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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9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린 2014 세계평화영화제 (Peace on Earth Film Festival 2014)에 초청받아 지난 8일 첫 공식 상영된 다큐멘터리 <제주의 영혼들 (Ghost of Jeju)>이 미 서부지역 각 도시에서 상영된다.

세계평화영화제에서 Best Expose Documentary Award(최고 다큐멘터리)를 수상했고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미국 독립영화 감독 레지스 트렘블리가 제작한 8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이다. 제주 4.3항쟁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싸움까지 이어지는 제주의 아픈 현대사를 담고 있다.

감독 트렘블리가 제주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렘블리는 이전까지 환경과 사회 이슈와 관련된 TV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친구인 브루스 개그넌으로부터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 싸움에 대해 전해 듣는다.

개그넌은 '전쟁무기와 핵발전에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창립자로서 꾸준히 평화운동을 전개해오던 중이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제주 강정마을의 싸움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트렘블리는 흔쾌히 이 일을 맡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떠난 제주로의 여행을, 그는 '내 생을 바꾼 여행'이었다고 회고한다.

"제주를 방문하기 전, 노근리 학살을 취재했던 AP통신기자 찰스 헤인리 (2000년 퓰리처상 수상)를 인터뷰했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이게 얼마나 큰 덩어리의 문제인지 알고나 시작하는거냐고.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2012년 9월 제주를 방문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제주의 이야기를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1947년 4.3항쟁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재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67년 전 일어난 4.3항쟁에 선이 닿으며, 그 선의 뒤 배경에는 군사대국 미국의 전략이 있음을 영화를 통해 명백히 밝힌다.

이 영화를 만드는데 제주 4.3평화기념관으로부터 많은 자료를 제공 받았고, 시카고대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많은 정보를 주었다고 한다. 커밍스 교수와 올리버 스톤 감독도 이 영화에 출연한다.

트렘블리 감독은 강정마을의 싸움으로 해군기지가 무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아는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가 강정마을 사람들의 싸움과 그 이유를 알게된 이상, 그들과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 나는 이 영화가 더 많은 미국과 한국의 사람들이 강정의 싸움을 알리고 그들과 연대하길 바란다."

'제주의 영혼들' 미 서부지역 순회상영회에는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약골씨도 감독 트렘블리와 함께 한다. 그는 가수이자 평화활동가이다. 평택 대추리, 용산참사 현장, 철거농성장, 두리반 등지에서 활동하며 음반을 내고 평화인권을 지키는 활동을 해왔고, 제주 강정마을에는 2011년부터 함께 하고 있다. 트렘블리 감독이 2012년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했을 때 서로 알게 되었고, 작년 영화가 완성된 이후 온라인으로 계속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가 이번 행사에 같이 하게 되었다.

강정마을에서 직접 활동해온 그에게 이 영화에 대한 소견은 어떨까?

"이 영화는 제주 4.3 사건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이 전혀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다. 특히 4.3 사건에서 당시 미군정이 내린 직접적인 명령을 통해 제주의 양민들이 학살된 사실을 수많은 사료들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제2의 4.3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다는 점, 외부의 세력이 들어와 제주도민을 학살했다는 점, 사건이 진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순수한 양민들조차 빨갱이, 폭도, 공산주의자, 지금의 단어로는 종북 세력 등으로 매도된다는 점 때문이다."

강정마을 싸움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미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었고, 해군기지 공정률이 약 50%에 이른다고 하지만, 강정 주민들과 그 지지자들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해군기지 공사가 주민들의 반대와 종교인, 평화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백지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는 해군기지 공사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나가고, 한국의 평화 나아가 아시아의 평화에 이 해군기지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빌면, 인권과 평화 및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우리가 지난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처럼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강정마을의 운동은 다름아닌 생명평화운동이며, 한국이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가 살아있는 공동체로 가기 위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조약골씨는 영화제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이렇게 덧붙인다.

"조그만 마을 강정에서 시작된 평화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시고,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미 서부지역 순회 상영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3월 18일 오후 7시 : Berkeley, East Bay Media Center
3월 19일 오후 7시 : Los Angeles, Won Buddist Temple
3월 20일 오후 7시 : San Diego, Peace Resource Center
3월 21일 오후 1시 : Los Angeles, UCLA
3월 24일 오후 6:30 : Tuson, Most Holy Trinity Catholic Church
3월 25일 오후 6시 : Phoenix, Public Library Mesquite Branch
3월 28일 오후 6시 : Taos
3월 29일 오후 6시 : Albuquerque, Center for Peace and Justice
3월 30일 : Austin


태그:#제주의 영혼들, #GHOST OF JEJU, #제주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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