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저녁일일극 <루비반지>에서 이은지 역의 배우 김리원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2TV 저녁일일극 <루비반지>에서 이은지 역을 맡았던 배우 김리원.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꿈은 종종 현실에 부정된다. 무작정 꿈을 좇기엔 현실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많고, 그렇게 망설이다 꿈은 하루하루 어제의 것이 된다. 그런데 신인 연기자 김리원은 달랐다. 우연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꿈만을 따라갔고, 결국 그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큰 꿈을 꾼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일일드라마 <루비반지> 속 이은지, 그게 바로 김리원의 첫 배역이었다.  

'국악 바라기' 10년, '연예인 바라기' 리포터가 되다

우연히 TV에서 본 가야금 연주는 그때까지 취미로 가야금을 해 오던 평택 소녀의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그때부터 막연히 연주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김리원은 혼자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국립 국악중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무대에 서며 자신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다가 고3 때인가, 회의감이 들었어요. 한창 진로를 생각할 때였는데, '내가 악기를 계속 해서 대학생활을 하면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닐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수능을 두 달 앞두고 파격적인 선택을 했죠. 모든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악기만 한 10년 넘게 해 왔으니까요."

유일하게 그를 믿어주었던 것은 부모님이었다. 그들의 지원 속에 대학교(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에 입학한 그는 학창시절과는 사뭇 다른 에너지에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가 우연히 권유를 받고 방송 리포터가 되었던 것. "아무것도 모른 채로 첫 현장에 나갔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초인적인 힘'을 발견했다"는 김리원은 "한 연예인의 결혼식장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쫓아가서 질문하고 있더라"고 회상했다.

 KBS 2TV 저녁일일극 <루비반지>에서 이은지 역의 배우 김리원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섹션TV 연예통신>은 지상파 방송이다 보니 배우와 1대1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거든요. 그 분들을 뵐 때마다 '내가 꿈꿨던 게 이건가?' 싶었어요. 처음으로, 연기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죠." ⓒ 이정민


그 뒤부턴 일이 술술 풀렸다. 패기 넘치는 신입을 반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매니저도 없고 소속사도 없었지만 혼자 운전하고 의상을 짊어지고 현장에 나섰다.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MBC <섹션TV 연예통신>)까지 꿰찼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뭔가 허전했다. 김리원은 "(리포터를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국악을 포기하고 꿈꿨던 배우의 길과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리포터가) 잘 맞았고 재밌었지만, 계속 비슷한 일만 들어오더라고요. 시상식 레드카펫을 걸어오는 여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얼른 저 자리에 가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특히 <섹션TV 연예통신>은 지상파 방송이다 보니 배우와 일대일로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그분들을 뵐 때마다 '내가 꿈꿨던 게 이건가?' 싶었어요. 처음으로, 연기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만두고 대학로로 갔어요."

"경쟁 싫었지만, 이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남들이 소속사 오디션, 방송 작품 오디션을 보느라 분주할 때 김리원이 대학로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실력을 쌓아 오디션에서 본때를 보여주리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때부터 리포터 시절과는 또 다른 강행군이 시작됐다. 학업도 채 마치지 못했을 무렵이었다. 오전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 1시부터는 연극 연습을 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라며 수줍게 웃은 그는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대사를 외워야 해서 힘들긴 했지만, 보람은 있었다"고 말했다. 

 KBS 2TV 저녁일일극 <루비반지>에서 이은지 역의 배우 김리원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데렐라나 캔디 같은 캐릭터를 해도, 악역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이정민


그리고 또 한 번의 기회가 김리원을 찾아왔다. <루비반지>가 바로 그 기회였다. 주인공의 친구 역할로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마침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그에게 주변의 따뜻한 격려가 쏟아졌다. 친구들은 김리원의 실제 성격과 비슷한 배역을 두고 "연기가 필요 없겠다"고 타박하면서도 축하를 건넸고, 묵묵히 김리원을 응원했던 부모님 또한 '연예인'과 한 화면에 나오는 딸을 보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소 자극적이었던 드라마 내용에 대한 논란에도 딱 부러지게 소신을 밝히고, "예전엔 '누굴 이겨야지' '1등을 해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산 탓에 경쟁이 싫었지만, 요즘엔 좀 다르다"면서 "좋아서 하는 만큼 '경쟁'이라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눈빛을 빛내는 김리원. 진로를 바꾸고 다른 길을 갔어도 꿈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제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외국 배우 중에 맥 라이언을 좋아해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연기자로서의 목표에요. 맥 라이언이 1990년대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의 상징이었잖아요. 그처럼 신데렐라나 캔디 같은 캐릭터를 해도, 악역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으로 치면 공효진 선배님? '공블리'라는 말도 있잖아요. 외적으로만 예쁘고 귀여운 게 아니라, 연기적으로 뭘 해도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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