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파이터'가 타격전문가에게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상대의 대마초 흡연으로 데뷔 첫 패가 무효처리됐던 '미스터 퍼펙트'는 또 다시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국내 격투팬들을 위로해준 파이터가 있었다. 바로 '에이스' 임현규였다.

임현규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밀워키주 BMO 브래들리 센터에서 열린 UFC 164에서 독일의 파스칼 크라우스를 1라운드 3분58초만에 왼쪽 니킥에 이은 깅력한 펀치 파운딩으로 KO승을 거뒀다.

옥타곤 데뷔 후 2연승을 거둔 임현규는 대전료와 승리수당뿐 아니라 이날 최고의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 5만 달러를 추가로 획득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 이어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눈에 들어온 또 한 명의 한국인 파이터 임현규는 한국의 간판 파이터로 성장할 수 있을까?

'탈웰터급 스팩' 임현규, 감량 실패 시련 이기고 2연속 KO승

188cm의 큰 신장에 2m에 이르는 긴 리치를 가진 파이터가 77kg이하 웰터급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현규는 동급 최강의 압도적인 신체조건으로 일찌감치 격투팬들의 주목을 받은 파이터다.

지난 2006년 2월 스피릿MC를 통해 데뷔한 임현규는 2009년까지는 HEAT, M-1, Deep 등의 중소 단체에서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던 평범한 파이터였다. 하지만 필리핀과 괌을 기반으로 둔 PXC(Pacific X-treme Combat)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임현규는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PXC데뷔 후 3연속 1라운드 KO승을 따낸 임현규는 작년 7월 괌에서 열린 PXC32 대회에서 라이언 비글라를 만나 53초 만에 길로틴 초크(상대의 목을 정면에서 잡아 조르는 기술)로 항복을 얻어내며 PXC웰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비록 중소단체의 챔피언이라고는 하나 4경기 연속 1라운드에서 KO 혹은 서브미션으로 경기를 끝낸 '탈웰터급' 신체조건을 가진 파이터를 UFC에서 내버려 둘 리 없었다. 결국 임현규는 작년 8월 UFC와 4경기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5호 UFC 파이터로 이름을 올린다.

임현규의 시작은 녹록치 않았다. 임현규는 데뷔전으로 예정돼 있던 작년 11월 UFC 마카오 대회에서 경기를 불과 이틀 앞두고 무리한 감량을 하다가 탈진해 쓰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불운이라면 불운일 수 있겠지만 프로 파이터에게 감량실패에 대한 핑계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임현규는 지난 3월 뒤늦은 데뷔전이었던 UFC 일본 대회에서 마르셀로 구이마레스를 2라운드 4분 만에 강력한 니킥에 의한 펀치로 쓰러 트리고 옥타곤 데뷔전을 KO승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지난 1일 두 번째 상대였던 크라우스마저 1라운드 KO로 제압하며 옥타곤 데뷔 2경기를 모두 KO승으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임현규는 크라우스와 난타전을 마다하지 않으며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치열해질수록 지루해지는 웰터급에 '임현규 바람' 일으킬까

임현규뿐 아니라 김동현, 추성훈 등이 활동하고 있는 웰터급은 UFC내에서도 가장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격전 체급이다. 같은 체급에 8차 방어를 달성한 극강의 챔피언 조르쥬 생 피에르(GSP)가 있음에도 강력한 도전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력에 비해 팬들의 반응은 점점 식고 있어 UFC측에서도 웰터급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일단 챔피언 GSP가 화끈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고 상위권에 있는 파이터들도 챔피언 도전권을 얻기 위해 화끈한 경기력보다는 승리를 우선시 한다. UFC에서 8승을 거둔 김동현만 해도 제이슨 탄과의 데뷔전에서만 KO승을 거뒀을 뿐 나머지는 상대를 그라운드에서 눌러 점수를 버는 전략으로 승수를 쌓아 나갔다.

따라서 데이나 화이트 대표로서는 무명의 동양 파이터가 데뷔하자마자 두 경기에서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하며 연속 KO승을 거두는 장면이 남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 레오나르도 가르시아를 트위스터로 제압한 후 곧바로 넘버링대회 메인카드로 직행했던 정찬성처럼 임현규 역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위 레벨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임현규가 수준 높은 UFC의 웰터급에서 승승장구하려면 보완할 부분이 많다. 일단 레슬링이나 주짓수 등 그라운드에서는 검증된 부분이 거의 없고 타격도 아직은 다소 투박한 편이다.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 나이도 '유망주' 임현규의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정찬성이 어깨 수술을 받으며 또 한 번의 장기 결장이 불가피한 현 상황에서 임현규는 한국 종합 격투기의 '차기 에이스'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부디 임현규가 다소 지루해지고 있는 UFC 웰터급 전선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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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임현규 웰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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