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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내린 이혼 판결이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내려졌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도 미국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일한 A씨는 2002년 B(여)씨와 결혼해 미국에서 살다 부부싸움 끝에 몇 차례 경찰관이 방문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처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B씨가 응급실에 가게 됐다. 당시 B씨는 법원으로부터 A씨에 대한 임시 접근금지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앞니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을 당하자 참다못한 B씨는 2008년 3월 결국 법원으로부터 A씨의 접근금지명령과 두 아이들의 단독양육 및 친권자로 지정된다는 결정을 받고 이혼소송을 냈다.

그런데 A씨는 이혼재판 중인 2009년 11월 아이들을 면접교섭하던 중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출국한 후 B씨에게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거주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혼재판 기일에는 A씨의 변호사만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으며 소송은 B씨의 완승으로 끝났다.

미국 법원은 배우자인 B씨에게 매월 부양료와 두 아이들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할 것, B씨에게 아이들에 대한 단독친권 및 양육권을 부여하고, A씨는 면접교섭 뿐 아니라 어떠한 연락도 아이들에게 할 수 없다는 등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한국에 머물면서 변호사를 통해 항소했는데, 항소심 법원은 2010년 3월 A씨가 이혼판결이 있기 전 법원 결정을 위반해 자녀들을 미국에서 출국시켰고, 이혼판결로써 즉시 자녀들을 원래 양육 상태대로 회복시킬 것을 명했음에도 불응했으며,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B씨에게 생활비나 부양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항소기각을 선언해, 이혼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B씨는 자녀들을 되찾기 위해 2010년 5월 이혼판결을 첨부해 부산 동래구청에 이혼신고 및 자녀들에 대한 친권자 지정 신고를 했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등재됐다.

그러자 A씨는 "미국에서 재판절차에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B씨의 일방적인 주장과 재판 진행으로 이혼판결을 받았으므로 이는 방어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부적법한 판결이며, 아이들은 이미 한국에서 안정적인 상태로 지내고 있으니 자신을 친권자ㆍ양육자로 지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B씨는 "미국 법원에서 이미 이혼판결을 받았으므로, A씨의 이혼청구는 무의미하다"며 "자녀들을 인도하라"는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1심인 서울가정법원 제2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2011년 1월 A씨가 B(여)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ㆍ양육자 지정 청구소송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는 B씨에게 자녀들을 인도하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미국에서 진행 중에 있는 사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단 귀국한 다음, 우리 사법체계의 힘을 빌려 미국 사법절차에서 확인된 바에 반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결국 이는 사법기능의 혼란ㆍ마비를 조성하는 소권의 행사로써 권리남용에 해당돼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A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가사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국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 국내에서도 그 효력이 있다"며 "피고는 자녀들의 정당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서 자녀들을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는 반면, 원고는 양육할 정당한 권원(어떠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자녀들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외국판결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미국 법원에서의 이혼 판결을 통해 친권과 양육권을 잃은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ㆍ양육자 지정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미국 법원 판결에서 원고에게 재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다액의 배우자 부양비, 양육비, 의료비용 등의 지급을 명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미국 판결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원고의 주장을 원심이 배척하고, 미국 판결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원심은 외국 법원의 판결의 승인 및 효력에 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이 사건 미국 법원의 재판결과가 적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졌고, 외국 판결 승인 요건은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균형을 상실하지 않았고, 중요한 점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이 우리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 미국 판결이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효력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미국 법원, #이혼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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