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오은수.

▲ 이지아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오은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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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가 1968년 데뷔 후 무려 45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인물들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을 기반으로 한 그의 '대사의 힘'은 일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항상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드라마계의 혁명을 일으키면서도 앞뒤 상황 없는 막장 구조를 배제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갖춘 드라마를 집필한 그의 필력은 그의 최고의 전성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그가 아직도 최고의 작가 타이틀을 고수하는 이유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역시 김수현 드라마라는 브랜드를 통해 화제성을 모으며 시작을 알렸다. 서태지와의 결혼 스캔들로 숨겨왔던 과거가 드러난 이지아를 캐스팅한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김수현 드라마는 언제나 그랬듯, 배우보다 작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던 까닭이다.

그리하여 김수현은 그동안 그의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무소불위의 힘을 바탕으로 윤여정, 이승연 등 스캔들에 휘말린 여배우들을 적극 활용하며 그들의 복귀를 도왔다. 그들 역시 김수현 드라마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지아도 그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됐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시청률은 첫 방송 시청률 10.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이래로 8~9%대를 오가며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김수현 드라마의 저력은 앞부분 보다 뒤로 갈수록 발휘되는 경향이 짙다. 그동안 그의 드라마들은 인물들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후반부 지점에서 의례히 시청률이 폭발하고는 했다.

하지만 주인공 이지아가 연기하는 오은수 역이 호감 캐릭터로 변모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물론 여기에도 김수현 작가의 노림수가 있다. 오은수로 인해 언니인 오현수(엄지원 분)와 갈등상황이 초래되고, 자신의 친딸을 되찾으려는 그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전남편 정태원(송창의 분)은 물론, 현재 남편 김준구(하석진 분) 그리고 나아가 시댁과의 갈등도 생겨난다. 한마디로 오은수는 주요 갈등의 구심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주인공에 대한 공감도에 있다.

공감 이끌어내지 못하는 오은수...이지아에게도 '독'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오은수의 딸 정슬기(김지영 분)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오은수의 딸 정슬기(김지영 분) ⓒ SBS


24일 방영된 6회에서는 오은수가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아직 젊다. 다시는 남자 안 만나고 늙어 죽을 수는 없다. 좋은 짝과 같이 여자로서 살고 싶어 하면 안 되는 것이냐. 나는 옛날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행복과 인생이 중요함으로 자신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대사다.

물론 그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딸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어머니상은 결코 현대적이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다. 부모의 인생역시 중요하다는 점, 엄마도 여자라는 점에서 이지아의 대사는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만하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오은수는 공감은커녕 일부 여성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실 이런 장면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치고는 말투와 행동이 전혀 아이 같지 않은 김수현 드라마 특유의 아역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를 할 때 거의 성인 수준의 말투를 구사하고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은 버거운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흐트러짐 없이 이해한다.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지만 아이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도 말뜻은 모두 이해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그런 작은 어색함 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그 엄마가 자신의 행복을 부르짖으며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동에 있다.

오은수는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욕심을 부렸다. 아이가 아빠와 살고 싶다고 하는데도 자신이 키우겠다는 고집을 부린 것은 모정으로서 이해한다고 쳐도, 그런 아이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전혀 희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제 3자 입장에서 이기심으로 보인다. 자신이 아이를 떼어놓을 때 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를 무조건 자기가 맡겠다는 오은수의 행동에 아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더군다나 지금 오은수는 시댁의 반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해 아이를 친정에 맡겨놓은 상태다. 아무리 자신의 모친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고 치더라도 자신의 억지 때문에 얼떨결에 아이를 떠맡아야 하는 엄마에 대한 배려 역시 없다. 자신의 행복은 부르짖으면서도 나이든 엄마는 당연히 '엄마니까' 아이를 맡아줘야 한다는 식이다. 같은 여자인 엄마의 노년의 안락함은 빼앗아도 되지만, 젊은 자신은 희생할 수 없다는 태도는 역설에 불과하다.

아이 역시 그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 아이는 아빠한테 가겠다며 울고 떼쓰고 그로 인해 오은수의 언니인 오현수와의 갈등도 초래되었다. 오은수의 이해할 수 없는 집착에 "욕심 부리지 말고 아빠한테 보내라"고 말하는 오현수의 일침이 속 시원한 이유다. 그러나 그 속 시원함을 위해 공감가지 않는 주인공을 보고 있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곤욕이다. 억지를 쓰면서도 그럴만한 이유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설명되어야 하는데 오은수는 오로지 억지뿐이다.

누가 봐도 더 나은 상황이 있고 자신의 이기심만 아니라면 서로가 더 편해질 수 있음에도 오은수는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청자 역시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러니 주인공이 아무리 공감 가는 대사를 해도 그 말에 공감을 해주기 힘든 상황이 전개된다. 애초에 조연이 아닌 주연 캐릭터라면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동화될 수 있는 포인트가 존재해야 했다. 그러나 오은수에게는 그게 없다.

이는 모두 현재 남편과의 갈등과 이혼의 구실을 만들기 위한 전초전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동안 오은수가 시청자들에게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수현 드라마로 야심찬 복귀를 선언한 배우 이지아에게도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지아의 캐릭터를 전복시켜 그를 다시 호감형 배우로 만드는 것은 힘든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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