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는 지난 15일 열린 한양대와의 프로-아마 최강전 1라운드에서 힘겹게 승리를 거두고 8강전에 진출했다.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당시 KT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쉬운 소리들이 많이 나왔다. 1.5군급 선수들을 내세웠음을 감안하더라도 KT의 경기력은 '프로'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일에 열린 고려대와의 8강전. KT 전창진 감독은 1라운드에서의 경기력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지난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게 한 조성민과 김도수 등 주전급 선수들을 투입했다. KT의 억대 연봉자 6명 중 발목 부상중인 김현중을 제외한 5명이 모두 경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KT 선수단은 고려대와의 경기를 통해, 지난 한양대전에서 보인 경기력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KT는 8강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고려대에 53-74, 무려 21점차로 대패를 당했다. 스코어만 보면 어느 것이 프로 팀의 점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3483명의 관중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KT다.

21점차의 점수차보다 충격적인 것은 KT의 경기력이었다. KT는 이날 경기에서 2점슛 성공률 24.4%(41개 시도 10개 성공)를 기록했다. 고려대의 2점슛 성공률 52.6%(38개 시도 20개 성공)와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KT 선수들은 노마크 레이업 슛을 비롯해 수많은 노마크 찬스를 놓치며 기본적인 '슛 연습량 부족'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16득점)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력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KT는 경기 막판 '프로'의 자존심에 제대로 상처를 입고 말았다. 고려대 벤치에서 승리가 확정된 경기 막판, 후보급 선수들을 투입하는 여유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대학팀을 상대로 완벽히 농락당한 KT는, 결국 프로-아마 최강전 일정을 8강전에서 마무리했다.

물론 패한 KT에게도 핑계거리는 있다. KT의 이번 시즌 샐러리캡 소진율이 75.3%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고, 상대가 이종현, 이승현 등을 보유한 대학 최강 고려대였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지난 17일 1라운드에서 고양 오리온스에 89-82로 승리하며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KT가 아닌 다른 프로 팀이었다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려대의 강한 전력을 떠나, KT의 경기력 자체가 프로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고려대에 패하더라도 KT의 경기 내용이 좋았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조성민을 제외하면 KT 선수단은 그 누구도 프로다운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KT가 대학팀으로, 고려대가 프로팀으로 보일 정도였다.

KT가 프로-아마 최강전 두 경기에서 보인 경기력, 그것은 KBL의 전반적인 수준이 해마다 추락하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프로팀이 대학팀에 패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프로팀이 프로다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대학팀에 패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국농구의 제 2의 중흥기는 그저 세계무대에 나선다고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KBL이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가 될 경우, 농구팬들은 자연스레 농구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프로' KT가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보인 부끄러운 경기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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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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