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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2시 쯤,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 트위터에 영화 <변호인>에 대한 감상평이 올라왔다. 그리고 얼마 후 홍진호의 다른 트윗이 올라왔다. 자신은 일베를 하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니, "씁쓸찌릉찌릉하는거만 빼면~"이란 문구 중 '찌릉찌릉'이란 말이 소위 말하는 일베에서 사용되는 용어란 이유로 일베 이용자냐며 비난을 받고 있던 것이다.

사실 연예인들을 향한 이런 일베 몰이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예전에 아이돌 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이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일베 이용자로 몰렸던 사건도 있었고 인기 걸그룹 '크레용팝' 역시 일베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런데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었단 것을 우린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문제 삼는 발언들은 대체로 일베가 생기기 전 다른 누리집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었기에 일베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라 보기 어려울 뿐더러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인터넷 공간에서 보고 사용한 용어가 일베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일부 겹쳤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일베 이용자라 단정 짓는 것은 굉장히 단순하고 일차원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일베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용어란 이유로 그것을 우리가 일베 용어라 규정짓고 그 용어를 사용한 자들을 일베 이용자라고 낙인 찍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일베를 비판할 때 우리는 주로 그들의 반인권적 폭력성을 지적한다. 그 중에는 "전라도에서 오셨나?", "노무현 개XX 해봐" "5·18은 민주화 운동인가, 폭동인가?"와 같은 십자가 밟기를 강요하는 문화 역시 포함된다. 그런데 일베의 저런 폭력적 문화에 분노하던 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군부정권의 빨갱이 낙인 찍기에 분노하던 자들이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일베 낙인 찍기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분노는 거짓된 위선이었으며, 그들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베가 우리에게 사상 검증을 강요하면 안 되듯이 우리 역시 어떤 개인에게 '일베를 하느냐, 안하느냐?'라는 사상 검증을 강요해선 안된다.

개인이 일베를 하든, 하지 않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이며 일베 이용 유무를 남에게 드러낼 의무 역시 없기 없다. 만약 누군가가 비하의 목적으로 소위 말하는 일베 용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했을 땐 우리가 그에 대해 지적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일베 논란을 겪었던 어떤 연예인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일베를 비판하면서 일베를 닮아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어떤 연예인이 일베에서 비하 목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을 사용했다면 그 연예인을 무작정 일베 이용자로 몰아가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베에서 비하 목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니 앞으로는 최대한 주의해달라고 말해주면 된다. 이런 상식적 의사소통이 부재한 작금의 상황이 일베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적어도 우리는 일베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http://yonggary08.wordpress.com/에도 올린 글입니다.



태그:#홍진호, #일베, #일간베스트,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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