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또래 뮤지션들이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은 '앨범을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한 겁니다. 디지털 싱글을 낼지, 아니면 정규 앨범을 택할지 고민하죠. 저 역시 고민했고요. 3년 만이잖아요. 고민 끝에 이번에는 정규 앨범이 맞다고 결정했습니다. 만약 다음 앨범이 또 3년 터울로 나온다면, 2016년의 상황은 완전히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4집 때도 그랬듯 이번에도 정규 앨범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혹시라도 마지막이라면 정말 폼나게 마지막이어야죠."

 가수 이적

가수 이적 ⓒ 뮤직팜


가수 이적이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를 들고 돌아왔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10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서 이적은 '고독'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에 고독을 말하면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래' '결혼해라' '아이 낳아라'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마흔이 된 지금 부르는 고독의 노래는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게 이적의 생각이었다. 그래서일까.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은 곳곳에 묻어 있다. 타이틀 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그렇고, 수록곡 '숨바꼭질' '고독의 의미'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모처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적은 "가정생활은 매우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느끼는 정서는 가족의 구성원일 때와 별개로 혼자 있을 때 드는 인생에 대한 고독이다. 그는 "나이가 주는 고독감이나 위기감 외에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는 가수라는 불안정한 직업에서 기인했다. 이적은 "'앞으로 언제까지 음악을 계속 하고, 또 콘서트를 하면 사람들이 와서 들어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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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곡 들은 정재형, 내 앞에서 눈물 흘렸다" 

이적은 평소 컴퓨터나 휴대전화 음성 메모 등에 작업했던 곡을 넣어둔다고. 그는 지난 2012년 가을께 그동안 썼던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60여 개의 파일 중 20여 곡을 추렸고, 다시 편곡 과정을 거치면서 과감하게 쳐내고 거른 10곡이 이번 앨범에 담겼다. 모든 곡에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끝낸 상태에서 녹음했다. 이를 두고 이적은 "가장 이상적인 작업 방식"이라고 칭한 이적은 "아주 오랜만에 그런 형태의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이적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쓰면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어느 날 엄마에게 버려져 미아가 되는 아이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 노래에는 절망과 원망의 정서가 듬뿍 담겨 있다. 유난히 이적을 향한 평가에 야박한 정재형은 이 곡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이적은 "곡을 먼저 들은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이 곡과 '비포 선라이즈'를 타이틀 곡으로 꼽았다"면서 "음원 차트에 들어가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내 정서를 가장 잘 전달하는 곡이 타이틀 곡"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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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에게 먼저 "피처링할 것 없느냐"고 물었던 타이거JK는 '사랑이 뭐길래'의 랩 피처링을 맡았다. (이적에게) "트렌디한 사운드를 내 방식으로 섞고 있다"는 말을 들은 싸이는 "이 곡 나 달라"면서 '사랑이 뭐길래'를 탐내기도 했다. 정인과 부른 '비포 선라이즈'는 이적이 3번째로 시도하는 여자 가수와의 듀엣곡이다. 이적은 "가사가 아슬아슬하다"면서 "어덜트 컨템포러리"라고 소개했다. 반면 '뭐가 보여' '병' '누가 있나요'는 독특함을 강조했다. 이적은 특히 '병'에 대해 "패닉 2집의 음산하고 기괴한 정서를 좋아하는 이들의 갈증을 해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음악적이었던 '무한도전 가요제'가 이적에게 남긴 것은?

그간 이적은 MBC <무한도전>의 '서해안 가요제'에 출연했고, 김병욱 PD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2013년에는 Mnet <방송의 적>으로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꿰차기도 했다. "사실 윤종신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하진 않았다"고 말한 이적은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김병욱 PD나 김태호 PD, 박준수 PD의 제의를 받고 하게 됐다"면서 "존박처럼 빵 떴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적어도 정재형처럼은 되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패닉을 몰라요. '다행이다' 정도만 들었겠죠. 하지만 제가 예능에 얼굴을 비추고 음악 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사람이구나'를 알게 됐을 겁니다. 사실 <방송의 적>이 끝나가면서 '진지한 음악과 연결 안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나니까 사람들의 마음에서 조금씩 사라진 것 같아요. <히든싱어> 출연이요? 제가 하기엔 조금 그래요. 저보다 다들 노래 잘할 걸요. 또 그 사이에 제 목소리가 많이 바뀌었어요.(웃음) "

 가수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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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한도전>은 이적에게 '굉장히 음악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2011년, 유재석과 '말하는 대로'와 '압구정 날라리'를 불렀던 이적은 "내 곡을 쓰는 것과 국민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의 곡을 쓰는 것은 달랐다"고 비교했다. 그는 "대중적인 촉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폼만 나도 안되지만 볼품 없어도 안되고, 너무 어렵거나 반대로 싼 티 나도 안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적은 <무한도전>을 통해 '한 곡 안에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번에 뜬 적 없지만, 덕분에 소모되지 않았다" 

스스로 "한 번도 빵 뜬 적이 없다. 누가 봐도 톱스타는 아니다"라면서 "나는 대형, 중형 가수도 아니고 소형 가수"라고 겸손을 표했지만, 사실 이적은 20년 가까이 패닉으로, 카니발로, 긱스로, 그리고 솔로 가수로 음악이라는 한 우물을 파왔다. "여성 분들은 김동률을 좋아하고, 웃긴 걸로는 유희열에게 안 된다. 또 예능은 존박이 장악했다"고 한 그는 꾸준한 활동하는 것의 장점으로 "소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메인으로 빛을 발한 적은 없지만,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고.

 가수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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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데뷔 때부터 트렌디한 음악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음악"이라고 말한 이적은 5집에 대해 "개인적으로 곡발이 좋았던 앨범"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5집을 통해 '곡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업을 하면서 상투적인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는 곡은 과감히 버렸다고 설명한 그에게 5집은 '아직도 꽤 괜찮은 곡을 쓸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준 결과물이었다.

이적의 5집은 오는 15일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12월 6일과 7일 양일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5집 발매기념 콘서트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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