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오랜만에 국내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선 장근석은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소신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평소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몰고 왔던 그지만, 이번에는 '배우'로서의 이름을 되찾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조금 달랐다.

20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예쁜남자>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10명의 여자들을 만나며 성공에 대한 교훈을 얻으면서 진정한 '예쁜 남자'로 성장해 나가는 독고마테.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단순히 다양한 패션이나 오버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작품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근간에는 독고마테가 인생을 살며 얻어야 할 교훈을 성공한 여자들에게 얻는 성장 이야기가 깔려 있다"고 설명한 장근석은 "일본에선 '근짱'으로, 중국에선 '짱근슈어'로 불렸던 나지만 '장근석'이라는 이름을 되찾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팬들이 원하는 것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장근석의 모습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장근석의 모습이었을 거예요. 저도 기다려왔던 순간이고요. <예쁜남자> 안에서 10가지 새로운 캐릭터를 뽑아내야 하는데, (제가) 변태같이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요. 배우 장근석으로 돌아오는 것과 장근석으로서의 모습을 찾는 것, 그리고 10가지 캐릭터와 새로운 모습을 꺼내어 보는 것이 이번 드라마에서의 미션이에요."

'예쁜남자', 알고보니 장근석의 '배우' 정체성 찾기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과 김보통 역의 배우 아이유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과 김보통 역의 배우 아이유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그의 이같은 말은 전작 <메리는 외박중>과 <사랑비>의 신통치 않은 성적, 그리고 장근석을 향한 해외와 국내 간의 온도차를 의식한 것이었다. "전작의 실패를 논하기 전에 막상 내 나라에선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라고 자평한 장근석은 "작품을 하면서도 배우로서의 삶이나 연기 자체에 대한 질문보다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 '해외에서 어떤 목표로 어떻게 활동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어느 순간 해외에서 콘서트를 하는데 외롭더라"고 고백했다.

"제 자신에게도 '너는 해외용이냐, 내수용이냐' 하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또 아역으로 시작해 연기를 하는 게 저의 원동력이었고 가야 할 길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른 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정체성의 혼란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 아는 형들과 술을 먹으면서 해외 활동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한 형이 굳이 '너 한국에선 그 정도 아니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왜, 나도 알고 있는데 굳이 누가 말할 때 짜증나는 거 있잖아요. (웃음)

당시엔 자존심이 너무 상했지만 그럼 작품을 한국에서 이어가면서 내 이름을 여기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좋은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나라에 돌아왔을 때 자존심을 되찾고 싶었어요. 제가 바뀐 거죠. '근짱'이나 '짱근슈어'에 행복해 했던 장근석이 드디어 이름을 찾기 위한 전투를 시작했다고 보시면 돼요."

그리하여 장근석에게 <예쁜남자>는 단순한 국내 복귀작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이 작품을 위해 장근석은 11월과 1월에 예정됐던 일본 콘서트도 거액의 보상금을 주고 뒤로 미뤘다고. "내가 정말 추구하고 싶은 것에, 결과를 떠나서 (나를) 다 던질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장근석은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근석의 단점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싶다"며 "정말 잘 돼서 좋은 작품을 남기고도 싶지만, 혹시나 잘 안된다고 해도 상처를 받거나 앞으로 작품을 하는 데 두려움을 갖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한국에서) 더 노력해야겠지만 '무조건 이번 작품은 성공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없어요. 아직 27살인데, (배우로서) 단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계속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면서 배우 장근석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게 저의 방향성이니까요."

"어차피 자기만족으로 사는 삶...'스타'와 '배우' 함께 갖고 싶다"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최다비드 역의 배우 이장우, 김보통 역의 배우 아이유, 홍유라 역의 배우 한채영,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최다비드 역의 배우 이장우, 김보통 역의 배우 아이유, 홍유라 역의 배우 한채영, 독고마테 역의 배우 장근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근짱'이거나 '짱근슈어'이면서, 동시에 '배우' 장근석으로서도 폭넓게 인정받는 것이다. "원초적으로 배우의 길만 추구할 것이냐, 스타가 될 것이냐 한다면 나는 스타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장근석은 '스타와 배우의 길이 다를 수도 있다'는 말에도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가) 지금까지 있던 어떤 공식대로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걸 아실 거예요. 한국에서 지나치게 넘치는 부분 때문에 브레이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느냐는 다음 스텝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한순간에는 어렵겠죠. 어차피 자기만족으로 사는 삶이잖아요. 스타로 공연하고 콘서트하는 데 만족하면 그것만 할 수 있겠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것도 놓치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근석은 언젠간 연극 무대에 서 보길 소망한다. 대학 동기들이 대학로에서 활동하며 행복해하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는 장근석은 "연극에 대한 막연한 꿈과 의지도 있지만 지금의 것들을 잠깐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이런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데, 정작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라고 털어놨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장근석의 나이 스물일곱, 아직 많은 가능성을 품은 나이다.

"만약 제가 <미남이시네요>의 성공으로 '근짱'이 된 뒤에, 작품도 안 하고 가수도 안 했다면 뭘 했을까요? 그래서 계속 던져본 거예요. 지금이 마침표가 아니니까요. 스물일곱이면 아직 연극하는 친구들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데 왜 배우에겐 성적이 안 좋다고 '마침표'라고 할까가 의문인 거죠.

그래서 만약 (작품) 성적이 안 좋고 '근짱'이라는 이름을 잃는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면 (가만히 있는 쪽보단) 그 쪽을 택하고 싶어요. 콘서트를 하면 돈은 더 벌겠지만 제 이름은 더 잃을 것 같아요. (연기를) 계속 해야 한다는 마음을 잊으면 장근석은 존재하지 않겠죠. 저는 바보같이 레드카펫 위만 걸어 다니면서 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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