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원씨가 4년 만에 감독으로 복귀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영화 <건국 대통령 이승만>(아래 이승만)의 심포지움이 열렸다. 애국 보수의 떠오르는 아이콘 정미홍씨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움에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서세원씨와 영화 제작사 애국(작명부터 예사롭지 않다) 프로덕션 관계자, 애국총연합회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대한민국사랑회 김길자 대표 등이 참가했다.

이 영화는 자유평화통일재단, 불교 애국단체총연합회, 기독교 이승만영화추진위원회, 대한민국사랑회 등 애국보수단체들이 후원, 투자한다.

 이승만 영화 만드는 서세원 서세원 감독 겸 목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승만 영화 만드는 서세원 서세원 감독 겸 목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양태훈


영화심포지움인가, 애국보수부흥회인가?

이날 심포지움에서 서세원씨는 "똥 같은 상업영화 때문에 한 국가와 시대, 민족이 잘못된 집단최면 상태에 빠지고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을 믿는 분이라 예지력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000만 명이 줄을 서서 우리나라를 지켜야 한다. 빨갱이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목 놓아 외쳤다.

그는 이어 "이념 싸움하지 말자, 좌익이니 우익이니 부끄럽다" "우리나라는 이념을 버리고 하나가 돼야 한다" "서로 욕하고 헐뜯지 말자. 이 영화한다고 이승만 나쁜 놈, <변호인> 나쁜 놈 하지 말자"며 "이 영화를 완벽하게 끝내고 싶다. 저 이 영화만 하는 것 아니다. 끝나면 김구 선생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을 후원하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나라가 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 영화가 30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이 잃어버린 건국 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서세원씨의 <이승만>을 열렬히 지지했다.

이날 서세원씨는 <이승만>에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할 것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외국인 역할이 굉장히 많아 미국 배우들이 필요한데 일류 배우로 포진하려고 한다"며 "우리 영화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뭐든지 일류로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프란체스카 여사 역할은 할리우드 혹은 독일 배우 중 최고의 여배우를 섭외하려고 이미 얘기가 시작되고 있다"며 "맥아더 장군과 하지 중장도 할리우드에서 제일 잘하는 배우로 캐스팅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할리우드 '일류' 배우들이 그의 영화에 출연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상당한 제작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애국프로덕션은 3천만 명의 후원자를 모아 오는 7~8월에 촬영을 시작해 2015년 8월 개봉한다고 한다. 심포지움인지, 부흥회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승만>의 제작발표회는 애국보수주의자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아마도 서세원의 <이승만>은 2015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가 될 듯하다.

서세원의 복귀가 기대되는 역설적인 이유

서세원씨의 '감독' 복귀는 솔직히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이승만>의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의 복귀 소식은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기량은 기대할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똥 같은 상업영화"가 나라와 민족을 잘못된 집단최면에 빠뜨리고 있다고 개탄했지만 과연 그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영화 <도마 안중근>의 한 장면. 서세원씨는 "자신의 과오를 반전시킬 계기로 삼기 위해서" <도마 안중근>을 연출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오히려 '과오'를 덧쌓고 말았다.

영화 <도마 안중근>의 한 장면. 서세원씨는 "자신의 과오를 반전시킬 계기로 삼기 위해서" <도마 안중근>을 연출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오히려 '과오'를 덧쌓고 말았다. ⓒ 소스원프로덕션


당대 최고의 인기 개그맨이었던 그를 일격에 격침시킨 1986년 <납자루떼>,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들을 모조리 3류 개그맨으로 변신 시킨 2002년 <긴급조치19호> 등 그가 제작, 연출한 작품들은 대부분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대재앙의 발자취를 남겼다. 물론 서세원씨가 제작한 작품 중에는 <조폭마누라>와 같이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학적 측면에서는 <조폭마누라>도 그의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도마 안중근>(2004)과 같은 매우 진지한 영화에서조차 일관성 있는 '망작'의 세계를 보여줬다(이 영화에 대해서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예의 상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서세원씨는 "자신의 과오를 반전시킬 계기로 삼기 위해서" <도마 안중근>을 연출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오히려 '과오'를 덧쌓고 말았다.

서세원씨가 <이승만>을 연출하기로 한 것은 어쩌면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의 복귀작이 다른 작품이었다면, 그것이 어떤 작품이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이라면 그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집단 최면 상태'에 빠져있는 애국보수주의자들이 투자, 제작하는 <이승만>이 어떤 영화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애국보수주의자들은 투자에 앞서 서세원씨의 과거 작품들을 반드시 찾아보기 바란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도마 안중근>은 꼭 감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서세원의 범죄 이력도 반드시 검색해 보기 바란다.(서세원씨는 2007년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어쩌면 애국보수주의자들에게는 영화가 안 만들어지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귀작이 기대된다. <이승만>이 개봉된다면 개인적으로 첫 번째 평론을 쓰는 영광을 그 어떤 비평가에도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 비평의 쾌감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나홀로연구소> http://blog.naver.com/silchun615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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