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남자프로농구 챔피언을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정규리그 4위 인천 전자랜드와 5위 부산 KT의 6강 플레이오프는 상대 전적 3승 3패가 말해주듯이 팽팽한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전자랜드는 플레이오프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듯 1,2쿼터에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반면, KT​는 후안 파틸로, 조성민, 전태풍이 전반에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손쉽게 경기를 이끌었다.

플레이오프다운 경기가 펼쳐진 것은 3쿼터, 전자랜드가 주장 리카르도 포웰을 앞세워 야금야금 추격을 시작했다. 홈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으며 맹추격을 펼친 전자랜드는 4쿼터 3분 30여초를 남기고 포웰의 3점슛으로 드디어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포웰의 연속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팬들은 다같이 전자랜드와 포웰을 외쳤고, 전자랜드 선수들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운이 살짝 엿보였다.

하지만, ​KT의 에이스 조성민이 경기 내내 침묵했던 3점포를 터뜨렸다. 정규리그에서도 전자랜드를 상대로 고전했던 조성민은 전자랜드의 밀착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슛을 던질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이 한 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멋진 패스플레이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김우람이 코너 3점슛을 성공시키며 바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전자랜드 선수들과 팬들의 기쁨은 채 1분도 지속되지 않았다. 이후 KT는 리드를 잘 지키며 6강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승리로 따내고 4강 진출에 한 발 앞서 나갔다.

오늘 KT의 승리 요인은 리바운드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3점슛이 강점인 KT이지만 전자랜드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활발한 외곽 공격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극적인 리바운드 싸움으로 전자랜드보다 8개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특히 경기 종료 2분여를 앞둔 공격에서 계속해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전자랜드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2점 뒤진 전자랜드는 경기 종료 9.9초를 남기고서야 겨우 마지막 공격 기회를 얻었다.

3점슛으로 역전을 노릴 것인가, 2점을 성공시켜 연장으로 경기를 끌고 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유도훈 감독은 포웰의 아이솔레이션을 지시했다. 슛을 성공시키던가 파울이라도 얻어 자유투를 얻으면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골밑까지 파고든 포웰의 마지막 슛을 아이라 클라크가 멋지게 블록해내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69-67, KT의 짜릿한 승리.​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포웰이 가장 확실한 공격 옵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상대편에서도 포웰이 공격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은 결과론적 이야기이고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4강에 진출할 확률은 94%이다. 하지만 확률은 확률일뿐, 전자랜드와 KT의 치열한 경기는 2차전에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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