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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이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영국 세인트앤드류대 인지심리학자인 데이빗 페럿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얼굴을 반대의 성별로 합성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 중 가장 선호하는 얼굴을 선택했다. 실험 결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얼굴은 선택을 한 당사자의 얼굴을 합성한 이성의 얼굴이었다.

2009년 4월, EBS에서는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보여주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얼굴사진을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이성의 사진을 골랐다.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고른 이성의 사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이성의 사진을 고른 것이다.

실제로도 자신과 닮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많은 커플 매니저들이 이야기한다. 부부가 닮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실은 처음부터 닮은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는 항상 접하는 것들을 통해 가치관을 세우게 된다. 만약 얼굴이 길고 키가 큰 사람들끼리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끼리는 얼굴이 길고 키가 큰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정상적인 모습'이 미의 기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 기준은 피아를 식별하는 기준으로도 작용한다. 나와 닮은 사람일수록 내 편일 확률이 높고, 나와 다르게 생겼을 수록 내 편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무의식 중에 여기는 것이다. 원시 부족을 생각해보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적일수도 있기 때문에 경계를 해야 한다. 전쟁중이라면 적과 아군을 빠르게 구분해야 한다.

결정론적 생명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현상일 수도 있다. 원시시대에 공동생활을 하면서 공동양육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만약에 거주지에 불이 나거나, 적이 쳐들어와서 수많은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을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자신의 혈육을 고를 것이고, 자신과 닮은 아이가 자식으로 여길 것이다.

이 능력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타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도 엄마를 알아본다. 한 실험에서는, 연구자들이 평균 1.7일 된 신생아들에게 각자의 어머니와 어머니를 조금 닮은 방금 출산한 여성을 보여 주었다. 아기들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진짜 어머니에게 시선을 주목했다.

자기 자신과 닮은 얼굴, 혹은 익숙한 얼굴을 선호하는 경향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특징을 '정상'적인 기준으로 여기게 된다. 때로는 이런 현상이 지나쳐서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신과 다른 얼굴을 배척하는 것이다. 인종차별이 대표적인 예이다.

요즘에는 매체의 발달로 세계를 가깝게 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역공동체만큼이나 전 세계를 가깝게 느끼기도 한다. 이제는 외국인의 얼굴을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고 익숙하게 느끼고 있다. 이는 미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익숙함을 느끼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만큼 미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가 외국인의 얼굴을 익숙해하고 아름답게 느끼는만큼 외국인들도 한국인의 얼굴을 익숙해하고 아름답게 느끼고 있다. 한국인다운 얼굴, 나다운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



태그:#얼굴,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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