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소소한' 가족 영화. 달리 해석하면 '뻔한' 가족 영화다. 모든 이야기는 사건을 통해 갈등이 시작된 후, 위기에 직면했다가 절정에 이르러서야 모든 것이 해결되고 결말을 맞는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기는 사건은 유독 애매하다. '저러다 말겠지' 하는 거다. 어차피 봉합될 갈등이기 때문이다. 송해성 감독이 지난 2010년부터 준비했던 영화 <고령화 가족>이 2013년 5월에야 빛을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안하겠다던 윤여정, 촬영 끝나고도 늘 현장에 있었다"

죽어가던 <고령화 가족>을 살린 것은 2012년 여름 걸려온 배우 박해일의 전화였다. 극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오인모(박해일 분)가 "네가 좋아하는 닭죽 먹으러 오라"는 엄마(윤여정 분)의 전화를 받고 살아난 것과 묘하게 닮았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5년을 힘들게 버텼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던 송해성 감독은 "지지고 볶고 살아도 결국은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박해일씨와 술을 마시다가 (함께 연극을 했던) 윤제문씨가 합류했고, 이후 공효진, 윤여정, 진지희까지 합세해 지금의 가족이 되었다.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들이 한 화면에 모여서 지지고 볶으면 다른 시너지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배우들이 가족이라면 뻔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섯 배우를 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한 지점인 거다."

  영화<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에서 호흡을 맞춘 윤여정과는 불화도 있었다. 두 사람은 <고령화 가족>에서 재회했고, 그간의 앙금을 지웠다. 송해성 감독은 "윤여정 선생님이 출연을 고민했다는데, 나는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송 감독은 "윤여정 선생님한테 '영화가 끝나면 다 선생님 얘기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동안 (선생님이) 도시적인 이미지였기에 누구보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윤여정은 촬영을 끝내고도 쉽게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맥주잔을 기울이며 '가족의 정'을 쌓았다.

관객 위로하고 싶었던 감독, 스스로의 강박에서 벗어나다

 영화<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송해성 감독은 "많은 이들은 원작처럼 가기를 원하지만, 그 주제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주제만 있으면 소설은 버린다"고 설명했다. 송 감독은 사적으로 풀어놓은 이야기를 극적인 영화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그동안 비극적인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이번에는 '즐겁게 찍어 보자'는 것이 모토였다"면서 "'유쾌한 영화도 참 좋은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관객을 위로하고 싶었다. 전반부 50분은 유쾌하게 웃었다면, 나머지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는 엄마가 죽는다. 가족이 사실 엄마 때문에 모이는 건데 이들을 먹여줄 대상이 없다는 건 되게 비극이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오인모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떻게든 자기 영화를 찍었으니까.(웃음) 나는 작품이 쌓여 있는데도 내가 생각했던 영화를 못 찍고, 밥벌이의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 그때 <고령화 가족>을 하게 되었다."

 영화<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송해성 감독은 <고령화 가족>을 통해 스스로 강박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동안 비극적인 세계관을 갖고 살았던 그는 <고령화 가족>을 촬영하며 '긍정의 힘'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송 감독은 "배우들을 믿고 과도한 연출을 뺐기에, 배우들에게 빚지면서 찍은 영화"라면서 "영화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화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고 밝혔다. 

"나 자신에 대한 변화도, 이 배우들과 함께한 것도 그저 행복하다"고 미소 지은 송해성 감독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우리끼리 농담으로 2편, 3편을 찍자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26년간 계속된 일본 영화 <남자는 괴로워>처럼 이 안에서 가족들이 늙어가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냥 가볍지 않으면서도 유쾌한 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고령화가족>의 송해성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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