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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의 화제인 <신세계>는 조폭이 나오지만 본격 조폭 영화라고 불리기 어색한 작품이다. 성악 천재의 드라마를 그린 <파파로티>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조폭 영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듯하다.

2001년: 한국에 조폭 영화 붐이 일다

 영화 <조폭 마누라1>. 2001년 작품이다.

영화 <조폭 마누라1>. 2001년 작품이다. ⓒ 현진픽쳐스

조폭 영화는 1990년대에도 많았다. 조폭 영화를 멜로와 결합시킨 박신양 주연의 <약속>(1998년)이 있었고, 그 전에 한석규 주연의 <넘버 3>(1997년)가 있었으며, 그 전에는 김상진 감독의 <깡패 수업>(1996년)이 있었다.

그보다 전에도 조폭이 나온 한국 영화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어느새 조폭 영화는 한국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조금씩 다양한 장르적 아이템 또는 작가들과 만나며 진화해 왔다.

그러던 중 2001년 한 편의 영화가 극장가를 달궜다. 신은경·박상면 주연의 코미디 영화 <조폭 마누라>. 전국 500만이 넘는 관객을 들이며 그해 충무로의 핫 이슈로 떠올랐었다. 평범한 공무원의 아내가 알고보니 조폭 두목이라는 설정은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에 조폭 영화가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해준 작품으로 꼽힌다.

<조폭 마누라>는 1편의 성공에 힘입어 2편과 3편도 나왔지만,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었다. 사실 '조폭 영화 붐'은 <조폭 마누라>보다 먼저 개봉해 '국민 영화'가 되었던 <친구>(2001년, 곽경택 감독)의 성공이 불을 지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는 조폭보다 '남자들의 우정'이 더 부각되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조폭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거의 코미디에 집중해 왔다. 대표적인 작품이 <조폭 마누라>보다 더 많은 수의 속편을 탄생시킨 <가문의 영광>(1편 개봉 2002년) 시리즈다. <가문의 영광>은 지난해 12월에 5편까지 개봉했으니 10년을 이어온 장수 조폭 영화 시리즈인 셈이다.

그 외에도 <달마야 놀자>(2001년) <두사부일체>(2001년) <보스 상륙 작전>(2002년) 등의 코미디물이 2000년대 초반에 쏟아져 나왔다. <달마야 놀자>와 <두사부일체>는 1편의 인기로 속편이 나오기도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조폭 코미디가 나왔다 하면 흥행이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조폭 영화, 걸출한 감독들을 만들고 거쳐가다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 다양한 감독들이 조폭 영화를 만들면서, 조폭 영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 속 하나의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하가기에 이르렀다.

<7광구>와 <타워>를 만들며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으로 떠오른 김지훈 감독. <화려한 휴가>의 흥행 성공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차인표와 조재현이 나왔던 <목포는 항구다>(2004년)가 있었다. 이 영화가 흥행하지 않았더라면 <타워>를 못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 감독의 경우처럼 조폭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수익이 보장되는 장르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래서 신인 감독의 데뷔작 등으로 조폭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게 되었다.

올 1월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 그의 작품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 역시 조폭 영화의 코드를 지니고 있었다. 어찌 보면 류 감독이 한국 조폭 영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역할을 처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이후 만든 <짝패>(2006년)와 <부당거래>(2010년)는 각각 '액션'과 '한국형 누아르' 라는 아이템을 조폭 영화와 잘 버무린 수작으로 불리웠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감독들이 조폭 영화를 만들었다. 최근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를 내놓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년)과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2006년)는 보다 색다른 조폭 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단순한 코미디에서 한층 진화된 장르 영화로..<신세계>와 <파파로티>

 올해 개봉한 <신세계>와 <파파로티>. 조폭이 등장하지만, '조폭 영화'는 아니다.

올해 개봉한 <신세계>와 <파파로티>. 조폭이 등장하지만, '조폭 영화'는 아니다. ⓒ (주)사나이픽쳐스/KM컬쳐


이후로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규모의 조폭 영화들이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에는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큰 사랑을 받았다. 올 1월 개봉한 <박수건달> 역시 <조폭 마누라>로 조폭 영화의 신화를 썼던 조진규 감독의 작품으로 300만 이상의 관객을 들였다.

뒤이어 두 편의 화제작이 등장했다. 올해 한국 영화 흥행 3위를 달리고 있는 <신세계>와 지난달 14일 개봉한 한석규-이제훈 주연의 <파파로티>가 그것이다. 두 작품은 과거의 조폭 영화와 다르다는 점에서 '조폭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먼저 <신세계>를 살펴보자. 황정민-이정재 주연의 <신세계>는 <부당거래>의 각본을 썼던 박훈정 감독이 직접 연출하고 각본도 쓴 작품이다. <신세계>는 비록 조폭이 주요 인물들로 나오지만, 그보다는 한 사람의 성장과 사회 적응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정통 누아르로 만들어졌다. <친구>에도 조폭이 나왔지만 우정을 강조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듯이, <신세계>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파파로티>의 한 장면. 재능을 가진 문제아와 까칠하면서도 사랑을 겸비한 선생의 이야기는 훈훈함을 자아낸다.

영화 <파파로티>의 한 장면. 재능을 가진 문제아와 까칠하면서도 사랑을 겸비한 선생의 이야기는 훈훈함을 자아낸다.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영화 <신세계> 속 한 장면

영화 <신세계> 속 한 장면 ⓒ (주)사나이픽처스


<파파로티>는 어떤가. 과거 <약속>이 조폭 영화를 가장한 멜로물이었다면, <파파로티>는 조폭 영화를 가장한 감동 드라마다. 주인공이 조폭으로 나오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한 사람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움직여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폭이 나오지만, 조폭이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조폭 영화가 아니다. 흥행 수익을 위한 한때의 유행으로 시작된 조폭 영화가 요즘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재미를 높여준 하나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을, 이 두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 조폭이 나온다고 통하는 시대는 갔다

그렇다. 어느새 '조폭 영화'는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영화들이 나올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예전의 스타일을 고수했다가는 관객과 평단에게 주목을 받지 못할 듯싶다. 이제는 무조건 조폭이 나온다고 통하는 시대가 아니라, 분명한 작품성과 장르를 갖춘 작품이 재밌고 감동적인 스토리와 어우러져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관객은 늘 진화하는 한국 영화계를 원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폭 영화를 웰메이드 대중 영화로 만들 줄 알게 된 한국 영화계는 분명히 진화한 것 같다. 최근 외화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영화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받으려면, 이전의 명성에 연연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안주하기보다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변화해야 한다.

조폭 영화가 잘된다고 계속해서 비슷한걸 만들면 당장은 몰라도 10년후에 관객의 외면을 받듯이(<가문의 영광5>의 관객수는 1편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 한국 영화가 잘된다고 계속해서 비슷한 것만 만들다 보면 언젠가 관객이 돌아설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영화계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세계 파파로티 박수건달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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