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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MB 부자감세'만 철회하면 문재인 후보가 제시했던 55조 원짜리 복지공약을 다 실천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MB 부자감세' (효과가) 100조 원이라는 민주당 주장과 달리, 실제 증세효과는 13조 원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부자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세금을 더 내자는 증세 운동이 필요합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 다준다(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 소속 청년들이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 공동위원장을 만났다.

여야의 '도깨비 방망이', 턱없이 부족

강연중인 오건호 위원장
 강연중인 오건호 위원장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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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은 국정운영을 위한 근본임에도 대중에게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담당관이나 전문가들에게도 난해한 분야다. 그러한 국가재정에 대해 큰 틀에서 종합적인 그림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오건호 위원장이다.

과거 심상정 현 정의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그는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1차 자료들을 기초부터 분석해, 통치의 기본 틀인 국가재정에 대한 개념을 진보적인 시각으로 정립했다. 지난 2010년 그 내용을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복지와 국가재정 문제를 일찌감치 천착해온 그는 오늘날의 복지 재원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건호 위원장은 먼저 여야의 복지재원 마련 방안이 모두 두 개의 '도깨비 방망이'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권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도깨비 방망이로 복지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이번 기초연금 후퇴 사태를 통해 증명되었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지적이다.

야권은 지난 대선에서 'MB표 부자 감세 철회'라는 또 하나의 '도깨비 방망이'를 통해 1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오 위원장의 계산에 따르면 실제로 부자 증세를 했을 때 세입은 약 13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후보가 공약했던 55조 원(박근혜 후보는 30조 원) 규모의 복지공약을 실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번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부족하지만 감세기조를 처음으로 증세기조로 전환했다는 의미에서 큰 방향에서는 바람직한 결정입니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그렇다 치고, 증세를 주장해야 할 민주당이 옛날 한나라당식의 세금폭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아래로부터 시민증세 여론 형성되어야

그렇다면 그가 이야기하는 세원확보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법정최고세율은 41.8%로 OECD 평균 42.5%에 거의 육박할 정도이다. 하지만 각종 세금 공제로 인해 실효세율이 낮아 실제로는 438조 원 중 37%인 162조 원만이 세금으로 징수되고 있는 현실. 이러한 현상은 복지의 부재를 세금 공제를 통해 채우는 지난 60년간의 관행 때문이라는 것이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세액공제가 투자중심의 기업과 고소득층이 혜택을 받게 되는 역진적인 제도라는 것. 오 위원장은 "현행 공제제도를 축소하고 복지를 확대하고 동시에 법정 최고세율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자 증세'를 이야기한다. 오 위원장은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보편적 증세가 동반되어야 한다"면서 "중산층부터 누진 동시 과세를 시작해야 부유층을 압박하며 부자증세를 할 수 있고, 또 그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 위원장은 세금과 복지의 결합 형태인 복지에만 쓰는 세금, 즉 특수목적세인 '사회복지세'를 추가로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모든 세율구간에 20%씩 똑같이 증세를 함으로써 연간 20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아야 할까? '증세=죽음'으로 인식하는 정치권이 먼저 이런 제안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인식이다.

"특히 증세에 있어서 만큼은 정치인은 국민들의 반응자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시민증세 여론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 위원장은 매주 토요일이면 광화문 광장에서 '사회복지세 신설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때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인형 탈까지 쓴다. 또 풀뿌리 모임인 '사회복지세 도입 복지시민 네트워크'를 구성해 복지국가에 대한 인식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오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자, 최해연(28)씨는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진영(26)씨는 "그동안 세금 문제는 언론의 탈세 보도를 통해서만 알다 보니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며 "강의를 통해 세금이 왜 중요한지를 속속들이 알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태그:#오건호,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국가재정, #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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