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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가 쳐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2층 창문
 블라인드가 쳐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2층 창문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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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기자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으로 전화를 걸자 그의 부인이 받았다. 

- 원장님 계세요?
"안 계세요."

- 어디 가셨나요?
"지금 안 계세요. 특별히 나가는 사무실도 없고요. 왜 그러세요?"

- 원장님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들이 나와서 직접 얘기를 들어보려고요.
"그런 얘기들은 다 이상한 것들이에요."

- 오늘 들어오시나요?
"들어올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안들어올 때도 있어요." 

부인은 원세훈 전 원장이 자택을 드나들고 있음을 강조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1일 '한밤중 퇴임식'을 열고, 사흘 뒤인 3월 24일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해외출국이 좌절된 이후 그의 정확한 소재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비밀리에 해외로 출국한 것 아니냐?'는 억지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측 "원세훈 소재 파악돼... 국정원과 연락하며 검찰수사 협의하는 듯"

지난 3월 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 "원세훈 출국 못해!" 지난 3월 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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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원장은 진선미(비례대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원 전 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25건을 공개한 직후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잇달아 고소·고발당했다. 민주통합당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민변·참여연대, 전교조·민주노총 등에서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그를 고소·고발한 것이다.

검찰은 애초 이 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 '공안3부'에 해당하는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최성남)에 배당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 공공형사수사부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공형사수사부가 업무상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세훈 전 원장을 제대로 수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검찰은 특임검사를 통해 수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검찰은 특수부·공안부·첨단범죄수사부 소속 검사들을 중심으로 '원세훈 수사팀'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특임검사를 임명해 원세훈 전 원장 개인 고발·고소사건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까지 송치받아서 이를 병합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특임검사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과 직결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이라는 사안의 폭발성 등을 헤아릴 때 검찰의 대응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도 인정한 '원세훈 지시사항'이 공개된 지 벌써 거의 한 달이 지났고,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검의 또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고, 원세훈 전 원장도 국정원쪽과 연락하며 검찰수사와 관련해 협의하는 걸로 안다"고 귀뜸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경찰과 검찰이 인사청문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는데도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된) 수사를 언제 종결할 것인지 모르겠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 고발·고소사건을) 수사한다고 요란만 떨지 말고 빨리 수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수사 늦어지는 사이 '원세훈 개인비리 의혹' 점화 움직임

한편 검찰이 '원세훈 수사'에 늑장을 부리는 사이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비리 의혹들이 제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 미국내 호화주택 구입 의혹 ▲ 미 스탠포드대 거액 기부 의혹▲ UAE 원전 수주 협력 대가 거액 수수 의혹 ▲ 관저 호화 개축공사 의혹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들은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 '첩보' 수준으로 떠돌고 있다. 이를 두고 "확인되지 않는 개인비리 의혹들을 흘려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특임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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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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