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영화 포스터

▲ <히어로> 영화 포스터 ⓒ 필마픽쳐스,(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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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자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스파이더맨> 같은 설정은 태어날 때부터 초능력을 지닌 <엑스맨>이나 엄청난 재력을 지닌 부자가 자기 돈으로 슈퍼히어로 놀이에 나서는 <배트맨> 등과 함께 흔하디흔한 설정이다.

<히어로>는 포스터부터 특촬물의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 슈퍼히어로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영화의 홍보자료도 <외계에서 온 우뢰매>부터 시작해서 <은하에서 온 별똥동자> <슈퍼 홍길동> <스파크맨> <바이오맨> <반달가면> <벡터맨> <흡혈형사 나도열> <전우치> <각시탈>까지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를 아우르는 장황한 계보를 적으면서 <히어로>의 족보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히어로>는 슈퍼히어로 영화일까?

<히어로>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범죄자와 맞서며 질서를 수호하는 도시의 자경단을 다루는 슈퍼히어로 장르와 지향점이 다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 규완(정윤석 분)이 좋아하던 TV 드라마 '썬더맨'이 종영하면서 삶의 희망을 잃게 되자 아버지 주연(오정세 분)이 '썬더맨'의 주인공으로 나서서 직접 드라마를 만들어간다는 <히어로>는 여타 슈퍼히어로 영화와 큰 차이를 보인다.

도리어 <히어로>는 TV 드라마 '터보맨'에 빠져 지내는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인 <솔드 아웃>과 흡사한 면이 많다. <히어로>는 <솔드 아웃>과 마찬가지로 '슈퍼히어로'란 소재를 빌려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히어로> 영화 스틸

▲ <히어로> 영화 스틸 ⓒ 필마픽쳐스,(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히어로>는 '우리 현실 속에 존재하는 영웅이 무엇인가?'를 아버지와 연결해서 아버지의 두 얼굴을 조명한다. 바깥에서는 일에 치이며 힘겹게 살아가지만, 집안의 아이들에겐 언제나 슈퍼맨 같은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두 얼굴을 가면을 쓴 슈퍼히어로를 통해 끄집어내려는 발상은 좋았다. 문제는 <히어로>가 진지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갈팡질팡하며 무리한 전개를 한다는 사실이다.

느닷없이 나타나서 아들의 양육권을 주장하는 엄마, 끊임없이 썬더맨 타령만 하는 아들, 같은 병실에서 애늙은이처럼 훈장질하는 여자아이 등의 캐릭터 설정은 이해할 수 있다. 썬더맨이 되겠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벼락을 맞는 규완이나 주연을 도와 '썬더맨'을 촬영하겠다고 모인 감독과 스태프 등도 받아들일 만한 무리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나온 후 썬더맨을 괴롭히는 영탁(박철민 분)이 들먹거리는 썬더맨과의 악연은 황당함을 넘어 실소를 금하기 힘들다. 설정부터 엉성한 영탁이 나오는 모든 장면이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지만 그는 극의 중심축이기에 계속 등장하고, 영화는 쉴 새 없이 삐걱댄다.

만신창이로 전개되던 <히어로>는 극 중의 사실과 허구가 혼재하는 놀이동산에서의 라스트 신 이후 마무리를 잘했다면 다소나마 슬픔을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서 진행 과정에서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꼬인 문제를 시치미 뚝 떼고 한 방에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법을 과감히 사용해버린다.

<히어로> 영화 스틸

▲ <히어로> 영화 스틸 ⓒ 필마픽쳐스,(주)마인스 엔터테인먼트


오프닝 등에서 보여준 썬더맨의 활약상 등은 적은 제작비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잘 뽑아낸 CG이기에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영화를 구제하긴 어렵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히어로>의 전개와 완성도는 조악하다.

2013년 상반기, 가족 간 숨겨진 비밀을 미스터리한 전개로 풀어나갈 거라 기대했던 <콩가네>가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시대착오적인 가장을 보여주며 실망을 안겼다면, <반칙왕>처럼 시대상을 반영한 남성을 기대했던 <히어로>에게서 돌아온 것은 1980년대 아동용 비디오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황당무계함이다. 이런 영화를 2013년에 만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히어로 김봉한 오정세 박철민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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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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