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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강 꽁꽁 축제 매표소
 홍천강 꽁꽁 축제 매표소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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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겨울 축제로 제격이다. 추워서가 아니라, 강과 물이 좋아서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있기에 얼음을 얻을 수 있고, 그 얼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겨울 축제의 재미가 되었다. 그 얼음에 구멍을 내고 얼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그 짜릿한 기분이 얼음낚시의 백미이다. 과거 빙어낚시로 인기를 끌었던 인제 빙어축제가 그 시작이고, 지금은 화천 산천어축제가 겨울 축제의 절정이다.

화천 선천어축제가 겨울의 대표 축제로 성공하면서 지역 곳곳에서 유사 축제들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화천산천어 축제에는 주말마다 20여 만 명이 찾아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근 지역에서 작은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가평 송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그리고 홍천에서 열리는 "꽁꽁" 축제들이다.

1월4일부터 시작한 홍천강 "꽁꽁"축제는 새해 첫 주말이었던 5일과 6일 1만5천여 명이 찾아와 짜릿한 손맛을 즐기고 갔고, 두 번째 주말이었던 12일과 13일에는 4만여 명이 홍천강 위에 모여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했다.

홍천강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송어 낚시 장면
 홍천강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송어 낚시 장면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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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주말을 이용해 두 딸과 함께 송어낚시에 도전했다. 축제가 열리는 강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읍내 입구부터 차량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겨우겨우 주차장 근처에서 차량을 세워두고 행사장으로 가보니 오후 2시에 실시한 맨손 송어잡기는 이미 끝나 있었다. 한파 속에 찬물에 들어가 송어를 자아볼 용기는 없었지만 좋은 구경거리를 놓친 아쉬움은 컸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는데 줄지어 기다려야 했다. 송어낚시 입장료가 지역 주민은 10000원이고 외지 관광객은 12000원지만 5000원을 홍천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두 딸은 집에서 챙겨온 낚시를 하나씩 들고 낚시터로 앞장섰다. 나로서는 낚시 기술은 젬병이었지만 행운이란 것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딸과 함께 낚시 도구를 들고 얼음 위로 가서 주최 측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뚫어놓은 얼음구멍에 낚시 바늘을 넣고 기다리기를 한 시간, 입질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낚시를 하던 초등학생이 "잡았다!"고 소리쳤다. 정말 30cm되는 송어가 여자 아이의 낚시에 걸려 얼음 위로 올라왔다.

제 옆에서 낚시하던 초등학생이 송어를 잡았습니다.
 제 옆에서 낚시하던 초등학생이 송어를 잡았습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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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둘째 딸이 지인에서 송어를 얻어와 자랑하고 있습니다.
 제 둘째 딸이 지인에서 송어를 얻어와 자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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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에서 왔다는 두 가족은 기뻐했다. 아빠는 화천산천어 축제에 참가하려고 갔다가 입장권이 매진되어 홍천으로 왔는데, 송어를 세 마리째 잡았다며 기뻐했다. 그것도 초등학생 딸이 한 마리를 잡아 아주 좋은 경험이 됐다며 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해줬다. 

송어 낚시는 홍천강 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형 미끼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에서 간간이 송어가 잡혀 올라왔다. 그때였다. 옆에서 낚시를 담가놓고 있는 큰 딸이 외쳤다.

"아빠, 잡혔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고 있던 낚시 집어던지고 딸에게 갔다. 송어가 얼음 구멍에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손을 넣어 잡으려는 순간 송어는 바늘에서 빠져 사라져버렸다. 딸아이가 많이 아쉬워했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경험을 했던 우리 부녀는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자며 낚시 바늘을 담갔다.

집중력이 좋은 작은 딸은 여전히 낚시 바늘을 담가둔 얼음 속을 들여다보고 있고, 아빠인 나는 여전히 낚시 줄을 들었다 담갔다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낚시를 하던 지인이 한 마리를 소리 없이 올리더니 작은 딸아이를 불렀다.

어린 강태공들의 모습도 그럴 듯합니다.
 어린 강태공들의 모습도 그럴 듯합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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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낚시꾼인 듯한 부자지간은 이날 열 마리 정도를 잡아 주변분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전문 낚시꾼인 듯한 부자지간은 이날 열 마리 정도를 잡아 주변분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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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삼촌이 줬다!"

제법 큰 송어였다. 지난해에도 얻어다가 먹었는데, 올해도 또 그럴 처지가 된 것이다. 낚시를 시작한지 어느 덧 2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두 딸은 이제 포기한 듯했다. 낚시에는 관심 없고 여기저기 구경 다니는 일이 더욱 재미있는 듯싶었다.

작은딸은 지인에게 얻은 송어를 자랑 삼아 들고 다니고, 큰 딸은 낚시를 들고 다니면서 송어를 잡는 게 아니고 자기 옷자락을 더 많이 낚기 시작했다. 낚시 바늘에 잡힌 딸아이의 두툼한 옷은 결국 그냥 빠져주지 않아서 여기저기 흠집이 나버렸다.

우리는 지인에게 송어 봉지를 맡기고 딸아이와 눈썰매장으로 갔다. 경사도가 심해서 유치원생인 작은 딸은 탈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대신 스케이트를 타며 기분 전화를 충분히 하고 다시 낚시터로 돌아오니 지인이 고기 봉지에 두 마리를 더 넣어두고 있었다. 지인은 총 5마리를 잡아 우리 식구가 먹으려면 세 마리 정도는 되어야 한다면서 고기가 담긴 봉지를 내 손에 쥐어주고 갔다.

저의 두 딸인데, 낚시를 포기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저의 두 딸인데, 낚시를 포기하고 즐거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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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두 딸이 눈 썰매대신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의 두 딸이 눈 썰매대신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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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집에 있던 아내를 불러 우리는 회를 떠먹었다. 회를 손질하는데 한 마리당 3천원을 받고 있었다. 홍천군청에서 가건물을 지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준 곳에는 말 그대로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부천에서 온 20대 청년들은 한 마리도 잡지는 못했는데 5마리나 얻어서 실컷 먹었다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서울에서 온 젊은 두 부부는 갓난아이를 안고 송어구이와 회를 먹으면서 맛이 좋다고 기자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회를 떠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옆자리에 낮에 옆에서 송어를 잡은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두 가족이 강원도의 겨울 축제를 해마다 즐긴다면서 홍천에는 처음 왔는데, 송어가 생각보다 잘 잡히고, 아직은 소문이 덜 나서인지 공간이 넉넉해서 즐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낚시로 잡진 못했지만 인덕이 있어 얻어서 회를 뜬 송어회
 낚시로 잡진 못했지만 인덕이 있어 얻어서 회를 뜬 송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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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서 와서 송어를 잡지 못했지만 주변분들에게 5마리나 얻어서 회와 구이로 맛나게 먹었답니다.
 부천에서 와서 송어를 잡지 못했지만 주변분들에게 5마리나 얻어서 회와 구이로 맛나게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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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천군은 지난 1월 4일(금)부터 1월 20일(일)까지 17일 동안 홍천교~남산교 사이 강변주차장에서 '2013 홍천강 꽁꽁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매주 지역민과 군장병, 그리고 자매결연 도시가 참가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전개한다.

14일(월)부터 18일(금)까지 5일간은 1일 2개면씩 참가하는 '읍면의 날'을 지정하여 각 읍면 사회단체 및 봉사단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놀이시설은 50%가 할인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같은 기간 중 지역 장애인시설 및 아동시설에서 436명의 인원이 축제장을 찾아 무료낚시체험을 즐기는 등 함께하는 지역축제를 선보이게 되며, 15일(화)부터 16일(수)까지 이틀간은 11사단 직할부대 군장병이 참가하여 스케이트 릴레이, 얼음축구, 얼음썰매 릴레이, 인간컬링, 줄다리기, 맨손 송어잡기 등 6종목을 겨루어 주둔 군장병도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16일(수)에는 홍천군의 자매도시인 서울시 강동구에서 여성단체 회원 50여명이 방문하여 축제장을 체험하고, 이어 하이트맥주공장 견학을 실시하며 자매도시 홍천의 축제와 산업을 둘러볼 계획이다.

19일(토)과 20일(일)에는 홍천군생활체육회가 주관하고 홍천군축구연합회가 주최하는 '홍천강 얼음축구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얼음축구대회는 오는 16일(수)까지 참가신청을 마감할 계획으로, 50개팀, 450명이 참가하여 순위를 다툴 예정이다.

제 옆에서 낚시를 하던 초등학생 일행으로 시흥에서 두 가족이 늘 겨울 축제 여행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행복하세요!
 제 옆에서 낚시를 하던 초등학생 일행으로 시흥에서 두 가족이 늘 겨울 축제 여행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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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오신 젊은 부부였는데 송어구이를 제 입에 넣어주어서 참 맛나게 먹었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젊은 부부였는데 송어구이를 제 입에 넣어주어서 참 맛나게 먹었습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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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축제 관계자는 "지역 안팎에서 참가하는 다채로운 행사 운영하는 "꽁꽁" 축제기간 동안 지역 주민과 군장병, 자매결연 도시가 함께하는 화합의 한마당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홍천강 꽁꽁축제, #화천산천어축제, #강원도 겨울축제, #송어축제, #얼음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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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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