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인공 원류환(김수현 분)이 남한에 간첩으로 파견되기 직전에 조국에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인공 원류환(김수현 분)이 남한에 간첩으로 파견되기 직전에 조국에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다. ⓒ (주)엠씨엠씨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남한과 북한은 한 민족이지만 서로의 땅을 밟지 못한다. 북한보다는 먼 나라 미국에 대해서 더 잘 아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가깝게 닿아 있지만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미지의 세계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고 풍문으로 전해 들었을 뿐이지만, <의형제>, <은밀하게 위대하게>, <량강도 아이들> 등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북한 교인의 탈북 작전을 그린 <신이 보낸 사람>도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그려낸 북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양실조는 필수, 평화로운 가정은 사치

북한을 그린 국내 영화는 대부분 식량난 등 열악한 환경을 담아냈다. 실제로 북한은 1995년 대홍수 이후 극심한 식량난으로 1년간 350만 명이 굶주림으로 이주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1998년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등이 북한에 조사단을 파견하고 쌀과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북한은 '기근 국가'로 묘사된다.

화목한 가정도 사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인공들이 간첩이 된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대와 동시에 가족들은 수용소에 수감되고 10년여가 흐른 뒤 이미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들이 먹고사는 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지만, 국가로부터 가족을 지켜내기도 힘든 곳이라는 것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크로싱>의 주인공 역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국경을 넘는다. 굶주림 때문에 폐결핵에 걸린 아내를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가지만 아내는 사망하고 아들은 수용소에 갇힌다. 주민들은 넝마 같은 옷을 입고 있고 쌀독은 밑바닥이 보인다.

실제 북한 주민이 그린 북한은?

 새터민 영화감독 김규민이 연출한 영화 <겨울나비>의 한 장면.

새터민 영화감독 김규민이 연출한 영화 <겨울나비>의 한 장면. ⓒ 웃기씨네


1999년 탈북한 김규민 감독이 직접 보고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한 영화 <겨울나비>는 극심한 배고픔에 정신착란 증세가 온 어머니가 아들을 들개로 착각해 탕을 끓여먹은 이야기를 담았다. 북한을 "꿈도 희망도 없는 세상"이라 표현한 김규민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힌 바 있다.

<겨울나비>에 등장하는 북한주민의 모습은 열악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어린아이가 요리사를 꿈꾸고, 친구와 뛰어 놀 정도로 살만하다. 하지만 극심한 식량난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기도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은 어머니가 아들을 잡아먹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출신 감독이 만든 또 하나의 영화가 있다. 남한 출신의 김성훈 감독과 북한 출신의 정성산 감독이 함께 제작한 <량강도 아이들>은 북한을 굶주림에 꿈도 희망도 없던 세상으로 그리던 기존의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파동 운동(학교에 구리를 모아 오는 것)·평양 견학 등 실제 북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담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북한 아이들이 남한으로부터 온 크리스마스 선물(로봇)을 얻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밝은 분위기로 풀어간다.

<량강도 아이들> 속 아이들은 밝고 희망적이다. 차에 넣을 휘발유가 없어 아픈 동생을 큰 병원으로 옮기지 못해 잃고, 키가 작다는 이유로 평양견학에도 가지 못하지만 우연히 얻게 된 로봇 하나로 행복해 한다. 남한 물건은 유입금지인 북한에서 로봇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이유로 아이들은 용서받는다. 게다가 춤을 잘 춘다며 출세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 속 북한은 굶주리고 가난하지만 인정 있고 살만한 세상이다.

2014년 첫 북한 영화 '신이 보낸 사람', 생존 넘은 자유 그려

 영화 <신이 보낸 사람> 포스터

영화 <신이 보낸 사람> 포스터 ⓒ (주)태풍코리아


기존 영화 속 북한 주민들의 삶의 가장 큰 목표는 그저 '살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4년 첫 북한 소재 영화인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의 성도들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은 신앙 때문에 1급 정치범으로 수용소에 끌려가고, 아내를 잃는다. 이후 그는 자유를 찾아 마을 주민들을 데리고 탈북을 계획한다.

연출을 맡은 김진무 감독은 "북한의 두만강의 물을 걷어내면 그 아래에 성경책이 가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년 동안 탈북자 북한선교단체 증언들을 바탕으로 북한 사회를 묘사했다는 그는 "북한에 대한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고 싶었고, 제대로 알리고 싶어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을 '세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이라 말한다. 영화에서 표현된 북한은 '탈출해야 하는 소굴' 같은 느낌이다. 북한은 개인이 신앙을 갖는 것이 죄가 되는, 자유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화를 토대로 한다고 해도, 영화라는 매체가 실제 북한의 모습을 100% 담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접 보지 않고 재현된 영상인 만큼, 과장이나 왜곡은 존재한다.

남북한 아이들의 우정을 목표로 기획된 KBS 2TV 예능 <별친구>에 출연한 새터민 청소년들은 선입견이나 호기심으로 북한에 대해 끊임 없이 묻는 남한 아역배우들의 행동을 불편해했다. 다소 갈등은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터민 친구를 사귄 아역배우 채상우는 "교과서에서 본 북한 아이들 같지 않았다"며 "남한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진짜 북한의 모습을 영화에서 비춰진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섣불리 이미지만으로 북한을 규정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진실과 왜곡을 구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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