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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부터 갑자기 턱을 움직일 때마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음식을 씹을 때나, 입을 벌리다가, 아침에 일어나 하품을 하다가도 나에게 찾아온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턱에 이상이 생겼음을 나타내는 소리였음에도 나는 '아프지도 않고 그냥 딱딱 소리만 나는 건데 무슨 큰 문제 있겠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딱딱' 하고 나던 소리에 익숙해지고 점차 그 소리에 무던해지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평소와 같이 하품을 하려 했는데 턱의 양 옆이 꽉 조여진 듯해서 손가락 2개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놀라 병원에 가보니 턱관절장애라는 낯설고도 무서운 병을 진단받았다.

내게 턱관절장애에 대해 설명해주시던 의사선생님께선 내게 일상생활 습관을 물어보기 시작하셨다. "혹시 잠자고 나서 일어나보면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나요?", "평소에 턱 괴거나 이를 악물고 있는 행동을 자주 해요?, "두통이나 귀가 꽉 찬 거 같은 느낌을 받은 적 있어요?" 등 하나같이 내가 "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었다.

내 대답을 듣던 의사선생님께선 이윽고 "턱관절장애는 무엇보다도 일상의 행동으로 인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내원하는 80~90%의 환자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해보면 대부분 '예'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죠. 턱을 괸다거나, 이를 악문다거나, 손톱이나 입술을 뜯는 행동을 자주하다보면 턱관절에 보통보다 2~3배의 힘을 가해져서 턱관절이 손상되어 이런 턱관절장애를 유발하는 겁니다.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일상의 습관을 바꾸는 게 좋아요"라며 내게 자제해야 할 행동들을 알려주셨다.

노래방도 못 가고 김장김치도 맛있게 못 먹고...

'턱 괴지 말기', '이 악물지 않기', '단단하고 질긴 것 씹지 말기', '입술이나 손톱 물어뜯지 않기' 등 내가 일상에서 무심코 하고 있던 행동들이 내 턱에는 크나큰 해를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행동에서 비롯된 턱관절장애로 인해 나의 일상습관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턱관절장애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은 식습관이었다. 질긴 음식이나 단단한 음식을 피해야 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자주해주시던 오징어채볶음이나 딱딱한 콩자반에 젓가락을 가져갈 수 없었고, 얼마 전 집에서 김장을 하였을 때도 입을 크게 벌리면 '뚝뚝' 하고 나는 소리에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게 먹던 쌈도 나는 배추 따로 고기 따로 먹어야만 했다.

또한 턱관절장애는 내게 식습관 외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까봐 손톱을 바짝 깎기도 하고, 침대에 엎드려서 책을 보던 습관도 소파에 앉아서 보는 습관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턱관절장애를 얻은 후에 특이한 변화로는 노래방에 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진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무 문제없었는데, 턱관절장애가 생긴 후 부터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뚝뚝' 하는 소리와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 전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서 가사를 놓치기 일쑤였고, 이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보다 노래를 듣는 청중 역할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내게 많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온 턱관절장애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그냥 넘어가지 말자'라는 것과 '내게 편한 것이 나를 해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뚝뚝' 하고 나던 소리에 "안아픈데 뭐 어때, 지내다보면 사라지겠지" 하고 대수롭게 넘기지만 않았다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턱을 괴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던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지금 같은 생활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태그:#턱관절, #턱관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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