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영혼을 볼 수 있는 '고시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주 흥미로운 설정을 토대로 스토리라인을 잡았습니다. 한때 '고시생'이던 주인공은 영화 <헬로우 고스트>처럼 영혼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중요한 건 단순히 영혼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혼들의 생전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누군가의 '삶의 결'을 읽어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공감할 수 있게끔 해주지요(개인적으로는 이를 위해서 감정의 깊은 곳까지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표정, 행동, 숨결 하나하나에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혹자는 감동을 주기 위한 억지스런 스토리 구성이라고 악평아닌 악평을 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겠지만, 그들이 살아갔던 삶은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와, 그를 둘러싼 세계들을 말이지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 삶들은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겨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연극 가운데 '스콧 니어링'의 이야기를 짧은 순간 하나에 담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콧 니어링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이라는 소위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수재이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미국이라는 '아주 자유로운' 나라에서 발견하게 되는 끝이 없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대한 집요한 회의감과 한계감을 체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나라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것들과 내재적인 욕심 그리고 욕망을 뒤로한 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라 전원에서의 삶을 살아내지요. 실천이 없다면 모순이라고 생각하며, 적당한 일과 적당한 쉼 그리고 아내와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었던 '스콧 니어링'의 삶은 연극의 전체와 맞닿습니다.

그리고 영혼들의 삶-어쩌면 스콧 니어링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루하디 지루하게 느껴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지를 말이지요.


태그:#수상한 흥신소, #연극, #대학로, #스콧 니어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