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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탤런트 김정은씨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여러분~ 부~자 되세요!"하던 게 새삼스럽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수고하세요'나 '고생하세요'같은 인사말을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면, '수고'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 또는 그런 어려움'으로, '고생'은 '어렵고 고된 일을 겪음. 또는 그런 일이나 생활'이라고 나온다. 입에 버릇처럼 붙은 말인데, 한쪽에서는 이런 인사말은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라고들 한다.

언젠가 방송인 하일씨가 텔레비전에서 "미국에서는 '수고하세요'가 'Work hard'의 뜻으로 일을 더 하라는 뜻"이라면서 미국에서 그랬다면 맞을 수도 있다"고 해서 웃은 기억이 난다. 그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도 할 말은 정말 아니다 싶다. 말하는 사람이야 고마움을 드러내려고 한 말이겠지만, 그 말 속에 '얼마나 열심히 일하였는가'를 평가하는 뜻이 담겨 있는 까닭이다.

이런 인사말들이 더 없을까 생각해보니, '새배(인사· 절)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맛있게 드세요', '부자 되세요' 같은 말도 죄다해서는 안 될 말이다. 아는 분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보여주면서 기분이 좋다고 해야할 지 언짢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 일도 지금도 생각난다. 건강하라는 것도 이루고 싶은 일 다 이루라는 말도 행복하라는 말도 아닌 "새해에는 돈벼락 많이 맞으세요" 라니. 덕담이라고 한 말인데 왜 마음이 불쾌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하는 사람은 앞엣말에 초점을 두고 한 말이란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뒤엣말 때문이다. '하세요', '받으세요', '드세요', '되세요' 따위 말들이 하나같이 시키는 말이라서 '예의'에 어긋난다. 말하자면 그 말을 듣고 그 말을 따라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판단은 쉽다.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 말을 듣는 사람이지 그렇게 하라고 아랫사람이 강요해서야 될 말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인사말은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한다. 입에 상투처럼 붙은 말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몰라도 언제든 세상을 바꾸는 건 작은 실천에서 시작한다.


태그:#인사말, #부자 되세요, #새배 받으세요, #맛있게 드세요,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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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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