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아트나인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랍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아트나인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아트나인


아랍영화는 영화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일까?

지난 5일 개막한 아랍영화제가 관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힘입어 휴일과 주말 상영이 연이어 매진되는 등 예상 밖의 뜨거운 열기를 나타내고 있다. 아랍영화제는 아랍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인데, 그동안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했다면 올해는 영화제에 초점을 맞춰 일반 관객이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아랍지역 영화를 선보였다.

아랍영화가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영화제가 열린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은 휴일과 주말을 이용해 영화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으로 북적였다. 아트나인 관계자는 "아랍영화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로 높을 줄은 몰랐다"면서 영화관을 가득 채운 관객에 놀라워했다. 작은 영화제로서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열기는 새로운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미지의 영화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특별전이 열렸으나 아랍영화는 특별하게 소개된 적이 없는 것도 관심을 부채질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랍권 국가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에 걸쳐 있어 주로 각 나라가 속한 대륙의 범주에서 소개됐기 때문에 아랍영화를 따로 묶는 것은 생소하게 보이는 탓도 있다.

상영관에는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아랍지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들도 여럿 찾아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충직 중앙대학교 교수는 "예전에는 국내에서 아랍영화를 볼 수가 없었고 유학을 가서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상영 기회가 생겨 기쁘다"면서 "국내 관객에게는 아랍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접하기 힘든 아랍영화에 관객들 호기심 증폭

 아랍영화제 포스터. 6월 25일~30일까지는 부산에서 이어진다.

아랍영화제 포스터. 6월 25일~30일까지는 부산에서 이어진다. ⓒ 아랍문화축전

아랍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평론가와 아랍전문가가 적극 나서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아랍영화가 그간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공개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8일 영화 상영 직후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 모로코와 이집트를 제외한 아랍지역의 영화제작기반이 열악하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영화관이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조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아실>은 오만에서 만들어진 두 번째 작품으로 오만에서의 첫 영화는 2006년에 만들어졌다. 아랍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영화 제작이 활발한 곳은 이집트 정도인데, 연간 30여 편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극장 수는 400개 정도다.

또 모로코는 현지에서 촬영된 영화만 1200편에 달해 나라는 작지만 아랍권에서는 영화적 기반이 탄탄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개막작이었던 <로얄 러브>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이 나라 역시 1년에 제작되는 영화가 3~4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만들어지는 영화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랍영화의 희소성을 높인 원인이기도 하다.

아랍영화라고 하면 막연하게 이란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란영화는 아랍영화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영화제를 기획한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우리도 처음에는 이란 영화들을 아랍영화로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페르시아 영화'로 불린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했다. 

아랍권 독립과 폭탄테러 등에 대한 이해 폭 넓혀

아랍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인 나라는 모두 9개국으로 아랍에미리트, 오만, 알제리, 모로코, 레바논, 이라크, 튀니지, 이집트, 요르단 등이다. 국가별로 각 1편씩 9편의 작품이 선보였는데, 영화 기반은 취약하지만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 것도 아랍영화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요인이었다.

특히 1966년 제작돼 3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알제리전투>는 쉽게 보기 힘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계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을 투쟁기를 그렸는데,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랍권의 독립과 폭탄테러의 시작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영화"라고 평했다.

 아랍영화제 상영작 <신의 전사들> 한 장면. 극단적 이슬람주의의 자폭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랍영화제 상영작 <신의 전사들> 한 장면. 극단적 이슬람주의의 자폭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 아랍문화축전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신의 전사들> 역시 모로코에서 벌어졌던 극단적 이슬람주의의 자폭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서방과 아랍 간 불신의 간극을 보여준다.

정지욱 평론가는 "작품들의 편차는 있었으나 영화를 통해 아랍문화의 이해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며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9일까지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아랍영화제는 장소를 옮겨 25일~30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계속된다.

아랍영화제 신의전사들 알제리전투 조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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