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편하게 있어'에 직장인들이 '폭풍 공감'하고 있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의 집에 간 부하직원은 빨리 귀가하고 싶지만 상사는 "편하게 있어"를 연발하며 더욱 힘들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구했지만, 상사에게 치이고 후배에게 쫓기며 늘 동분서주한다. 카드 값과 보험료, 대출금 이자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통장 잔액. 가족 앞에서도 어깨를 펴지 못하고 갈수록 왜소해진다.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직장인이 겪는 애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기자주

"아, 정말… 입고 갈 옷이 없네…."

며칠 전,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는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옷이 없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의상들이 빼곡한 드레스 룸에서 옷을 골라 입는 한남동 며느리까지는 아니지만, 옷장이 미어터질 듯한데 옷이 없다니…. 이건 정말이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의상전문가가 논문이라도 한 편 써서 풀어야 할 최대의 미스터리다. 

뭔가 잔뜩 들어 있기는 한데, 아침에 옷장 문을 열어보면 다 거기서 거기란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품평회도 아닌데, 아내는 벌써 비슷비슷한 옷을 놓고 30분이나 씨름을 하고 있다.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을 보니, 시간은 이미 흘렀지만 지각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비호감의 후줄근한 옷을 고르느라 늦는다면 더욱 싫은 것이리라.

그래서 혼자 어깨를 들썩거리며 하소연하고 있는 아내 뒤에서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여보, 오늘 직장에서 무슨 행사 있어? 그게 아니면, 며칠 전에 백화점 가서 세일할 때 산 옷 있잖아. 그거 입고 가지 그래?"
"뭐? 조용하시고, 당신이나 많이 입으셔~!"


예전에 매장에서 입어 봤을 때는 맘에 들고 예쁘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 다시 입어보니 별로란다. 그러고 나서는 다른 옷을 권유하면 "또 그걸 입으라고?"라며 반문한다. 역시 무엇을 권유해도 무용지물이다. 여전히 "이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옷장은 미어 터지는데, 출근할 때 입고 갈 옷이 없다니?

아내가 입을 출근 의상에 대해 "옷이 이렇게 많은데 왜 입을 게 없어?"를 외쳤던 이 불편한 상황,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는 요즘 직장에서 스트레스로 이만저만이 아닌데, 출근 의상 선정 스트레스까지 받으니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옷차림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고민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시 남자들에게 매력을 끌지 못하는 옷차림을 하게 될까 두려운 것일까?

'오늘은 뭘 입지?'

여성 직장인들이 늘 고민하는 최대의 걱정거리가 아니겠는가? '오늘 점심은 뭘 먹지?'에 버금가는 최대의 스트레스임에 분명하다. 일만 잘하면 되지, 그깟 의상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의상은 목숨과도 같다. 최신 패션을 좇아 정결하게 코디된 모습을 보여주어서 나쁠 것이 없고, 본인만의 특별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차림새만큼 확실하고 용이한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출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 무척 신경을 쓰고 나온 경우가 많다. 스키니와 심플한 상의에 외투 하나 걸치는 게 보통이지만, 명품 가방에 정돈된 화장 등 분위기만은 남다르다.

그나마 남성들은 버틸 만하다. 특히 30대가 넘어가면 아내와 아이들 것 챙기느라 본인의 옷은 챙길 여유도 없다. 또 특별히 외모가 받쳐주지 않더라도 정장만 대충 걸쳐 입어도 연봉까지 꽤 있어 보이는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다.

문제는 여성들이다. 특히 20~30대 직장인 여성들, 진짜 고민 많다. 의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동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스타일을 구사해 보지만, 30대가 넘어가니 늘어난 뱃살과 허릿살이 또 문제다. 이걸 커버하려니 결국 조금 비싼 옷으로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게 대부분의 해결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꾸며도 잘 보일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이렇게 출근의상을 고민한들, 막상 사무실의 현실은 전부 아저씨들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춥다는 이유로 검정 점퍼 하나만으로 며칠째 출근하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다.

허겁지겁 '패션테러' 출근길, 꼭 이런 날엔 약속이 잡힌다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고민 끝에 입고 출근한 옷이 하필이면 옆 부서 동료와 똑같다는 이 불편한 진실. 아, 정말이지 왜 옷은 사도 사도 입을 것은 없는 것일까? 분명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은 이걸 입어야지' 하며 잠들었는데, 막상 아침에는 또 다시 뭘 입을지 고민하다 시간만 보내고 만다.

결국 평소에 자주 입던 옷을 또 입고 헐레벌떡 나갈 수밖에 없었다. 출근하면서 '아, 이건 완전 패션 테러야!'하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꼭 이런 날 약속이 잡히고 만다. 다른 변명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물거리다 거절도 못 하고 그만 약속을 잡고 말았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오니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그렇다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집까지 다시 갈 수도 없고, 이렇게 집이 그리워지기는 처음이다. 어디 그뿐인가. 진짜 아침에 너무 바빠서 거울 볼 시간도 없이 막 주워 입고 머리도 못 감고 왔는데, 젠장 부서 회식이란다.

최근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 연예인들의 패션 스타일과 비슷하게 가꾸려도 해도 그게 말처럼 또 쉽지가 않다. 정말이지 이번 달에는 입고 싶은 옷 한번 마음대로 사고 기분전환도 하고 싶다. 하지만 다음 달 카드 명세서와 아이의 얼굴을 생각하니 차마 또 그럴 수가 없다. 언제나 돈이 문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 월급은 금액만 찍혀 있고 결코 만질 수 없는 '사이버 머니'가 아니었던가. 실제 낮은 연봉에도 친구들 앞에서는 "그것보단 더 받아!"라고 호언장담했건만, 역시 월말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통장의 잔고. 특히 신용카드는 월급날만 되면 잘라버리고 싶지만, 그나마 이거라도 없으면 당장 스타킹 한 장 사기도 힘들다.

혹시라도 상여금이라도 나오는 달은 또 쥐도 새도 모르게 또 사라진다. 이러니 여성들은 일 년 내내 돈은 번다지만, 막상 옷을 사 입으려면 '고민+근심+걱정+스트레스'에 죽을 맛이란다.

직장에서 복장을 단정하고 청결하게 갖추는 것은 물론 회사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 선이라면 무난하다. 혹시라도 동료의 아줌마 패션이 눈에 빤히 보여도, 우리에겐 그냥 모른 척, 예쁜 척 추어주는 아량도 필요하지 않을까. 왜? 우리 모두는 다 같은 직장인이니까. 어울린다는 말 한마디로 상대방이 출근 복장 스트레스에도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출장을 다녀온 후, 피곤한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도 '내일 뭘 입고 가지?' 하는 걱정부터 하는 여성들이여. 아직도 내 품으로 달려올 쇼핑몰 택배를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가. 하지만 명품 의상을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진리를 명심하자. 늘 활짝 웃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여직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남자는 아마 없으리라.


태그:#직장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