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배드 2> 영화 포스터

▲ <슈퍼배드 2>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예전에는 '달'을 훔칠 정도로 명성을 날리던 슈퍼 악당이었으나 이제는 사랑스러운 세 딸을 키우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딸바보 아빠가 된 그루(스티브 카렐 목소리). 어느 날, 전 세계 악당과 싸우는 악당 퇴치 연맹 AVL은 평범한 생물을 괴물로 변화시키는 약인 PX-41의 연구소를 통째로 훔쳐간 범인을 잡기 위해 그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비밀 요원으로 복귀한 그루는 AVL의 요원 루시(크리스튼 위그 목소리)와 악당이 있을 거라 추정되는 쇼핑몰에 위장 잠입하여 조사를 시작한다. 그루는 루시와 함께하면서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어릴 적 아이들에게 놀림당하였던 트라우마로 인해 고백하질 못한다. 범인이 잡히면서 루시는 떠나고 그루는 고백하지 못한 채 실의에 빠진다. 그런데 진짜 범인은 PX-41의 힘을 빌려 미니언들을 무자비한 살인 기계인 '보라 미니언'으로 변신시켜 세계 정복을 시도한다.

<슈퍼배드 2> 영화 스틸

▲ <슈퍼배드 2>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지금은 점차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다. 배트맨과 조커, 피터팬과 후크 선장을 두고 이것이 선이고, 저것은 악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단정지어 말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런 징후는 뚜렷하다. <슈렉>은 동화 속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에 관심을 두며, <메가마인드>는 악당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세기의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슈퍼배드>도 선과 악의 차이를 무너뜨린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고자 '달'을 훔치려 했던 그루와 그를 돕는 네파리오 박사, 미니언들이 등장했던 <슈퍼배드>는 악당끼리 경쟁하지만 본질은 세 아이를 만난 그루가 다른 누구보다 좋은 아빠가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슈퍼배드 2>에서 그루는 더는 악당이 아니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훔치던 그루 조직은 이제 잼과 젤리를 생산하는 평범한 공장으로 바뀌었다. 악당일 때를 그리워하는 네파리오 박사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악당 조직으로 떠날 정도로 그루 조직은 변했다.

<슈퍼배드 2>는 그루가 처음부터 정의의 편에 선 까닭에 영화의 핵심적인 재미인 '슈퍼 악당 그루'가 사라졌다. 이젠 선과 악의 경계를 따질 이유조차 없는 평범한 첩보 영화 정도에 머문다. PX-41을 둘러싼 이야기도 헐거운 편이고, 악당의 존재감도 <슈퍼배드>에서 츄리닝을 입고 활약하던 벡터에 비해 심심하기 짝이 없다.

<슈퍼배드 2> 영화 스틸

▲ <슈퍼배드 2>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부족한 재미를 채워주는 것은 노란 귀염둥이 미니언들의 활약상이다. 노란색 피부에 커다란 눈, 몽땅한 몸집에 고글과 멜빵 바지 차림인 미니언은 1편부터 그루를 도와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것 같지만, 때론 엉성한 사고뭉치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슈퍼배드 2>에서 미니언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PX-41에 의해 미니언이 '보라 미니언'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은 영락없이 1980년대 할리우드의 인기 영화 <그렘린>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SF 영화 <우주의 침입자> 등의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미니언 대 보라 미니언'의 대결은 재미를 더한다.

올 포 원(All 4 One)의 '아이 스웨어(I Swear)'와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의 'Y.M.C.A' 같은 팝 명곡을 미니언 스타일로 소화하여 부르는 장면에선 그들의 귀여움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사랑스럽다. 가히 <슈퍼배드 2>는 '미니언의, 미니언에 의한, 미니언을 위한' 영화라 일컬어도 무리가 없다.

2013년 미국의 박스오피스에서 <슈퍼배드 2>는 <아이언맨 3>에 이어 전체 흥행 성적 2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제작자 크리스 멜리단드리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인 <미니언>을 제작 준비 중이라 밝혔다. <미니언>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산드라 블록이 목소리로 출연할 예정이다.

<슈퍼배드>의 이전 시간대를 다루는 프리퀼 성격의 <미니언>에선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미니언의 정체, 이를테면 그들이 어디서 왔는가, 왜 그루를 돕는가 같은 설정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을까 짐작한다. <슈렉> 시리즈에서 파생된 <장화 신은 고양이>와 더불어 21세기 할리우드가 낳은 주목할만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미니언. 벌써 2014년 개봉 예정인 <미니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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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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