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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독립운동 탄압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개 사과를 보도하는 BBC
 케냐 독립운동 탄압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개 사과를 보도하는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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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케냐 식민통치 시절의 가혹 행위를 60년 만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보상에 나섰다.

영국 BBC에 따르면 6일(한국시각)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정부가 케냐에서의 가혹행위로 케냐 독립운동에 차질을 준 것은 진심으로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

헤이그 장관은 "영국 정부가 식민통치 당시 케냐인에게 가했던 고문과 가혹행위를 인정한다"며 "고통과 고뇌를 겪은 피해자들에게 영국 정부를 대표하여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정부는 피해자 5228명에게 1990만 파운드(약 341억 원)를 지급하는 금전적 보상에 합의했으며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기념비를 설립하는 비용도 부담할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영국은 1950년대 케냐 독립투쟁인 '마우마우 봉기(Mau Mau)'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가혹 행위를 가했다. 마우마우는 케냐의 주요 부족인 키쿠유족이 나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무장 투쟁을 벌인 단체다.

당시 영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력 진압에 나섰으며, 봉기 가담자를 불법으로 체포하여 구금하고 고문했다. 케냐 인권위원회는 마우마우 봉기로 9만여 명이 숨지거나 불구가 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가혹 행위의 책임을 케냐 정부에 떠넘기면서 소송 시효가 지났다며 회피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영국 법원이 폭행, 거세, 강간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 3명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합의에 나섰다.

"영국 정부의 첫 사과, 용기있는 결정"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식민통치 시절의 가혹행위를 인정하자 피해자 측의 변호단 대표 마틴 데이는 "영국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한 사과는 역사적이고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 정부가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시 피해자의 대부분은 아무런 죄도 없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았으며 아직도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헤이그 장관은 "영국 정부가 법적 책임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물러섰다. 비슷한 피해를 입었던 다른 식민 지역에서도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 케냐에 대한 보상도 법정 밖 화의로 결정한 이유다.

이번 영국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계기로 지난 1919년 영국군의 발포로 인도인 1천 명 이상이 숨진 '암리차르 대학살' 피해자들도 곧 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그:#영국 식민지, #케냐, #마우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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