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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자리2
 아버지의 자리2
ⓒ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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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다리에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 '사진공간 배다리'에서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원락 사진가의 사진전 '아버지의 자리2'가 열리고 있다. 이 사진전은 5월 29일까지 열린다.

우리에게 아버지는 외면이나 내면에서 항상 초자연적인 모습으로 남는다. 어머니와는 다른 그 무엇이 아버지에게 있다. 어머니가 정이 깊어 항상 옆에서 챙겨준다면 아버지는 가만이 지켜보면서 믿음을 주는 존재이기에 그럴까? 그래서 인지 사진적으로 어머니를 표현하는 작업보다는 아버지를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버지의 모습이 가득할 것이란 기대는 무너진다. 사진가 최원락은 아버지의 방, 이부자리와 목침 그리고 촛점이 맞지 않은 고무신과 구두, 뒷모습과 투박한 손마디의 세월, 그리고 아버지가 나를 묻으라고 한 돌 무덤을 보여준다.

우리의 영원한 멘토, 아버지

   아버지의 자리2
 아버지의 자리2
ⓒ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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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버지는 누구일까. 그만의 아버지일까. 그는 그의 아버지를 통해 '나의 아버지'를 투영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 아버지라는 영원한 우리의 멘토 모습을 그의 사진속의 아버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통해 죽음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우리 안에 잠재의식 속의 세계를 표출하게 만든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있다가 없는'으로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의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프로그램에서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됐고, 서울 류가헌에서 개인 전시를 한 바 있다.

아버지의 부재로 완성된 사진전

   아버지의 자리2
 아버지의 자리2
ⓒ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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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락은 의사다. 동시에 그는 사진가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은 사진인이면 모두가 아는 곳인 부산 감천동에 있다. 아마도 그가 사진인으로 더 깊숙이 빠지게 된 계기도 장소적인 측면도 있지 않았을까. 그는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감천동 골목길을 수없이 다녔다(그는 이번 5월 말 감천동축제에서 감천동 사진으로 전시를 한다). 그는 그렇게 의사로서 또한 사진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고향 부친의 노쇠한 모습을 본다. 그 이후 그는 운명적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6~7년 동안 담았다. 결국 그는 돌아가신 후 죽음의 의례와 이후 아버지의 부재까지의 모습을 담음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은 옆에 없는 아버지. 그러나 사진가 최원락은 아버지의 흔적들을 쫒아다녔다. 하얀 고무신과 구두를 흐릿한 영상으로 잡았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새로운 시대적 변화의 상징이 흐릿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져 온다. 그가 말하는 아버지는 아버지가 쓰던 이불과 목침, 지팡이와 의자이다. 사물이 어디 아버지가 될 수 있겠냐만은 그는 사물의 아웃포커싱과 흐림으로 소멸함이 존재하는 것임을 드러내줬다.

그것은 익숙해 있는 것에 대해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 우매한 사람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한 작가 최원락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이별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의 자리2
 아버지의 자리2
ⓒ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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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곁을 떠난,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느낄 때 그 소중함을 인식하는 뒤 늦은 깨우침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소중한 것을 버리고 매일 일상 속에서 움직이며 사는 우리를 위해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우리 모두에게 살며시 드러내 놓은 것이 아닐는지….

홍순태 교수는 "그의 접근 방식은 단순한 부친의 모습을 기록 보존 하려는 재현적 기록을 벗어나 부친에 대한 깊은 동경, 사랑으로 아버지의 인생을 해석하려 노력한 사진"이라며 "그 진실을 전달함으로서 감상자의 이성과 감성에 호소하려는 의도가 깊이 잠재돼 있다"고 평했다.

최원락은 그가 아버지의 사진의 사진을 찍은 것에 이렇게 대해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들은 나에게 그때 그곳에 그 사람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고 사진들은 나에게 그 사람처럼 떠날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

최원락에 있어서 아버지는 영원히 함께 해야하는 존재인 듯하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그를 세상에 드러냈다. 그의 아버지가 아닌 우리의 아버지로….

   아버지의 자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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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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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최원락은 누구?
1955년 경남 고성 출생 / 부산의대 졸업 / 부산의과대학교 외래교수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내과 의사회 회장 / 부산광역시 사하구 의사회 회장 / 부산광역시 사하문화원 이사 / 중앙사진학원, 아트뱅크사진학원, 포토탑, 포토봉, 포토부산 수업 / 시청자미디어센터 다큐멘타리 제작과정 수료 / 영상 시나리오 작가 과정 수료 / 고은사진아카데미 수료

개인전
2010 '아버지의 자리Ⅰ' 공간루(서울) / 2012 '있다가 없는' 류가헌(서울) /
그룹전
2006 '빛그림자 단체전' 부산일보사 갤러리(부산) / 2007 '사진으로도 남길 수 없는 기억들' Gallery bit(서울) / 2008 '제6회 부산국제환경예술제' 을숙도문화회관(부산) / 2008 '한국흑백사진Festival' 울산문화예술회관(울산) / 2009 '제7회 부산국제환경예술제' 부산벡스코컨벤션홀(부산) / 2009 '추상의 얼굴' 카페 루카(부산) / 2011 '눈의 고백' 해운대 문화원(부산) / 2011 '부산역' 부산진구청 갤러리(부산)



태그:#최원락, #사진공간 배다리, #아버지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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