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프지 않고, 괴로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정도와 종류만 다를 뿐 다들 한두 가지 정도의 괴로움이나 아픔은 다 갖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아픈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괴롭고, 명예와 권력 때문에 갈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육아, 교육, 입시, 취업, 승진, 알코올 중독, 성적 무능, 부부나 가족 간 갈등, 병고, 간병, 자기혐오…, 돌아보면 온통이 보이지 않는 아픔이며 괴로움입니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치료를 합니다. 상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수술을 하고, 약을 먹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목을 대 고정시키거나 깁스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는 아프지 않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운동도 하고 보양식과 같은 음식을 먹고, 보약과 같은 약도 먹습니다.

길들여진 삶에서 벗어난 온전한 나로 <삶에서 깨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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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서 깨어나기>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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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깨어나기>(지은이 타라 브릭, 옮긴이 윤서인,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일상생활에서 상처받거나 괴로워하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상비약키트 같은 내용입니다.

먹고 나서 얼마쯤 지나면 바로 효과를 나타내는 해열제 같은 처방들도 들어 있지만 대부분은 느긋한 마음으로 장기간 복용함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한약과 같은 내용들입니다.

책은 어떤 이론이나 학설을 위주로 해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아픔이나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직접 부닥뜨리며 보고, 듣고, 경험한 체험적 사례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임상적 치유법입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래의 순서로 제시된 네 단계의 RAIN이 가장 도움이 된다.
R :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인식하라Recognize.
A : 삶을 있는 그대로 허락하라Allow.
I : 내면의 경험을 다정하게 조사하라Investigate.
N : 비동일시Non-identification

RAIN은 우리가 매순간 경험에 습관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을 없애준다.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든, 담배를 피우든, 강박적 사고에 골몰하든, 당신의 저항방식을 중요하지 않다.

내적 삶과 외적 삶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당신을 자신의 마음과 단절시키고, 살아 있는 이 세계와 실제로 단절시킨다. 첫 단계를 취하자마자 RAIN은 이 무의식적인 저항 방식을 소명 시킨다. -<삶에서 깨어나기> 120쪽-

저자가 책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는 비법 중 하나, 온전한 나로 깨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RAIN입니다. 후련하게 쏟아지는 비를 맞음으로 온 몸에 묻은 오물을 깨끗이 씻어지며 오롯한 내 몸이 드러나듯이 RAIN은 괴롭고 상처받았던 마음을 깔끔하게 치유해 줄 소낙비를 머금고 있는 구름과 같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상약키트처럼 여러 치유법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은 어떤 독특한 사람들만의 사연이 아닙니다. 나와 내 이웃 사이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며 사연입니다. 누구라도 부닥뜨릴 수 있는 생활 속 갈등이며 사는 이야기 속 괴로움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이야기들이라서 제시하고 있는 치유법들 또한 보편적이지만 적재적소를 명중시키는 활시위만큼이나 팽팽합니다.  

찌뿌듯한 몸처럼 형체가 불분명한 괴로움도 있습니다. 삐끗한 발목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넘어져 생긴 상처에서 일어나는 통증처럼 순간적으로 발현하는 분노 등 이런저런 형태로 우리의 삶을 좀 먹고 있는 온갖 괴로움을 원천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비상약키트처럼 이 책에 가지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대일 밴드를 붙이듯이 읽고, 해열제를 찾아 먹듯이 새기다 보면 상처 난 부위에서 새살이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맑아지듯이 길들여진 삶에서 벗어나 새롭게 깨어난 나,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