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이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테러', 적이나 상대방에게 폭력을 사용하여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로 규정되는 단어. 영화<더 테러라이브>(감독 김병우)는 우리를 이 테러의 상황으로 초대한다. 그것도 생중계로.

테러의 시작은 너무 황당무계하다. 2년 전 마포대교 상판에서 작업하다 사고로 사망한 인부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누가? 테러범이. 토목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인부의 동료가 바로 그 테러범이라는 건데….

 테러상황의 생중계라는 시도는 언론의 선정성문제를 시사하는 바가 있다.

테러상황의 생중계라는 시도는 언론의 선정성문제를 시사하는 바가 있다. ⓒ 데일리토픽


테러범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기 힘든 인물이다. 뭔가 모자라 보여 어색하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테러범의 모습은? 이제까지의 테러범들은 목소리가 낮고 카리스마가 있으며 사회에 불만이 있기보다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성향을 지닌 자 혹은 천문학적인 부를 추구하는 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더테러라이브>에서의 테러범은 도대체 누굴까?

"힘없고 목소리도 어눌하고 그래서 무시해도 될 것 같은 그런 사람이라서 할 말이 있다는데도 무시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거지요? 도대체 할 말이 있다는데 왜 끊어요."

진짜 목소리도 어눌하고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인물들이 우리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일상만 잘 유지해도 행복한 서민들이다. 대통령, 경찰, 언론 등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존재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는데 그 국가와 민족이 바로 이들이다.

영화의 또 다른 한축, 방송사 보도국의 모습. 잘 나가던 앵커 '윤영화, 하정우분'는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당연히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지면 짜증과 분노를 표현한다. 그러던 어느날 생방송 도중 괴전화를 받게 되고 그 전화의 주인공은 공언한대로 마포대교를 폭파하는 테러를 저지르는데….

잘나가던 앵커 윤영화는 자신만 알게 된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보도국장 '차대은, 이경영 분'과 협상을 통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알고 보면 자신을 좌천시킨 잔인한 상사 차대은 국장은 자신의 부하직원을 담보로 시청률 하나를 위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인 영화 <더테러라이브> 테러범의 실체가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인 영화 <더테러라이브> 테러범의 실체가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 데일리토픽


이야기의 두 축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게 되면 영화 <더테러라이브>에서 윤영화 앵커는 테러범이고 테러범은 윤영화 앵커다. 이 둘은 거대악의 피해자가 된다. 결국 영화는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조준한다.

국민의 안위를 보장해야 할 경찰과 공영방송은 자신들의 권위를 실추시킬 수도 있는 일에는 절대로 나설 수 없다. 마포대교 중간에 고립된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어지는 테러범과 앵커와의 숨막히는 설전에 투입된 니고시에터 '박정민 전혜진 분'도 결국 윤영화 앵커를 이용해 테러범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임이 밝혀지고, 타 방송국도 윤앵커의 비리에만 집중한다. 시청율 때문이다.

테러범을 더 잔인하고 몹쓸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대교 상판위의 생존자들을 죽든지 말든지 내버려두고 이도 저도 안 되면 한물 간 앵커의 과거사를 폭로하고 혐의를 과장해서 주의를 집중시킨다는 우리의 지도층이 만든 시나리오. 물론 영화 <더테러라이브>에서이기 만을 바랄뿐이다.

"너 같은 쓰레기와 협상은 없다. 우리가 반드시 색출해서 잡아낸다." 막가파 경찰청장에게 서민은 안중에도 없다. 자신의 권위와 더 높은 권력에 충성만 있을 뿐! 이 또한 영화 속 이야기로 끝나길 바란다.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등 베테랑급 연기자들의 호연에 힘입어 영화는 완성도에 비해 볼만하다. 영화의 형식적 장르를 보면 테러범과 앵커가 결국 하나가 되는 결말에서 일종의 버디무비로 볼 수 도 있다.

<더테러라이브>는 전반부에서 십여 년 전에 개봉한 조엘슈마허 감독의 <폰부스>를 떠오르게 한다. 스릴러라고 하는 장르, 주인공 한명에 의지한 일극체제 포맷, 전화기 너머의 테러범이 요구하는 것이 알고 보니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내면의 자기검열을 통과하기 어려운 지극히 사적인 도덕성의 문제라는 점 등.

 2002년 작품 <폰부스>의 한장면, 개인의 사적 일탈에 대해 재고해 줄 것을 권하는 영화. <더테러라이브>를 보며 떠오른 영화다.

2002년 작품 <폰부스>의 한장면, 개인의 사적 일탈에 대해 재고해 줄 것을 권하는 영화. <더테러라이브>를 보며 떠오른 영화다. ⓒ 20세기폭스코리아


"그 사람은 당신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있다고 했거든"이란 테러범의 대사에서 영화는 문화방송에서 십수 년 동안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JTBC 보도부문 손석희 사장을 떠올리게도 한다. 앵커의 진정성 담긴 멘트는 듣고 보는 사람들에게 때로 위안 또는 희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3의 권력 언론의 사명이 중요한 이유다. 감독의 여러 영화적 시도가 흥미로운 영화 <더테러라이브> 기자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7.5!

테러 인부 마포대교 폰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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