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된 tvN <이웃집 꽃미남>의 한 장면

26일 방송된 tvN <이웃집 꽃미남>의 한 장면 ⓒ CJ E&M


정신없이 산만하지만, 보는 내내 밝은 기운을 줬던 '깨금이' 엔리케 금(윤시윤 분)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tvN <이웃집 꽃미남>(극본 김은정·연출 정정화)이 지난 2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는 엔리케와 고독미(박신혜 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고, 오진락(김지훈 분)은 웹툰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으며, 88만원 세대 유동훈(고경표 분)은 마이너스 통장 신세에서 탈출했다. 건물주로 밝혀진 경비원 홍순철(이대연 분)과 404호 정임(김소이 분)도 알콩달콩한 사랑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웃집 꽃미남>은 꽃미남물,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따랐다. 우연찮게 만남이 시작되고, 갈등이 있다가도 해결되며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웃집 꽃미남>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의 소중함', 이것이 바로 <이웃집 꽃미남>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웃집 꽃미남>의 주제, '네 이웃을 사랑하라'

지난 1월 <이웃집 꽃미남> 제작발표회에서 정정화 감독은 꽃미남물의 '당의정론'을 펼친 바 있다. '꽃미남물로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느끼되 그 안에 또 다른 메시지를 심고자 했다'는 것. 이는 그의 전작인 <꽃미남 라면가게>에서도 오롯이 표현됐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청춘들의 로맨스 뒤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가족을 잃은 개인이 한 집에 모여 살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나가는 '대안가족'의 모습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tvN <이웃집 꽃미남> 출연진들

tvN <이웃집 꽃미남> 출연진들 ⓒ CJ E&M


이렇게 보면 <이웃집 꽃미남>은 <꽃미남 라면가게>의 확장판과 같다. <꽃미남 라면가게>가 '한 집'의 범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을 그렸다면, <이웃집 꽃미남>은 마주보고 있는 두 건물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차이나는 두 개의 건물은 처음엔 조망권과 일조권 다툼으로 대립각을 세웠지만 엔리케 금의 등장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와타나베 류(미즈타 코우키 분)의 요리교실은 드라마의 공동체적 성격을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만 닫으면 얼마든지 분리될 수 있는, 한 장소에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이 '서로의 짐을 나누어진다'는 의미를 지닌 음식 빠에야를 나누어 먹는 장면은 <이웃집 꽃미남>의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최종회에서도 이 요리교실은 새롭게 공동체의 일원이 된 웹툰 담당자(김슬기 분)를 맞이하는 장소가 됐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엔리케의 내레이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단 한사람의 세상이 되어 준다면…한 사람이 열 명이 되고, 10명이 100명이 되고, 그렇게 좋은 세상이 넓어지게 되겠지"라는 말 역시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뒷받침한다. 공익광고같은 말이긴 하지만 그 '따뜻하고 좋은 세상', 이젠 우리가 발견할 차례다. <이웃집 꽃미남>도 말하지 않았던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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