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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에서 '일자리 창출'은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가장 화두로 떠오른 경제 이슈가 되었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달려온 지난 수 십 년간은 미처 떠올리지 못했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취업난 해소'와 '분배'가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실이다.

성장은 정체되고, 일자리 수는 학교를 졸업한 구직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수 십 년간 이어진 한국의 '경제 발전'은 역사교과서에 '한강의 기적'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 오늘날 청년들의 삶은 전혀 그러한 혜택을 실감하지 못할 만큼 전보다 더 궁핍해진 듯하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만 가고, 취업마저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들게 따내야만 한다. 그나마 일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제도와 낮은 임금 때문에 고용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로 알려진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런 청년들의 아픔에 대한 해답이라며 지난 7월 신간 <김난도의 내일>을 발간했다. 잡트렌드를 읽어야 '내일(Tomorrow)'을 위한 '내 일(My Job)'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글의 요지이다.

'내일'이 키워드, 일자리 문제 위해 프레임 바꿔야

<김난도의 내일> 표지.
 <김난도의 내일> 표지.
ⓒ 오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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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는 책을 통해서 "일자리는 단순히 돈과 생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일에 대한 틀에 박힌 관념과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생각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은 앞서 말했듯이 '내일'로 읽을 수 있는, 각각 다른 뜻을 가진 두 단어를 키워드로 삼는다. 영어 스펠링을 풀어서, T-O-M-O-R-R-O-W와 M-Y-J-O-B을 각각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M(Mismatch, Good-bye!)-Y(Your Brand is Your Power)-J(Joy of Learning)-O(Over the Global Border)-B(Business for Happiness)와 같은 방식으로 주제를 분류하고 목차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기업에 입사하여 정장을 갖춰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업무하는 '직장'의 틀을 깬 예도 보여준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맥쿼리 증권'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광화문과 북촌 일대의 관광코스를 돌아보는 '아띠인력거'를 창업한 29세 이인재씨가 바로 그 사례이다. 일자리의 미래, 잡트렌드를 읽어야 '내 일'을 잡는다는 1부는 이 외에도 일반적인 직업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예로 '영국 집사학교'와 '네덜란드 말발굽 기술전문가·목수 학교' 등을 담았다.

사무실에 틀어박히지 않고 스마트기기를 통해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일하는 노마드 워커(Nomad-Worker)도 소개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등이 이런 방식의 일에 종사하는데,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통해 이런 바탕을 구축한 네덜란드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줄이려 노력하는 이탈리아를 김난도 교수가 직접 현지를 방문하여 취재했다.

면접을 보기 위해 입을 정장 하나도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을 위해서, 중고 정장을 기부받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는 서비스 '열린 옷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착한 일 전성시대'의 소제목에서는 이러한 소셜사업을 분석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사업'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도 다룬다. 극빈층과 전과자에게 생계비를 대출해주자, 다수 사람들이 작은 사업을 세워 생계를 이끌어가며 가난에서 벗어나고 범죄 재범률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기록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난도 교수의 충고, "행복을 위해 일하라"

베스트셀러가 된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청년들의 대표적인 멘토가 된 김난도 교수. 그는 자신의 신간 <김난도의 내일>을 통해서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조언을 하려는 듯하다.

"당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충고하면서 베트남 샌드위치 전문점을 창업한 두 명의 20대 여성을 보여준다. '시간의 조각들'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영국의 파트 타임 직업소개소 '슬리버스 오브 타임'은 짧은 시간의 노동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현장에서도 공부하는 독일의 인턴과 일본의 도쿄 스시아카데미를 통해서는 "열정을 갖고 세계로 나아가라"고 말하는 듯 하다. 다만 한계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잡마켓을 잡으려 노력하되, 지나친 환상은 버리라고도 덧붙인다. 도전을 통해 경험과 기회를 얻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돈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일하라"고 말한다. 당장 스펙을 쌓아서 연봉이 더 높은 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줄 일을 찾아서 열정을 쏟으라는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유망직종'일 필요는 없으며, 그러기에 생각의 낡은 틀을 부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라는 요지로 볼 수 있다. 책은 앞서 소개한 인물들의 좌우명과 함께 "내 일이 없으면 내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글로 마무리된다.

"사회의 고질병이 일자리 문제"라는 책, '청년 향한 채찍질'은 반쪽 답안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부탄의 GDP는 2000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민의 97%가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중략) 경제 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는 행복의 조건은 될 수 있어도 행복의 기준은 되지 못한다"고 적었다. 더불어 구직난을 겪는 청년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내 일'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일자리 창출이 단기적으로 쉽게 풀릴 과제가 아니고, 사회의 많은 고질병을 치유할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그의 지적에 동의한다. 경제성장의 엔진을 다시 점화하는 것이 방법 중의 하나이지만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잡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부분에 이어서 "청년들도 창조적으로 자신의 스펙을 결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다소 의아하다.

마지막 장에서, 조금 전 언급한 부분의 바로 앞 내용 때문에 그러하다. 김 교수는 "유연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지급,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고 (중략) 휴일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감축해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여가산업이 성장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뒤이어 이런 주장은 기업과 정규직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으며, 이념적이고 '제로섬'적인 프레임이라 표현한다.

의문이다. 책의 본문에서 동일노동-동일임금 정책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사례를 다룬 터라서 더욱 그렇다. 결론은 정부와 기업의 정책적인 측면은 고려되지 않고, 청년들이 눈높이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자리 문제가 단순히 '청년들의 열정 고갈'만 지적하면 해결될 사안일까?

물론 해외의 성공적 사례라고 해서 국내에 고스란히 도입하는 즉시 말끔히 문제가 사라질 만능비법은 아니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도 다를 뿐더러 사람들의 의식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칠만한 해외의 효과적인 정책과 성공사례는 국내에서 정부와 기업에게 권할만하지 않을까? 일자리 문제는 노사 양측이 함께 합의하며 해결해나갈 문제이지, 단순히 구직자의 눈높이와 노력만 더 쥐어짜 낸다고 나아질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것은 물론 반대로 사측의 양보만을 강요하는 것도 안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저자는 정부와 대기업을 불편하게 만들만한 '경제민주화'나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서는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하려고 애쓴 듯하다. "정책에 있어서 두 가지 의견이 있으나 대립 중이고,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논점을 흐린다. 그 대신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아본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찰'은 '청년이여, 열정을 가져라'는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띤 글로 마무리된다.

<김난도의 내일>은 잡트렌드와 다양한 일화를 바탕으로 구직난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법을 풀어내려 노력했지만, 청년에 대한 채찍질만 담은 반쪽의 답안으로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김난도의 내일> (김난도 씀 | 오우아 | 2013.07. | 1만5000원)



김난도의 내일 - 내 일을 잡으려는 청춘들이 알아야 할 11가지 키워드

김난도.이재혁 지음, 오우아(2013)


태그:#김난도,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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