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열대 지역에 위치한 오키나와(沖縄)는 풍성한 여름 과일이 여행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수많은 열대 과일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은 다름 아닌 파인애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이 파인애플만을 주제로 해서 파인애플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섰다.

우리가 탄 버스는 오키나와 북부에 위치한 나고시(名護市)를 향했다. 오키나와에서 나하(那覇) 다음으로 큰 도시인 나고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건물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던 도시이다. 나고시의 건물들은 높지 않고 평평해서 뒤편 건물들이 보일 정도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적하다. 이 나고시에 파인애플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파인애플 파크(Pineapple Park)가 세워져 있다.

파인애플의 모든 것이 있는 오키나와의 명소이다.
▲ 파인애플 파크 파인애플의 모든 것이 있는 오키나와의 명소이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파인애플 파크 입구에서부터 익살스런 포토존이 있다. 커다란 플라스틱 파인애플 조형물과 파인애플 캐릭터가 사진을 찍고 가라고 반기고 있다. 계란같이 생긴 캐릭터는 마치 어린이가 그린 만화 속 캐릭터 같이 생겼지만 '멘소레(めんそ-れ)', 즉 어서 오라고 우리를 반기고 있다. 여행자들을 친절하게 응대할 테니 어서 와서 돈을 쓰고 가라는 것같이 보인다.

포토존 앞에는 붉은 글씨로 방문날짜가 박혀 있다. 오키나와는 관광지마다 이렇게 방문날짜를 표시해 두었는데 사진만 봐도 어느 날 찍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나는 아내와 함께 마치 아이들처럼 웃으며 사진을 남겼다.

파인애플 파크의 파인애플 농장은 '파인애플호'라는 자동 4인승 전기자동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다. 파인애플호 탑승장은 사진 엄금이라고 되어있는데 무엇을 찍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골프장 카트 같이 생긴 이 작은 자동차는 타지 않고 같은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바로 트로피칼 가든(Tropical Garden)으로 들어섰다. 작은 연못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청량감을 더하고 있다.

파인애플 파크의 작은 연못에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 파인애플 파크 연못 파인애플 파크의 작은 연못에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트로피칼 가든(Tropical Garden)은 조금 작기는 하지만 파인애플의 여러 종류와 함께 오키나와에 파인애플이 전래된 역사를 알려주는 곳이다. 파인애플이 가득한 정원 안에는 파인애플에 대한 안내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방송이 일본어로 나와서 나는 정원의 파인애플 역사에 대한 설명문을 읽었다. 설명문에는 친절하게도 한글 설명도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파인애플의 모종은 1866년에 오키나와 본섬 남서쪽의 이시가키(石垣) 섬 가비라만(川平湾)에 표착한 네덜란드의 표류선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하멜(Hamel)이 우리나라 제주도에 표착했듯이 당시 네덜란드 상선들은 일본 나가사키와의 왕래를 위해 수없이 오키나와 앞 바다를 왕래했고 그 중 상당수가 오키나와 앞바다의 거센 풍랑을 만났던 것이다.

1866년에 네덜란드의 표류선으로부터 파인애플이 전해졌다.
▲ 파인애플의 도래 1866년에 네덜란드의 표류선으로부터 파인애플이 전해졌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열대의 정원에 심어진 파인애플 나무는 내가 상상하던 파인애플 나무와는 완전히 달랐다.  파인애플은 야자수처럼 키 큰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배꼽 높이의 선인장 같이 생긴 나무 위에 파인애플 열매가 있었다. 파인애플은 마치 꽃이 피듯이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파인애플의 표면 색깔이 노란색이 아니라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었다.

작은 파인애플 열매들은 땅 위의 낮은 곳에 달려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파인애플'이라는 이름처럼 외양은 마치 커다란 솔방울처럼 생겼다. 작고 키 작은 나무에 파인애플이 떡 하니 붙어서 자라고 있고, 이렇게 작은 열매들이 커서 파인애플이 된다는 사실 또한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항상 보아온 아기 머리 크기의 파인애플이 아니라 지금 자라고 있는 주먹만한 어린 파인애플 열매였다. 마치 파인애플 모형을 일부러 나무에 걸어놓은 것 같은 작은 파인애플 열매는 정성들여 만든 미니어처 같이 귀엽게 생겼다.

작은 줄기 끝에 파인애플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이 신기하다.
▲ 파인애플 작은 줄기 끝에 파인애플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이 신기하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파인애플과 관련된 역사를 전시하는 파인애플 자료관에는 파인애플 파크의 변천사를 알려주는 기록사진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소화(昭和) 54년'에 찍었다는 사진이 있는 것을 보니 적어도 1979년 이전에 세워진 꽤 오랜 역사의 테마파크임을 알 수 있다. 현재 파인애플파크 건물의 외양이 완성된 것도 20년 전의 일이다. 수십 년 동안 이 파인애플 파크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와서 파인애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수많은 파인애플 상품을 사 갔을 것이다. 브라질이 원산지인 이 열대과일이 머나먼 오키나와에서 만개하고 있었다.

파인애플의 여러 종과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트로피칼 가든 파인애플의 여러 종과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파인애플 파크는 파인애플을 이용해서 만든 다양한 먹거리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곳이기 때문에 파인애플 제품 판매장에서 마음껏 파인애플의 맛을 음미해 보기로 했다. 이곳은 시식의 천국이기에 다양한 파인애플 제품들을 한 개씩만 먹어보아도 파인애플로만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유명한 곳이다.

전시관 안에는 시식용 파인애플 조각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다. 여행자들이 너무나 많이 밀려들기 때문에 한 직원은 옆에서 쉴 새 없이 계속 파인애플을 자르고 있다. 나는 파인애플 여러 조각을 계속 집어 먹었다. 방금 자른 파인애플이라서 달콤하고 싱싱하다. 파인애플 특유의 신맛은 균형이 아주 잘 잡혀 있고, 어떻게 이렇게 달콤한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과일의 즙도 많고 향이 아주 향긋하다.

육즙이 많고 달콤한 파인애플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 파인애플 시식 육즙이 많고 달콤한 파인애플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전시관 중간 중간에는 오키나와의 파인애플 역사가 함께 전개된다. 원래 이 파인애플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발을 딛기 오래 전에 브라질의 원주민들이 즐기던 열대 과일이었다. 브라질에서 중앙아메리카로 퍼져나갔던 파인애플은 멕시코에까지 전래되어 콜럼버스로 대표되는 유럽인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작은 전시물 중에는 세밀한 일본인들답게 파인애플 상품의 라인업, 파인애플을 잘라 먹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까지 전시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곳에는 온통 파인애플과 관련된 자료들만 전시 중이다.

오키나와에 파인애플이 전파된 역사를 보여준다.
▲ 파인애플의 전파 오키나와에 파인애플이 전파된 역사를 보여준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산처럼 쌓아둔 파인애플 조각의 더미는 앞으로 펼쳐질 엄청난 시식의 향연의 시작이었다.  이제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다양한 파인애플 먹거리들이 다양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파인애플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먹거리들이 마치 종합백과사전 같이 모두 모여 있다. 파인애플로 만든 정말 많은 상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엄청난 오미야게(토산품)의 가짓수를 보면서 역시 일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산품을 판매하기 위한 곳이지만 나는 공짜로 먹으면서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아내와 나는 시식용 파인애플들을 간식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먹었다.

파인애플 와인 오크통이 가득 쌓여있는 방을 지난다. 전통을 가진 포도 와인하우스의 오크통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의 파인애플 재배농들이 파인애플을 가지고 와인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다음 방에서는 우리 눈 앞에 파인애플로 만든 각종 와인이 늘어서서 나왔다. 와인 병도 전형적인 길다란 와인 병 뿐만 아니라 파인애플 체형을 닮은 동그랗고 울퉁불퉁한 체형의 와인 병이어서 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예쁜 파인애플 와인 병의 크리스탈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파인애플로 만든 와인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 파인애플 와인 시음 파인애플로 만든 와인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이 파인애플 와인은 종류별로 전부 시음이 가능했다. 아내도 전시관 안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여러 와인을 찬찬히 시음하고 있다. 파인애플 와인은 희거나 약간 노란색인데 마치 포도주 와인 같이 붉은 색의 와인도 있다. 이 붉은 와인은 파인애플과 포도를 섞어서 만든 붉은 와인이었다. 도수가 거의 없어서 음료수 맛과 같은 와인도 있다. 파인애플 와인은 병 모양도 다르고 알콜 도수도 모두 다르지만 맛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파인애플이 워낙 맛이 달기 때문에 파인애플 와인은 포도 와인보다도 당연히 맛이 더 달콤하다. 파인애플 와인 맛은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도 좋아할 정도로 달달한 맛이 난다.

이곳은 파인애플 파크가 아니라 마치 파인애플 와인 체험공장 같다. 투명한 플라스틱 시식용 작은 컵을 들고 파인애플 와인을 받아 마신다. 와인 시식을 위한 플라스틱 컵들이 층을 이루어 가득 쌓여 있고, 와인 시음을 하는 곳이 모두 4곳이나 될 정도로 많아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이곳에서 시음으로 주는 와인을 계속 마시면 취할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소주잔만한 플라스틱 잔을 한잔만 가져온 것이 실수였다. 컵 안에서 여러 와인의 맛이 조금씩 섞여버린 것이다.

설탕을 넣지 않은 순수 파인애플 주스는 파인애플 진액만 넣어서 고급스런 병과 종이박스 에 담겨 있고, 가격도 주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점원들이 이 비싼 파인애플 주스를 마셔보라며 한국말을 조금씩 한다. 이들의 친절함은 어색하지 않다. "먹어 봐요. 맛있어요!"라는 한국말을 쉽게 하면서 웃는데 밉지 않은 인상들이다. 나는 주스 역시 마음껏 마시고 가는 곳마다 다 받아 마시고 다 받아먹었다.

카스테라에 박힌 파인애플의 맛이 시원하다.
▲ 파인애플 카스테라 카스테라에 박힌 파인애플의 맛이 시원하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파인애플 카스테라는 이곳 오키나와만의 새로운 시도였다. 오키나와에서 가까운 나가사키에 전래된 카스테라의 명성과 오키나와의 맛스러운 파인애플을 접목한 것이다. 금박 입힌 황금 파인애플 카스테라는 오키나와 여행자들의 인기 있는 여행선물이기도 하다. 진짜 파인애플을 카스테라에 박아 넣고 금가루를 송송 뿌려 놓았다. 파인애플 카스테라를 먹고 파인애플로 만든 와인을 마시니 맛이 잘 어울린다. 점원들이 주는 카스테라를 모두 먹어서 나는 이곳에서 예상치 않은 과식을 하였다.

일본 사람들은 워낙 지역 한정상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키나와에서만 살 수 있다는 파인애플 기념품을 양손 가득 사가고 있다. 바삭바삭한 과자를 파인애플 향이 가미된 화이트 초콜릿이 감싸고 있는 파인애플 초콜릿, 알콜 성분이 없는 파인애플 와인으로 만든 케이크, 세계적 권위의 식품 품평회인 몬도 셀렉션(Monde Selection)에서 금상을 수상한 파인애플 과자, 병아리 같은 노란 얼굴과 몸통에 초록풀이 달린 귀여운 파인애플 인형도 있다. 오키나와 미녀들에게 팔았다는, 파인애플을 숯으로 만들어 제작한 비누까지 있을 정도이니 파인애플을 이용한 이들의 상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오키나와의 지역 특산물인 파인애플이 잘 팔려나가고 있다.
▲ 파인애플 오키나와의 지역 특산물인 파인애플이 잘 팔려나가고 있다.
ⓒ 노시경

관련사진보기


파인애플 파크와 같이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테마파크는 지방 도시들의 미래 사업으로 유망한 시설이 아닐까 싶다. 박물관을 만들어 특산품을 소개하고 특산품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함께 모아서 판매하면 우리나라의 지역농가 소득에도 정말 유익할 것이다. 파인애플 하나로 한 우물만 판 이 파인애플 파크의 힘겨운 노력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나는 작은 유리병에 담긴 파인애플 잼을 사 왔다. 집에서 두고두고 먹는데 맛도 좋고 오키나와의 바다도 자꾸 생각이 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세계 여행기 약 300편이 있습니다.



태그:#일본여행, #오키나와, #나고, #파인애플 파크, #파인애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