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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가 모여 2014년 정부 예산(안)을 검토했습니다. 낭비성 예산으로 선정된 사업을 선별해 알리고, 시민들의 직적 투표도 진행합니다. (참고 - http://bit.ly/1dRtV3A) 시민의 손으로 '최악 10대 사업'을 뽑아 국회에 예산 삭감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국회의원 '쪽지예산'이나 봐주기 사업들도 감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모든 세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만큼 제대로, 정확히 써야 한다.
 모든 세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만큼 제대로, 정확히 써야 한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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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정말 드물지만 잘 생긴 후배가 있다. 185cm의 키에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매, 게다가 관리마저 열심히 한다. 이 녀석을 보면 '가끔 신도 불공평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안타까운 외모를 가진 후배도 있다. 앞에 언급한 녀석과 반대라고 보면 정확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성에게 인기를 끄는 인물은 안타까운 외모를 가진 후배다. 둘의 연애스토리를 들어보면 하늘을 넘어 우주와 땅 차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신이 모든 것을 다 주지는 않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궁금해진다. 이 둘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핵심은 '스토리'

핵심은 스토리와 유머를 통한 차별화였다. 볼록 나온 똥배는 한때 있었던 멋진 가슴근육이 흘러내려서 형성된 것이고, 얼굴의 번들거림은 피부보호를 위한 남자의 본능이라나? 한 후배의 안타까운 외모는 이처럼 유머와 스토리가 절묘하게 배합돼 수많은 대화주제를 양산했고, 자연스럽게 호감으로 연결됐다. 드물게 잘 생긴 후배가 안타까운 외모를 가진 후배를 따라잡을 확률은 0%는 아니지만, 개인적 판단으로는 아마도 오랜 노력과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내년 문화관광체육 분야 예산안을 보면서, 마치 잘 생긴 후배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느라 '핵심'이 빠진 기분이다. 대표적으로 문화향유시설 접근성 확대 사업을 보자.

총 13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문화향유시설 접근성 확대사업은 지역 유휴 공간 및 시설을 활용해 생활권 단위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하고, 지역민의 문화-여가 참여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문화관광체육부는 "본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공존과 소통의 공간을 제공해, 지역문화생태계를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문화동호회 활동 거점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참여형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히고 있다. 취지는 어느 하나 버릴 구절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뭔가 허전하다.

이들이 간과한 '핵심'은 무엇인가. 지난 7월 20~21일에 한 언론사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던 전시회 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전체 응답자 304명 중 241명이 인천 시민이었는데 응답한 인천 시민 241명 중 70%가 '전시회는 주로 서울에서 봤다'라고 답했다. '왜 서울에서 전시회를 관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반응이 약 53%를 차지했다.

전시회와 관련해 향후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약 71%가 전시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답했고, 전시시설 확충을 바라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하는 사실은 전체 응답자 중, 주소가 인천이 아닌 63명의 응답자 대부분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인천까지 왔다고 답한 점이다. 당시 설문조사를 실시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거장 피카소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피카소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면 먼 거리 이동쯤은 감수할 수 있었나보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지역을 확대해 보자. 전국의 문화기반시설은 지난 2008년 기준 1741개소에서 2011년에는 2072개까지 증가했다. 반면에 문화예술 공간이용률은 2008년 45.2%에서 2012년에는 39.4%로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정리해보면, 문화시설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채워주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가 예산, 여러분이 정해주세요 
지금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서 예산감시를 위해 '2014 정부예산안 만민공동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1월 7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낭비성 예산 사업을 소개하고 시민이 직접  '최악의 10대 사업'을 뽑도록 하고 이습니다.(http://bit.ly/1b5JNM8).

또한, 11월 13일에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엽니다. 국민들이 직접 낭비성 예산 사업을 듣고 현장에서 투표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뽑힌 '최악의 10대 사업'은 국회 예결위에 제출해 예산을 삭감하도록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예정입니다. 또 예산심사 과정 역시 꼼꼼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사업 상세 내역을 찾아봤다.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관한 고민은 담겨 있지 않았다. 앞서 밝힌 정책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빠트린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공간 조성이 문화 융성을 위한 만능열쇠는 아니다.

아마 오늘도 심하게 잘 생긴 후배는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자기 전에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잠을 청할 것이다. 다른 후배는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하여 누군가에게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을 테고.

잘 생긴 후배가 색다른 연애스토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나에게 고민을 상담해오길 바란다. 외모는 안타깝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후배를 소개해 줄 생각이다. 내실은 겉모습을 가꾸는 것에서 얻어지는 게 아님을 알게 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상황 개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신원기씨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에서 일합니다.



태그:#문화시설, #예산,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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