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포항스틸러스는 외국인 없이 시즌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이 시즌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닌 K리그 클래식에서 외국인 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실제 지난 시즌 FC서울의 우승을 일궈낸 가장 큰 주연은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 아디로 이어지는 4명의 외국인 선수였다. 이뿐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터뜨리는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는 어느 팀에서나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K리그 클래식에서 뛰어난 외국인 선수 보유는 곧 리그성적과 직결됐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이를 깨고 순수 토종 선수로만 시즌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도전이 아닌 도박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선택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전 세계적 철강 경기 악화 탓에 줄어든 모기업의 지원 때문이다. 국내선수보다 높은 몸값을 지급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포항스틸러스가 자랑하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대한 황선홍 감독의 믿음이다. 포항스틸러스는 포항제철동초등학교, 포항제철중학교, 포항제철고로 이어지는 명문 유소년팀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스틸러스 산하의 유소년팀은 연령별팀 모두 오래전부터 강한 전력을 보유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왔다. 포항스틸러스는 각 팀이 모두 유소년팀을 보유하기 훨씬 이전부터 꾸준히 연령별 유소년 팀들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포항스틸러스는 이동국, 신광훈 황진성, 신화용 등 K리그 클래식의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그리고 최근 포항스틸러스는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고 있다. 포항스틸러스는 포항 유소년팀 출신 선수들이 많다. 27일 열린 베이징 선화전 선발 명단만 봐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선수 중 신화용, 고무열, 이명주, 조찬호, 신광훈, 신지호 등, 무려 반 이상이 포항의 체계적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발전해온 선수들이다. 이와 같이 최근 포항의 유소년 팀이 배출한 선수들이 좋은 실력을 보여 팀 내 주전을 차지하며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황선홍 감독의 말이 호기로 보이지 않는 것은 최근 등장하고 있는 포항 유소년팀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 때문이다.

포항은 이전부터 다른 팀에 비해 유소년 팀에서 배출된 스타가 많은 팀이었다. 현재에도 신화용, 황진성, 신광훈 등 포항스틸러스 유소년팀 출신들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신인왕 이명주를 비롯해 재작년 아깝게 신인왕을 놓친 고무열, 포항의 메시라고 불리는 조찬호,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 문창진과 이광훈까지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끊이지 않고 수많은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에 꾸준히 수준급의 유망주들이 들어오면서 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의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란 추측도 섣부른 판단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포항스틸러스는 그 어느 팀보다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공식경기였던 베이징 궈안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통해서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포항 유소년팀 출신 선수들은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선발 출전한 이명주는 전반 수비적인 위치에서 플레이와 후반 공격적인 위치에서의 플레이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공적인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포항의 외국인 선수 없이 시작하는 2013시즌은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당장의 성적이 중요했던 K리그 클래식의 팀들은 많은 돈을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했다. 반면 투자를 많이 해도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대한 K리그 클래식 팀들의 투자는 많지 않았다. 문제는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를 비싼 값을 치르고 데려와도 실제로 제값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포항스틸러스가 꾸준한 지원으로 훌륭한 자원들을 배출해내고 팀의 중요 자원으로 삼는 현재의 모습은 프로팀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나아가 포항스틸러스의 이와 같은 행보는 K리그 클래식의 발전뿐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발전에까지 영향을 끼칠 중대한 시작이 될 수 있다. 계속해서 유망주가 발굴된다면 대한민국 축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는 포항스틸러스의 이번 시즌 행보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황선홍 감독의 시도가 단순히 무모한 도박으로 끝나며 그 한계를 드러낼지, 아니면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황선홍 감독의 선택이 호기로운 도박이 아닌 성공적 도전으로 끝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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