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최근 틸라피아(아프리카 원산지 민물고기)로 식사를 했다면, 이것은 중국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 쿠키를 만들기 위해 인공 바닐라를 썼다면? 이 역시 틸라피아와 같은 기나긴 여행을 해서 미국에 있는 주방에 왔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미국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2011년 현재, 미국인이 먹는 틸라피아의 80%, 인공 바닐라의 85%, 사과 주스의 49.6%, 대구의 51%, 마늘의 31.3%, 가공된 버섯의 17.8%가 '중국산'이다.

미국인 먹는 마늘 70% '미국산'→50%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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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2012년, 미국의 중국 식품 수입 규모 변화(단위 : 십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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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총 41억 달러 규모의 식품을 수입했다. 이는 10년 전인 2003년(23억 달러)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007년 43억 달러까지 치솟았던 중국 식품 수입규모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떨어졌다 2010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가장 많이 수입하는 식품은 주로 얼리거나 가공된 과일과 채소다. 이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 과일·채소 수입규모는 총 16억 달러로,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기 전, 미국인이 먹는 마늘의 70%는 '미국산'이었다. 하지만 2007년,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마늘의 절반은 '중국산'이 됐다. 미국 마늘 재배는 3분의 1로 감소했다. 과일과 채소에 이어 많이 수입되는 식품은 신선하거나 냉동되거나 가공된 생선·해산물로, 30%(12억 달러 규모)를 차지한다.

중국의 '식탁점령'은 미국 식품업체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최대 육가공업체 솽후이가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 푸드를 47억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다. 솽후이가 스미스필드의 부채를 떠안기로 합의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인수 규모는 70억 달러가 넘는다. 스미스 필드는 "이번 계약은 스미스 필드의 더 많은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것이지, 중국 돼지고기를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틈만 나면 '음식 스캔들'... "광범위한 모니터링, 숙제"

<뉴욕타임스>는 이번 인수가 미국 식량 공급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시키고, 이것이 미국의 식품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전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식품을 수입한다. 동시에 우리는 중국 회사들과 관련된 음식 스캔들을 점점 더 많이 듣게 된다."

미국 소비자 단체 'Food & Water Watch'의 부국장 패티 로베라(Patty Lovera)의 말이다. 중국의 식품 안전은 심각한 상황이다. 멜라민이 애완동물용 사료, 아기 분유에 들어가고, 중금속인 카드뮴에 쌀이 오염되는 등 중국은 식품 안전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여우, 쥐, 밍크 고기에 젤라틴을 섞어 가짜 양고기를 만들어 판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식품 안전 전문가인 제프 넬켄(Jeff Nelken)은 "우리는 음식에 불순물을 섞는 중국의 창의성에 상을 줘야 한다"고 비꼬았다.

중국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식품 수출업자들에게만 증명서를 발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다. 미 농무부는 200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수입되는 식품들과, 수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성에 대해 광범위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 정부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최근 '안전하지 않은 중국식품의 위협'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이 공청회에서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인 다나 로라배처(Dana Rohrabatcher)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의 질에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중국 상품을 조사하고 테스트하는 것은 정부의 능력 밖에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