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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4시,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두고 충남대학교 정심화 홀에서는  아주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 치유 콘서트"가 그것이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은 이미 수 백만 독자를 감동시킨 양서로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종교학 교수로 계신 혜민스님은 이날 정심화 홀을 가득 메운 충남대 대학생과 대전 시민들에게 한 시간 반 동안 치유에 대한 강의를 했고 명상의 시간을 나누기도 했다. 혜민 스님은 대전 문창동 출신이라고 한다.

뉴 햄프셔 대학의 혜민스님의 강의 장면
▲ 혜민스님 뉴 햄프셔 대학의 혜민스님의 강의 장면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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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강의를 요약해본다.

"내가 트위터를 통해 글을 올릴 때 미국의 유명인사 특히 오바마 대통령 등은 자신이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의 글들을 올렸습니다. 저는 트위터에 올리는 글을, 살면서 성찰 할 수 있는 것들을 올리면 어떨까? 를 생각했고 이 글을 올리자 나를 따르는 팔로어(follower) 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어요."

'스님의 글을 추운날의 목도리 같아요' '스님의 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음의 치유는 세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요. 첫째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 때고요. 둘째는 나를 아는 사람이 상처를 줄 때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족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상처를 줄 때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까에 대해 애기해 볼까 합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상처를 주는 것은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한 예로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해인사에 행자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행자교육을 받으러 갔을때는 IMF의 끝 무렵이어서 중이 되려는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우리들을 흔히 IMF중(웃음) 이라고들 합니다. 제가 그곳에서 어느날 해우소에 가려는 데 뒤에서 "저 미제중 간다"라는 겁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나를 미워하는 그 분을 정면 돌파했습니다.

'왜 나를 미워하시냐?' 그러자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본인이 미국 가고 싶은데 미 대사관에서 비자 거부를 받은 겁니다. 해서 다음에 승려가 되면 뉴욕에 있는 당신 절에 내가 가면 안 되겠냐고...

그렇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을 투사해서 나를 괜히 미워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괜히 끌려 다니지 말고 다만 여러분이 혹시라도 내가 욕 먹을 일을 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얼마 전 저는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의 교수님이 쓰신 Give and Take 란 책을 읽고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남에게 더 많이 주고 싶어하는 사람과 남에게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가 받은 만큼만 주고 준 만큼만 받는 사람 이렇게요. 그런데 남을 뒤에서 험담하는 뒷담화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이 뒷담화가 남에게 받고자만 하는 사람을 중립의 사람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긴 인생을 볼 때 남에게 더 많이 주고 싶은 사람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에도 '뿌린대로 거두리라'가 있고 불교에서도 '잉과법'이라 해서 '한 대로 받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둘째 케이스는 내가 아는 사람에게, 내가 조금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는 호감이 있는데 저쪽은 호감이 없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가슴이  아플 것입니다. 그러나 될 인연은 몸부림 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될 인연은 내가 몸부림 치지 않아도 저절로 됩니다.
그냥 놔주십시오. 인연이 아닌 것을 억지로 엮어 결혼했다 치더라도 서러워집니다. 설사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깨어 졌다 치더라도 결혼해서 헤어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십시오.

셋째는 가족에게 배신 당했을 때의 치유입니다. 내게 온 이메일 들 중에는 정말 충격적인 것들도 많지만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이 분은 엄마와의 갈등에서 오는 상처입니다. 이 여성분의 엄마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네 살, 다섯 살 무렵인가? 엄마가 욕조에 물을 받아 아이는 물에 들어갔고 처음에는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물이 차갑게 식어버릴 때까지 기다리다 지쳐 그냥 나왔고 이것이 엄마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라고 합니다.  엄마는 자기밖에 모른다고 반항하며 우울한 사춘기를 보냈고 그 엄마가 팔순이 되어 암 투병을 하시게 된 겁니다.

누군가 그 엄마를 목욕시켜야 하는데 그 딸 밖에 없던지라 그녀가 목욕을 시키게 된 것입니다. 목욕 도중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딸아!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가 한 번도 내 몸을 씻어준 일이 없단다.'
그렇습니다. 이 어머니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엄마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엄마가 가진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화해가 되고 용서가 됩니다. 혹시라도 엄마의 고통과 아픔이 있으시다면 그것이 무엇이었나 이해하려고 하십시오.  '시집살이가 평생 힘드셨나?' '아버지가 외도를 하셨나?' '어릴 적 집안이 너무 어려우셨나?'  이렇게 말입니다.

정심화홀 앞의 안내문
▲ 마음치유 콘서트 정심화홀 앞의 안내문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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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민스님의 강의 1시간전부터 정심화홀을 메운 대학생과 시민들
▲ 정심화홀을 가득 메운 대학생들과 시민들 헤민스님의 강의 1시간전부터 정심화홀을 메운 대학생과 시민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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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은 다음으로는 자녀에게 집착하는 부모님의 경우를 들어 강의를 하셨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나는 스님의 이 한 마디가 마음에 와 닿았다.

"정말 아이를 위하신다면 살짝의 무관심이 아이에게 엄청난 보약이 됩니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조명을 끄고 명상을 통해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힘내라고 나를 소중히 여기라고 소리를 내고 명상을 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이라 하더라도 옆자리에 앉은 분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외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분들이 어딜 가나 인정받고 보호 받으며 사랑받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아무런 안면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마음속으로 그 분들이 잘 되기를 빌어주니 내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한 시간 반 동안 쉼 없이 여러 케이스를 들어가며 상처에 대한 치유를 설명하시고 명상의  강의를 마치신 스님께서는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 내 주변에는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스님은 유유히 떠나셨지만 그를 응원하는 박수소리는 그가 떠나고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마치 나를 응원하듯 스님을 응원하듯.

5월의 신록이 아름다웠던 충남대 캠퍼스
▲ 충남대 캠퍼스 5월의 신록이 아름다왔던 충남대 캠퍼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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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혜민스님 , #마음치유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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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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