스태프들이 많이 참여를 해주셨다. 이런 영화는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했기 때문에, 원치 않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는 게 일을 진행할 때 더 좋기 때문이다.

촬영 전날까지도 감독과 만나서 남은 돈과 써야할 돈 등 예산적으로 조율을 많이 했다. 상업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감독한테 잘 안 하는데, 어쨌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 예산적으로도, 연출적으로도 감독과 PD가 서로 공유를 많이 했다. 서로 최적의,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함께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 어떤 촬영이 가장 어려웠는지?
김: "용석(지용석 분)의 몸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었다. 전날까지 그 장면을 넣을 것인가 뺄 것인가 엄청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빠지게 됐을 경우, 영화의 전체적으로 손해 볼 것 등등. 저는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고, 박PD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고 했는데 결국 하기로 결정했다. 몸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너무 위험해서 스턴트맨을 써야 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그러지 못 했고 배우가 직접 해야했다. 한 테이크로 갔는데, 잘 소화해줬다. 위험천만했지만 굉장히 강렬하고 의미가 큰 중요한 장면이었다."

- 두 사람이 어떻게 처음으로 영화를 함께 만들게 됐는지?
김: "고2 때 영화가 하고 싶어서 영화제작반이라는 서클을 만들었다. 당시 2명이 서클 신청을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나고, 다른 한 명이 박진혁 PD였다. 그때부터 쿵짝이 맞았고 영화를 찍겠다고 당시 30여 명을 모았다. 당시 제가 좀 놀던 때여서 문제아 친구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학교에서나 주위에서 문제아 친구들이 모여 있는 서클로 비춰지기도 했다.

방과 후에 우리는 문제아 아이들을 찍으러 다녔다. 학교에서 난다 긴다 하는,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친구들을 따라 다니면서 촬영했다. 당시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싶었다.(웃음) 그래서 첫 작품은 10대들의 방황을 다룬 작품이 됐다. 고2 때 만든 그 작품을 8백 명이 봤고 교장선생님까지 보러 오셨다. 그 이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단편영화를 둘이서 계속 만들었다."

- 14년의 우정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 충무로에서까지 이어져, 감독과 PD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김: "<신이 보낸 사람> VIP 시사회를 할 때 운동화를 사러 갔는데, 둘이 같은 신발을 사서 신고 시사회장에 갔다(기자 주- 인터뷰를 하러 온 두 사람은 여전히 같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때의 일상과 공기,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박 PD와 함께 늘 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를 하면서 소소한 일들도 함께 공유해 나갔으면 좋겠다.

크게 어떤 욕심을 가지기보다 우리의 공동체가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소중한 것 같다. 누가 누구를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함께 가는 게 공동체 인 것 같다. 그런 공동체 개념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계속 찍을 수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예술 장르 중에 천재는 다 있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천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 바로 '영화'라고 박 PD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서로가 부족한 점이 많아도 함께 해야지만 한 편의 완성된 영화를 찍을 수 있다. 그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계속 임할 거다."

박: "아직도 충무로는 배고파서 하는 것이 영화로 통한다. 다른데서 돈을 벌어 와서 충무로에 와서 영화를 만든다. 배고파서 영화를 못 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그런 통념을 당연하게 인정을 하고 있다. 저는 감독이 여유를 가지고 창작하는 상황을 만들어줄 수 있는 PD가 되고 싶다. 영화가 직업이라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직업으로 돈을 벌고 먹고 살아야 한다면, 같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에 보탬이 되는 PD가 되고 싶다."

- 다음 작품의 계획은?
김: "현재 옴니버스 장편영화 <레디액션 청춘>(가제)의 한 챕터인 '소문'이라는 30분짜리 작품을 연출해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슈퍼주니어 동해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학생회장 선거의 발표를 앞둔 주인공 이정우가 자기 여자 친구와의 어떤 염문이 담긴 동영상에 대한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0대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죄의식, 비겁함에 대해 다뤘다."  

- 오는 5월 말에 두 사람이 아이티로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들었다.
김: "5월 말에 10일 정도 다녀온다. 이성미 집사님이 이끄는 온누리교회 연예인연합합창단(Acts29) 교인들과 함께 5월 말에 간다. 이번에는 배우 김원희씨가 리더다. 예전에 인도네시아 단기선교를 다녀왔는데 당시에는 정말 엄청 힘들었다. 근데 그때 기억이 많이 났다. 당시 유랑극단처럼 공연을 하는데, 저희가 공연을 한다니까 흙바닥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2백 여명의 아이들이 달려왔다. 이번에 아이티는 의료봉사를 기본으로 하고 저와 박진혁 PD, 정민규 감독이 함께 가서 영상 촬영을 하고 아이들의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서 보여주려고 한다."

신이 보낸 사람 김진무 박진혁 김인권 아이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