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을 맞은 최지호 배우는 고민이 많다. 물론 조폭 보스의 오른팔로 분한 영화 <박수건달>이 한창 흥행이기에 호재긴 하다. 배우로서 좋은 시기를 맞은 셈이다.

최지호는 20대에 큰 전환점을 두 번 맞이했다. 2003년 모델로 데뷔한 계기도, 배우를 선택하게 된 계기도 모두 갑자기 찾아왔던 것. 고민은 깊었고 선택은 빨랐다. 군 제대 이후 택한 모델 활동도, 그리고 그 이후 배우의 길을 가게 된 것도 다 그의 선택이었다. 태권도를 전공했던 건장한 청년이 패션쇼에 섰고, 어느새 뮤지컬과 영화판을 오고가는 배우가 돼 있었다. 

나름 '굴곡의 삶' 최지호, 배우의 시작은 이랬다

"전공은 아시다시피 태권도였죠. 군대에서도 운동을 했고요. 제대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운동은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군대를 가니 목적의식이 사라져버렸어요. 태권도 부문에 프로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돼봐야 체육관 관장 아니면, 선생님이었죠.

우연히 매거진을 보다가 같이 앤티크를 찍은 강동원, 여욱환, 주지훈씨의 모습을 봤어요. 그때부터 모델 활동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2003년 5월 7일 제대를 했는데 바로 다음 날인 8일 날 질렀어요. 모델 활동에 대한 기본 과정을 밟기 시작한 거죠."

스스로 자신을 충동적이라 표현했지만 호기심이라 부르기로 했다. 모델 활동이 적성에 맞다고 느끼던 중 최지호는 우연히 연기 오디션을 보게 됐다. 단역 출연이었고 크게 시간을 뺏지 않는 활동이었기에 촬영은 했단다. 그게 시작이었다.


"모델 출신이라고 다 배우하나요? 핵심은 기본기"

"사실 연기를 해야겠다는 구체적 생각은 없었어요. 기업체에 취직할 생각도 전혀 안했죠. 모델 활동을 잘 하다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이준기씨 나온 드라마 오디션을 우연히 봤어요. 최재성 선배의 오른팔 역할이었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수트를 입고 다니는 캐릭터였죠. 대사는 거의 없었고요.

그 드라마를 보고 민규동 감독님이 영화에 절 캐스팅하신 거예요. 그게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였죠. 주지훈, 유아인 이런 친구들이 주인공을 한다는데 겁이 나서 못한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계속 절 설득하셔서 참여했는데 제가 백지처럼 비워져 있으니 채워지는 게 많더라고요."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연기의 재미는 그를 단숨에 빠져들게 했다. 정식으로 배우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그의 선택은 연극과 뮤지컬이었다. "연기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며 최지호는 당시를 회상했다.

"모델 출신 배우들 중에 바로 영화나 드라마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 생뚱맞게 공연을 택했어요. 사실 연기라는 건 결국 내공이 있어야 하잖아요. 사실 저나 여러 모델 출신 배우들이 초창기 때 현장에서 욕을 엄청 먹어요. 뻣뻣하기만 하다면서요.

모델 출신 후배 중에 배우를 지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런 점을 봐주면 좋죠. 물론 요즘에 나오는 후배들을 보면 모델을 하면서도 연기도 곧 잘 하더라고요. 결국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해요. 자신의 상태를 알면 하는 거죠. 그래야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고요."

물론 배우 생활이 쉬운 건 아니었다. 영화 작업 후 뮤지컬 <쓰릴미>에도 참여했지만 어느 순간 연기를 놓게 되는 때도 있었다. 레스토랑 사업을 하기도 했고, 연기를 1년 가까이 쉬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죠.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는데도 어느 순간 놔 버리게 되더라고요. 멀리 여행을 갔다가도 연기가 또 하고 싶어졌고, 이후 대학로 소극장에서 2인극을 하면서 다시 연기에 대한 새로움을 알게 됐어요. 이젠 나름 성숙해졌다고 느껴요. 진득하게 가보자는 생각뿐입니다. 느리더라도 진득하게 해야지요!"

최근 최지호는 오는 3월 일본에서 공연할 뮤지컬 <쓰릴미> 연습에 한창이었다. 도쿄에서 열리는 3일간의 공연이지만 "모든 걸 보여주고 오겠다"며 그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최지호 박수건달 강동원 모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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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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