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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평소 저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얼마 전까지 대기업사회공헌재단에서 사회적기업관련 업무를 했었고, 지금은 슬로펀드라는 소셜벤처를 창업해서 운영 중입니다.

슬로펀드는 친환경 농산물 계약재배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외에 개인적으로는 IT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을 해왔습니다. 도네이션서베이, 우샤히디한글화, 건강한밥상, 보트스마트가 워드프레스 등 오픈소스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서 운영했던 서비스들입니다.

슬로펀드,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서울 노들섬에 설치된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의 꿀벌사진
▲ 꿀벌사진 서울 노들섬에 설치된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의 꿀벌사진
ⓒ 김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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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펀드의 미션 중 하나는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계약재배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질문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건강한 먹거리의 시작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입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씨를 뿌리고 가꾸는 건 생산자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수분활동이 있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주요 작물의 71%가 벌에 의해 수분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몬드는 100%라고 하니 갑자기 벌이 달리 보이더군요.

그렇게 벌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16개 과수, 채소작물에 꿀벌이 기여하는 가치는 약 6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2008년에만 190만 통(세계11위)을 전국에서 키우고 있고 꿀을 2만 7천 톤(세계15위)이나 생산해 내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런 직접적인 경제적 성과 이외에도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생태계에서 벌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명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보니 좀 극단적인 전문가는 벌이 사라지면, 작물 재배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먹이 사슬 효과에 의해 식량과 가축 생산이 줄어들어 전 인류가 식량위기에 처한다는 SF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벌이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꿀벌들이 하는 일에 대해 갑자기 더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아는 벌은 일 열심히 하는 일벌과 이 녀석들을 낳아주는 여왕벌과 일 안 하는 수벌밖에 없거든요. 좀 찾아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꿀벌은 벌통에서 반경 4킬로미터를 움직이고 하루에 50회 가까이 벌통을 드나든다고 합니다. 저는 꿀을 즐겨 먹는데 제가 먹는 1그램은 20회를 왕복하고 8천 송이의 꽃을 방문해야 나올 수 있는 양이라는 것입니다. 순간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1킬로그램은 지구 한 바퀴 거리인 약 4만 킬로미터나 비행해야 나온다고 합니다. 왠지, 이제부터 꿀을 먹기 전에 꼭 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감사의 인사를 전할 꿀벌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어릴 적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에 앉아 있던 꿀벌을 보는 게 매우 익숙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게 제 기억에서 꿀벌은 추억 속에서만 있게 되었던 거죠. 이렇게 저처럼 보통 사람들의 기억 속에 꿀벌은 시골 한적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생명체였습니다.

요즘 들어 도심에서 이런 꿀벌을 키우는 모습들이 점차로 보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꿀벌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찾아보니, 의외로 도시는 꿀벌이 살기 좋은 장소라고 합니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가 꿀벌의 생육환경에 좋다고 합니다. 콘크리트로 가득한 도시가 좋다니 신기하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이 꿀벌은 침을 갖고 쏜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꿀벌은 위협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알아서 피해 간다고 합니다. 역시,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의외로 도시는 꿀벌이 살기 좋은 장소... 위협하지 않으면 쏘지 않아요

서울 노들섬에 설치된 꿀벌을 보여주는 도시양봉가
▲ 도시양봉가 서울 노들섬에 설치된 꿀벌을 보여주는 도시양봉가
ⓒ 김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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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양봉을 하는 곳을 찾아보니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 공공과 민간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청 옥상에 도심 양봉장을 설치해서 꿀도 40리터나 채취했다고 하고, 올해 들어서는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공원 양봉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이야기는 도심 속 꿀벌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운영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babydpdud)를 통해 들을 수 있고요.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이곳은 청년 5명이 모여 만든 도시양봉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지난 1년간의 준비를 거쳐 벌써 노들섬과 은평구 갈현텃밭에서 꿀벌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이 하는 일은 도시양봉과 이것의 가치를 알리는 교육, 홍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도시양봉 입문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유료)을 만들었고, 슬로펀드(http://slowfund.co.kr)를 통해서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꿀벌 1군과 양봉도구 그리고 총 21시간의 교육을 6월부터 9월초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입문자 교육으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벌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하고 싶어"

저는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진(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공동대표) 대표와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진 대표는 초기에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 물어볼 곳도, 책도 사람도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저희의 노하우와 양봉 선배님들과 함께 입문자분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슬로펀드라는 친환경 농산물 관련 서비스가 있어 함께 기획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저희와 함께하실 분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서울 하늘 아래 벌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꽃과 열매가 가득한 곳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와 함께 제가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도시양봉이라는 거 꽤 괜찮은 취미 활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꿀벌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도 어마어마하지만, 이 작은 곤충이 나에게 주는 달콤한 꿀만큼 즐거운 일이 더 있을까요?

앞으로 저는 슬로펀드를 운영하며 생기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친환경 농산물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마트 매대 위의 친환경 마크로는 담을 수 없는 즐거움과 가치를 담고 있으니까요.


태그:#도시양봉,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슬로펀드, #김정관,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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