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앨범을 발표한 개그맨 이동우

재즈 앨범을 발표한 개그맨 이동우 ⓒ SM C&C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그룹 틴틴파이브로 인기를 얻었던 개그맨이자 가수인 이동우(43)는 최근 또 한 번의 소중한 경험을 했다. 재즈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 무대에 오른 것.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가르침을 받으며 재즈를 접하게 된 그는 무대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공연장을 찾은 스승 웅산은 이동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서서히 시력을 잃고부터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집 밖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그에게는 도전이 되었다. 하지만 이동우는 "나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고, 운도 좋은 사람"이라고 미소 지었다. 지난 22일 첫 콘서트를 마친 이동우를 서울 중구 평화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재즈 앨범 발표..."스승 웅산 말대로 축복 받았다"

이동우에게 재즈는 '운명'과도 같았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PBC <이동우, 김다혜의 오늘이 축복입니다>에서 게스트로 인연을 맺은 웅산은 이동우에게 "재즈를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면서 먼저 다가왔고, 이동우는 오랜 망설임 끝에 웅산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동우는 "쉰 정도가 되면 노래다운 노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꿈이 일찍 이뤄졌다"면서 "재즈를 만나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힘들지 않았느냐고요? 장애가 생기고 나서부터 뭔가 힘들고 불편하고 저를 가로막는 것을 불평하지 않게 됐어요. 일상에서 뭘 하든지 늘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이제는 다만 '어떻게 하지' 하기보다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라고 생각하죠. 웅산 선생님이 밴드(소울재즈트리오)를 세팅해주셨는데요. 저를 중심으로 인간적인 교감, 음악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멤버들을 찾아주셨어요. 연습할 때마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한때는 세상을 탓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지만, 다시 문을 열고 돌아온 순간부터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누구나 지독하게 아프고 나면 조금은 차분하고 겸허해진다"고 전한 이동우는 "처음엔 이유 없이 찾아온 장애 때문에 많이 슬프고 아팠지만, 지금은 그 장애가 오히려 감사하다"면서 "마음을 달리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라고 미소 지었다.

"고 크리스토퍼 리브 보며 '슈퍼맨'의 위대함 느껴"

 재즈 앨범을 발표한 개그맨 이동우

"저 역시 '슈퍼맨'이라고 말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자신 있게 타이틀을 붙였던 이유는 고 크리스토퍼 리브 때문이었어요. 전신 마비라는 장애를 입고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걸어갔잖아요. 그 모습에 더 많은 의미를 둔 겁니다." ⓒ SM C&C


그는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열기에 앞서 철인3종경기에도 출전했다. 2014년 봄에는 창작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슈퍼맨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기자는 이동우를 '슈퍼맨'으로 칭하는 데 주저하게 됐다. 그가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슈퍼맨'이라는 단어가 그에게 또 다른 굴레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이동우 역시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갈등이 100% 없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겠죠. 성직자라고 해도 자기 안에 충돌과 갈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마음이 더 큰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 역시 '슈퍼맨'이라고 말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자신 있게 타이틀을 붙였던 이유는 고 크리스토퍼 리브 때문이었어요. 전신 마비라는 장애를 입고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걸어갔잖아요. 그 모습에 더 많은 의미를 둔 겁니다."

TV보다 따뜻한 매체인 라디오로 매일 세상과 소통하는 이동우는 끊임없이 운동하고, 먹을거리를 꼼꼼하게 챙기며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다.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기보다 자신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그는 "장애인들이 유독 아플 때 아프다고 말을 못 한다"면서 "아픈 사람의 권리가 있는데 끝까지 숨긴다"고 아픔이 곧 약점이 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에게는 '마음의 눈' 뜨게 한 친구가 있었다

 재즈 앨범을 발표한 개그맨 이동우

"사람들이 제게 '꿈이 뭐냐, 계획이 뭐냐'고 많이 물어요. 지금은 '제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잘 가꿔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싶다'는 게 저의 소망입니다." ⓒ SM C&C


이동우가 처음부터 이렇게 활동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흔히 '눈이 안 보이면 마음의 눈으로 본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시각 장애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면서 "내가 진정으로 마음의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임재신이라는 친구 덕분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근이영양증이라는 근육병을 앓는 임재신씨는 이동우의 콘서트에도 초대됐다. 이동우는 콘서트 말미, 무대에서 내려가 무릎을 꿇고 임재신씨와 눈을 맞추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요즘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고 있어요. 그 영화의 주인공은 2명이에요. 저와 임재신이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제안이 있었고, 감독님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졌기에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었습니다. 임재신은 지난 2010년, 뜬금없이 제게 '눈을 빼주겠다'고 연락한 첫 번째 친구예요. 전화를 받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사실 안구 이식은 불가능해요. 각막 이식까지만 가능한 게 현실인데, 수술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전 (임)재신이에게 (안구를) 받은 거고, 그분은 제게 준 겁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움직일 수 없는 임재신씨에게 남은 것은 눈밖에 없었다. 이동우는 "나는 그것(눈) 하나만 없는 사람이고, 재신이는 그것밖에 없는 사람인데 그걸 내게 주겠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그 후로 인연이 됐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해졌다"고 고백했다. 이동우는 임재신씨를 두고 "내 삶을 바꾼, 마음의 눈을 뜨게 한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동우는 "재신이와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얻게 된 '마음의 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제게 '꿈이 뭐냐, 계획이 뭐냐'고 많이 물어요. 지금은 '제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잘 가꿔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싶다'는 게 저의 소망입니다. 전 전쟁과 싸움을 정말 싫어하는데요. 이와 함께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더 크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이미 한계를 맛봤고, 끝을 봤습니다. 언제든지 그런 한계와 끝이 제게 올 거라는 걸 알아요. 적어도 그때까지는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프로가 되어야겠죠.(웃음)"

이동우 틴틴파이브 내 마음의 슈퍼맨 임재신 망막색소변성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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