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편 (관련 기사:  "욕심 나는 배역 없었다...오로지 쓰레기뿐")에서 이어집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끝나고 완전히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대종상 신인상을 안긴 영화 <바람>이나 폭넓은 사랑을 받은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제외하면 이때까지 정우의 존재감이 기억되는 작품은 드물다. 이는 선택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끝'일 수 있는 연예계 속에서 그가 1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 왔다는 뜻이다.

언젠가 한 토크쇼에 출연한 정우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이유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응사>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제작진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었단다. "솔직히 말하자면 막연한 자신감, '근자감'이 있었다"는 정우는 "지금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관심을 받고, 약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이 자신감은 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응사>를 대할 때의 제 마음가짐과, <최고다 이순신>을 대할 때의 제 마음가짐과, <바람> 때나 <민들레 가족> 때의 마음가짐은 다 똑같아요. 다만 돌아왔던 여파는 조금씩 다르겠죠. 그 중 저에겐 <바람>이 가장 컸고, 대중적으로는 <응사>였을 뿐이에요."

"내가 90도 인사하는 이유? 사실 나 편하자고"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우와 사투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금도 사투리 연기는 자신있고 편하다"는 정우는 "한 번 여과하지 않고, 내가 얘기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어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간혹가다 '부산 출신이라 부산 연기를 잘하는 거 아니냐'는 분들이 있어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서울 분들은 서울사람 연기를 잘 해요? (웃음) 사투리를 잘 쓸 순 있겠으나, 그걸 연기하는 건 다른 것 같긴 해요." ⓒ 이정민


언제 어디서든 정우는 허리를 90도로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의 '폴더인사'가 담긴 사진 기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도 그에게 90도 인사의 이유를 물었을까. "팬들을 향한 감사의 표현도 분명 있다. 그와 동시에 내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그렇게 인사하는 것도 있다"고 입을 연 정우는 "늘 '겸손하자'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나 편하자고 그러는 거다"라고 미소 지었다.

동시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커진다는 정우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바람>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의 마음이 뚝뚝 묻어난다. "<바람>으로 상을 받고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었을 때, 연기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는 정우는 "아버지가 많이 그립다"고 했다. 또 최근 서울을 찾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는 정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평생 책임지겠다"며 "나 때문에 많이 희생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것저것 진짜 가릴 처지가 아닌데, 자꾸 제 고집만 피우던 때가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당시 소속사도 답답해했고, 아마 가족들도 '이건 정신 나간 놈이 아닌가'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가족들이)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대단하신 분들이죠. 저를 믿고 자시고가 아니라, 완전 '올인'을 했던 거죠.

얼마 전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응사> 결혼식 장면에서 5명의 남자 후보들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거든요. 그걸 소품 팀에 얘기해서 받았어요. 시간이 없어서 액자에는 넣어 뒀는데, 유리로 덮어놓지는 못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제 얼굴만 귀신 같이 허옇게 됐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그게 방구석에 있다 보니 먼지가 조금씩 쌓이잖아요. 어머니께서 당신 아들 얼굴만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으신 거예요.

어머니가 많이 속상해 하셨어요. 저도 또 속상해서 그땐 짜증을 냈는데,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 마음은 분명 그게 아니었을 텐데…. 말만 이렇게 하지, 돌아서면 불효해요. 좋은 옷 입혀드리고, 맛있는 것 사 드리고, 좋은 곳에 여행 보내드리는 게 다가 아닌데…. 더 잘해야죠. '잘 해드려야지' 하고 많이 되뇌고 있어요. 그래서 고향 집에 현수막이 걸린 것도…쑥스럽긴 해도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괜찮아요."

어머니와의 일화를 전하는 그의 눈에 어느새 물방울이 맺혔다. 이내 감정을 추스른 그는 다시 90도 인사 이야기로 돌아갔다.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어머니가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는 정우는 "가끔 주변에선 '그래도 배우인데, 멋있게 인사할 수 있지 않느냐'(라며 정우는 손만 척 내밀며 인사하는 장면을 재연했다-기자 주)고도 한다"며 "그런데 내 마음 편하자고 (90도로) 인사하는 거라, 앞으로도 그렇게 하는 게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배우 되고 싶냐고? 하던 대로 하는 배우"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가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정우는 "어색해질까봐 못 말하겠다"고 부끄러워하다가도 '이게 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대번 "송강호·한석규 선배님"을 외쳤다. 또 과거 춤을 추었던 경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는 "노래도 잘 하고, 연기도 잘 하는 양동근 선배님을 좋아한다.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이정민


<응사> 이후 쏟아지는 러브콜에 눈코 뜰 새 없었을 텐데도, 정우는 하나하나 언론사를 돌며 인터뷰를 소화했다. 그 와중에 밀려드는 사인과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사인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려 보이는 정우의 모습에서 '나 좀 떴다' 하는 자의식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응사>로 한창 주목을 받던 중 사생활 공개로 홍역을 치러야 했고, 종영 후에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찌라시'가 떠돌거나 차기작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 속에서 입을 닫고 자기 속으로 침잠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스케줄 차 공항을 찾은 그를 찍으러 가는 취재진을 향해서도 예의 그 90도 인사를 선보였고, 활발히 대외 활동에 나섰다.

이유를 묻자 정우는 "다 나를 보러 와 주신 거지 않나"라며 "예전에 내가 유명하지 않았을 땐 먼저 찍어달라고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았지만, 이젠 내가 어딜 나가도 주목받게 만들어 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가도 또 모른다.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정우는 "그렇다고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일적으로만 대하고, 인터뷰 때도 '네, 아니오'로만 답하면서 소통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어디서든 진심과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만큼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활발하고, 명랑하고, 조금은 주의가 산만했지만 춤을 좋아했던 1994년의 김정국은 질풍노도의 학창 시절을 거쳐 서른넷의 배우 정우가 됐고, 대중에게 '응답'받는 스타가 됐다. 하지만 정우는 어느덧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한 뿌리를 갖게 됐다. 그래서 목표도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지금처럼만 지내고 싶어요. 뭔가 특별히 각오를 다지는 게 아니라, 하던 대로 하고 싶어요. 하던 대로 하는 배우, 그게 제가 되고 싶은 거예요."

정우 응답하라 1994 응사 바람 최고다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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