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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되던 시기 한반도는 '도상전쟁'이 진행되었다. 미국은 B-52, B-2, F-22 등 최강의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진입시켰다. 북한은 맞춤형 맞대응 전력을 과시했다. B-52가 등장하자 무인타격기와 지대공 미사일을 등장시켰다. B-2와 F-22 스텔스기에는 전략로켓부대에 대한 사격대기상태를 명령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제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다시 잠잠해진 분위기이다. 비록 최근 6발의 미사일 혹은 방사포 발사가 동해에서 있었으나 3월과 같은 대규모의 무력이 한반도에 전개되지는 않았다. 일본 아베 총리의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가 중국에 방문하는가 하면 미중 정상회담이 6월 초에 열리는 등 다시 대화 국면이 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5월 21일 대단히 특별한 사람의 대단히 특별한 기고문을 실었다. <북한은 미국을 어떻게 무력화시킬까>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전 CIA 국장이었던 제임스 울시, 그리고 핵전문가 피터 프라이 두 사람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물론 이 기고문은 한국 언론에도 상당히 소개되었다. <연합뉴스>는 <"미, 북 선제공격했어야… EMP 공격받으면 재앙"이라는 울시의 주장을 제목에 달았으며, 대다수 한국 언론이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기고문의 목적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울시는 "북한은 단 하나의 탄두를 나를 수 있는 단 하나의 ICBM만으로 미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적었다. 울시에 따르면 미의회 EMP위원회와 미 의회 전략태세위원회 그리고 미 행정부의 다른 연구그룹들이 "미 본토 상공의 어느 곳에서건 단 한 발의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에도 재앙적인 전자기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울시는 이 '재앙적인 전자기파'는 "미국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통신과 교통, 금융시설, 식수망 등이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전자망과 인프라 시설을 수 개월에서 수 년 동안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울시에 따르면 미국 방어 체계는 북한의 공격에 무기력하다.

오바마 정부는 이륙단계 방어(boost-phase interception)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우주기반 방어 체계 연구 예산도 축소했다. "미국의 모든 타도 미사일 조기 경보 레이더와 요격체계는 북극을 통해 오는 미사일 궤도의 중간 단계 혹은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미국이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MD) 체계는 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 중간 단계, 마지막 단계를 구분하여 대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륙단계 방어는 바로 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에서의 방어를 의미한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지금처럼 긴박하게 요구된 적이 없다"

울시의 지적은 EMP 공격의 경우 초기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 공격이 아니라 상공에서 폭발하는 것이라면 중간단계와 마지막 단계에서의 MD 요격은 요격 행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설령 요격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MD 요격 자체가 EMP탄을 폭발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이 미국의 방어 체계가 북극을 통해 오는 미사일 요격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울시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북극 중심의 미국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은 "북한이 남극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과 남극 지역을 경유해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남극을 통해 날아오는 미사일과 탄두를 방어할 수 있는 조기경보레이더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없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인공위성이 가는 곳이라면 핵탄두도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울시는 말한다.

"북한은 미 본토 인근에서 EMP 공격을 할 수 있는 최적고도(altitude optimum)에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울시는 북한의 ICBM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공격이 지금처럼 긴박하게 요구된 적이 없다."

울시는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현 대통령을 동시에 비판한다. 2006년부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현 국방부 부장관인 애슈턴 카터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권고해왔다. 그런데 부시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오바마 정부 역시 지난 4월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능력을 북한이 갖고 있다는 DIA(미국방정보국)의 결론을 무시했다.

울시가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한다고 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바로 이 주장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비약이다. 울시는 미 행정부의 전직 고위관리였을 뿐이다. 그러나 울시의 기고문에는 현직 고위관리의 이름이 등장한다.

윌리엄 페리와 함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장해왔던 애슈턴 카터, 현재 미 국방부 부장관이 그 사람이다. 카터는 키 리졸브 훈련이 진행되던 3월 18일 방한했고, 바로 그날 "B-52 전략 폭격기가 19일 한반도에서 비행훈련을 할 것"이라며 그동안 비밀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던 B-52 폭격기의 출격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한국 언론에 그 이름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완성된 퍼즐 : 대북선제공격론자들의 전쟁 준비

울시의 기고문은 3월부터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했던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은 3월 방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기존 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고 공언하였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언론과 국민들은 의례적인 발언으로 해석해왔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 1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DNI(국가정보국)와 DIA(국방정보국) 수장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서로 엇갈린 설전을 벌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해프닝이 벌어졌다. 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개발하거나 시험하지 못했고, 보여주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은 "북한이 현재 탄도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어느 정도 자신 있게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DNI와 DIA의 설전은 4월 1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더그 램본 미 하원의원은 DIA의 위와 같은 평가 내용이 담긴 DIA의 보고서 한 구절을 읽었다. 그가 읽은 보고서는 DIA가 3월 작성한 <유동적인 위협 평가 8099 :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결론 부분이었다. 보고서 대부분은 '기밀'이었지만 램본 의원이 읽은 결론 부분은 누군가의 실수로 '공개가능'으로 분류돼 있었다.

당시 한국 언론과 대다수 국민들은 이 해프닝을 미 정보기관의 정보 난맥상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문제의 이 보고서는 DIA가 3월에 작성한 보고서이다. 3월은 북미 사이에 '도상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였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이 한국에 와서 핵우산 제공을 확약했다. 핵우산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DIA는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이다. 그리고 북핵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는 울시의 위 기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DIA의 결론을 무시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이같은 퍼즐들을 종합해보면 아래와 같은 완성된 퍼즐을 확인할 수 있다. 2006년부터 북한에 대한 핵선제 공격을 주장해왔던 애슈턴 카터는 3월 북미 '도상전쟁' 시기 실질적인 북한에 대한 핵공격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3월 방한하여 핵우산 발언으로 표면화되었다. B-52, B-2, F-22와 핵잠수함 등 미국의 최첨단 무기 체계를 한반도에 집중 전개한 것 역시 그 일환이었다. 따라서 2013년 한미 키리졸브 훈련은 북한에 대한 '공격 연습'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전쟁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애슈턴 카터와 같은 대북 선제공격론자들은 '공격 연습'이 목표가 아니었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이 그 목표였다.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울시에 따르면 2006년 윌리엄 페리와 애슈턴 카터의 대북 선제공격 주장은 "너무 위험하다"는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그러나 페리와 카터는 2008년 "선제공격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며, 그 시기를 놓친다면 (미국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라며 대북 선제공격론을 다시 주장했다.

대북선제공격론자들에게는 여론 조성이 필요했다. DNI와 DIA가 미 의회에서 벌인 설전은 바로 대북 선제공격 여론 조성용이었다. 실수였든 고의였든 북미 '도상전쟁'이 벌어지던 3월 DIA는 대북 위협 평가 보고서를 내면서 결론 부분을 공개함으로써 이 논쟁을 촉발시켰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가 정보난맥상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면서까지 DIA의 북한 평가에 즉각적으로 반박했던 것은 대북선제공격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DIA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얹을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게 나와 행정부 결론"이라고 말한 것은 백악관이 미 국방부와 DIA의 전쟁 여론 조성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플린 DIA 국장은 "정보기관마다 사안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비공개 자리라면 밝히겠다"고 말하면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이와 같은 퍼즐 맞추기는 상상이다. 그러나 상당히 현실성 있는 상상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DIA의 보고서를 반박했다는 것은 대북 선제공격 여론이 힘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으며, 애슈턴 카터를 필두로 하는 대북선제공격론자들의 주장을 오바마 행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어쩌면 올해 전개된 북미 '도상전쟁'이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전쟁위기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쟁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울시의 기고문은 대북선제공격론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여론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6월 초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어쩌면 울시의 기고문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작된 대북선제공격론자들의 두 번째 전쟁 여론 조성 작업인지도 모른다.

울시가 지적했듯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초기에 이를 무력화시킬 방법이 없다. 중간단계와 마지막 단계에서의 파괴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게다가 북한의 핵탄두는 미국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남극을 경유해 날아올 수 있다. 울시는 강조한다.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만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통일뉴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북미 대결, #EMP탄, #제임스 울시, #한반도 전쟁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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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특임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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